티격 태격
“똑똑한 유권자가 되는 법도 알려줬으면” 정유진 : 이번 표지이야기는 <한겨레21>의 장점인 자료 수집 능력을 잘 보여주었어. 홍부일 : 객관적인 자료들이 유권자가 투표하는 데 많은 도움을 줄 것 같아요. 1부 기사도 참 재미있었는데, 지역감정이나 정치혐오증이 생길 수도 있어서 2부·3부가 더 좋았어요. 정유진 : 난 1부가 흥미롭던데. 왠지 밝은 것보다는 어둡고 구린 게 더 자극적이고 끌리잖아. 홍부일 : 1부에서 확 휘어잡기 좋죠. 괜히 한국이 싫어지긴 했지만 그 내용들이 사실은 사실이니까요. 주제별로 후보자의 공약을 정리한 게 유익했어요. 저와 관련된 부분을 찾는 재미도 있었고요. 정유진 : 응, 후보자 공약을 어떻게 판단해야 하는지도 배웠고.
홍부일 : 3부의 변수 분석도 재미있었어요. 정유진 : 변수에 따라 별점을 매긴 것이 흥미로웠어. 신기현 전북대 교수의 별점 내용이 유독 튀었는데, 이분의 생각을 추리하는 게 재밌었어. ‘역시 정치는 복잡한 건가봐. 따지고 볼 게 너무 많아’ 라는 생각을 하며 읽었어. 홍부일 : 그래서 똑똑한 유권자에 대한 기사가 없었던 게 아쉬워요. 우리 엄마는 교회 다니는 사람을 뽑거든요. -_- 정유진 : ‘똑똑한 유권자가 되는 법’ 좋은 아이디어야. 이번이 나한테는 생애 첫 선거거든. 어떻게 하면 현명하게 8명의 후보를 뽑을지 고민이야. 이런 고민을 덜어주는 기사도 있으면 좋겠다. 홍부일 : 다음 기사 얘기해도 될까요? 누난 뭐가 기억에 남으세요? 정유진 :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기사가 충격적이었어. 자연환경만 죽이는 사업인 줄 알았는데 거기서 일하는 분들이 그렇게 혹사당한다니. 홍부일 : 국가에서 너무 재촉하는 게 아닌가 싶어요. 생지옥 같다니까 충격적이었어요. 공사가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잖아요. 게다가 시멘트 바르는 건데. 정유진 : 응, 치열한 고3 경쟁 중인 부일이는 경쟁 특집 기사 어땠어? 홍부일 : 정권이 바뀐 뒤 경쟁이 눈에 띄게 심해진 거 같아 슬퍼요. 드라마 같은 문화적 요소에서까지 드러나는 것을 보면서 소름이 끼쳤어요. 정유진 : 솔직히 나도 기사에 나온 드라마를 보면서 경쟁을 내면화하는 과정을 거친 것 같아. 기사를 읽으면서 경쟁 마인드를 나도 어느 정도는 가지고 있다는 것에 놀랐어. 어느 순간부터 경쟁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경쟁에서 도태된 사람은 별 볼일 없는 사람으로 취급하고. 홍부일 : 맞아요. <공부의 신>은 드라마를 통해 올바른 교육을 보여준다더니 결국 보여준 건 경쟁에서 승리한 천하대 합격자였잖아요. 정유진 : 경쟁에서 승리해 대학에 입학한 천하대 특별반 아이들 말고 나머지 학생들은 이전과 똑같아. 달라진 게 없어. 기득권층 눈에는 패배자가 됐을 뿐이야. 홍부일 : 드라마에서도 대학에 안 가거나 재수하는 학생들의 역할 비중이 확 줄었잖아요. 정유진 : 내가 진짜 경쟁이 내면화됐는지도 모르겠는데, 뒤에 “평범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는 노르웨이 관련 기사는 와닿지 않더라. 이렇게 살면 발전이 있나 싶기도 하고. 홍부일 : 외국 사례를 좋아하지만 이번 기사는 우리 현실과 동떨어진 예를 보여준 듯해요. 차라리 외국이 우리를 보는 시선을 다뤘더라면 좋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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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810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