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격 태격
“경쟁과 자본에 치이고 길들여진 좀비죠” K: 밖이 많이 춥죠? 박지숙: 네 겨울이에요. 그럼 표지이야기부터 할까요? K: 표지 이미지가 꼭 바퀴벌레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계단을 기어 올라가는 바퀴벌레. 박지숙: 네, 좀비 같아요. 경쟁과 자본에 치이고 길들여지는 사람들. 무섭네요. 비단 이 학생들만의 얘기는 아닌 듯해요.
K: 좋은 말로 경쟁이고, 실은 약육강식이죠. 내용을 읽고 막연하게나마 알던 것을 좀더 확실히 한 면이 있습니다. 박지숙: 학생들을 인터뷰하고 설문조사해서 표로 보여준 것이 시각적으로 좋았고, 다양한 학교 사례를 보여준 것도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됐어요. 근데 ‘머리는 진보, 몸은 보수’라는 부분에서 분석적인 기사가 있었으면 해요. 이런 불행학번을 만든 것은 학교의 기업화·상업화인데 그 본질은 못 짚은 점이 걸려요. K: 그렇죠. 현상을 분석하고 대안을 마련해주는 기사가 아쉽네요. 이 정부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을 커다란 사업장으로 본다는 거죠. 오늘 신문에 쉬는 시간을 5분으로 줄인 초등학교가 많아졌다는 기사가 나왔는데, 이러다 유치원도 일제고사를 보는 건 아닌지 걱정입니다. 일부러 이러는 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래야 다들 파편화돼 자기 자신만 생각하니까. 박지숙: 이번호 굵직한 기사가 많네요. 이슈추적이 천안함 관련 기사죠. K: 설이 분분하지만 분명한 건 정부가 뭔가 숨긴다는 겁니다. 그렇게 숨기는 부분을 캐내는 기사를 기대했는데, 너무 짧아서 아쉬웠습니다. 초점 ‘삼성 백혈병 노동자, 또 하나의 죽음’과 관련해, 삼성에서 반도체 공장의 작업 공정을 공개하겠다는 기사를 언젠가 보았습니다. 공개하라고 할 때는 하지 않더니 이제 만반의 준비가 되었나 보죠. 박지숙: 문제는 이런 기사가 TV에는 안 나온다는 거죠. 초점 ‘실세들, 도무지 알 수 없는 생명력’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사 스타일을 볼 수 있었어요. 대통령 근처에는 유능한 인재가 없다는 걸 다시 확인했어요. K: 서울 시민이 아닌 사람은 오세훈 시장에 대해 잘 모르는데, 이번에 보니까 전임자를 쏙 빼닮았더군요. 박지숙: 개성 없는 디자인에만 초점을 맞췄는데, 쫓겨난 노점상 얘기가 조금밖에 없어 아쉬웠어요. ‘탐사기획’이 마지막이었어요. 아이들이 받을 상처 때문에 맘이 아팠어요. K: 지난 기사 중 빈곤을 탈출한 사례에서 등장한 분이 이런 얘기를 했지요. 무기력을 벗어날 수 있도록 영화라도 보여주라고. 역할모델을 만들고 살아가다 보면 꿈을 꾸고 힘을 얻을 수 있지 않을까 해요. 기사 내내 ‘무기력’이라는 글자가 워터마크처럼 따라다녔습니다. 박지숙: 지난번 탐사기획 기사를 보고 너무 힘들었어요. 나도 백수고 늦잠 자는데. K: 세상이 그래서인지 <한겨레21>을 보면 화가 나고 화가 가라앉으면 절망하고. 그나마 ‘인터뷰 특강’이 삭막한 분위기를 조금 살렸네요. 박지숙: 새로 시작한 칼럼 중에서 ‘엄마가 됐어요!’가 재밌어요. 39살에 초산이신 거 보고 용기를 얻었다는. K: 밤늦게 수고 많이 하셨어요. 내일도 좋은 하루! 박지숙: K님도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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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805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