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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비판하며 삽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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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6-1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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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작은 교회 김상철 목사

‘작은 교회’는 말 그대로 작은 교회였다. 신도수 10명. 환갑을 목전에 둔 노목사가 평생을 바친 목회의 결과치고는 너무나 초라했다. 그러나 김상철 목사(60)는 “큰 교회는 하나님의 뜻이 아니에요”라며 호기있게 웃는다.

그가 목사 안수를 받은 것은 1985년. 동료 신학생들보다 열서너살 손위의 ‘늦깍이 목사’였다. 출판사에서 일하던 그가 갑자기 목회의 길을 가기로 결심한 이유는 “막연히 이끌렸기” 때문이다. 하나님의 일에 거창한 목적을 가지고 뛰어드는 건 어불성설이란다. 자신은 그저 하나님이 이끄시는 대로 따라갈 뿐이었다는 것이다.

이 ‘독특한’ 목사님이 <한겨레21>을 구독하기 시작한 것은 불과 두달 전이다. 그 전에는 “불평이 많은 사람들의 잡지”라고만 생각했는데, 일본 교과서 왜곡문제를 다룬 355호 표지이야기 ‘헛소리와의 전쟁’을 읽고난 뒤 “불평을 위한 불평이 아니라 좋은 의미에서의 불평이구나”라는 생각에 구독을 결심했다. 특히 정치면 기사들을 자세히 읽는 편이다. “바른 말, 남이 하지 못하는 말을 하는 모습에 호감을 느꼈죠.” 그는 362호 표지이야기 ‘낙제생 DJ’를 기자에게 펼쳐보이더니, 이런 기사들 때문에 잡지를 읽는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불평많은 잡지’를 좋아하는 만큼, 그는 한국 기독교에 대한 불만을 소리 높여 외치는 몇 안 되는 목사 중 하나다. 하고 싶은 말이 너무 많아서, 그는 자비와 몇몇 독지가의 성금을 모아 <대한기독교신문>을 만들었다. “국가조찬기도회를 폐지하자”, “목사들이여, 기득권을 포기하라”, “평신도가 교회개혁의 주체가 되자” 등 이 신문에는 교회개혁을 위한 김 목사의 고민이 가득 담겨 있다. 그러나 제작비문제 때문에 지난해 11월 이후 신문을 못 내고 있는 상황이다.


그가 느끼고 있는 한국 기독교의 가장 큰 병폐는 무엇일까. 그것은 하나님의 뜻을 인간의 이해관계에 맞춰 왜곡하고 있는 교회들이다. 같은 교단에서도 수많은 ‘총회’들이 난립하고 자신의 뜻과 안 맞으면 따로 모여 분파를 만든다. 성경의 원칙을 지키기보다는 자신들의 이해에 따라 아전인수격으로 해석하는 것이 바로 한국 기독교의 ‘그림자’라는 것이다. 그 그림자가 너무나 크고 짙기 때문에 김상철 목사는 ‘불평’하기를 멈추지 않는다. 이러한 그의 비판의식을 10명밖에 안 되는 신도들은 물론이고 사모님조차 이해하지 못할 때가 많다. 심지어는 그와 함께 목사안수를 받은 동기들에게도 ‘왕따’를 당하고 있다고. 그러나 “이제 그만두라”고 주변에서 종용할 때마다 그는 더욱 전의를 다진다.

김 목사가 내놓는 대안은 너무나 간단하다. “자기를 죽이는 것이지요. 원래 내 것이라는 게 어디 있겠어요?” 이 간단하지만 지키기 어려운 원칙을 이야기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골방 같은 신문편집실에 혼자 앉아 자판을 두드리고 있다. 그의 유일한 소원은 자금문제 때문에 중단된 <대한기독교신문>을 다시 펴내는 것이다.

“용기를 가져야 합니다. 다른 언론이 아무리 욕을 해도 비판이 필요하다면 똑바로 비판을 해야죠.” 김 목사가 기자들에게 전하는 말은 스스로를 격려하는 말처럼 들린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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