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음악학원 강사 김혜령씨
부산시 ‘오선지 음악학원’ 강사 김혜령(29)씨는 355호 논단 ‘이혼을 은폐하는 사회’를 읽고 자신의 사연을 보내왔다. 그의 어머니는 아버지가 돌아가시기 전 이혼을 했다.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뒤 이혼녀라는 ‘딱지’ 대신 미망인이라는 좀더 ‘고상한 호칭’이 붙었다. 그에게는 주위사람들이나 심지어는 어머니까지도 그걸 다행스럽게 여기는 모습이 우습게 느껴졌다고 한다. 과부도 주변의 냉대와 곱지 않은 눈초리는 이혼녀와 별반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장사를 하는 어머니가 혼자 사는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겪어야 했던 수모와 불이익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심한 것이었다. 어머니는 삼촌이나 친구를 불러 거래처 사람들에게 남편이라 소개해야 했다고 한다. 그는 어머니가 자식들 때문에 이혼을 망설일 때 적극적으로 이혼하라고 권유했었다. 그것이 모두가 사는 길이라 믿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버지의 잘못 따위는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사회의 횡포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어요. 만일 엄마가 이혼의 시점으로 되돌아가게 된다면, 걱정말고 이혼하라고 할 자신이 이젠 없네요.” 혼자 사는 여자에 대한 냉대와 편견. 그의 사연 속에는 그동안 어머니를 볼 때마다 겪어야 했던 고통들이 배어 있었다.
<한겨레21>을 구독한 지는 얼마 안 되지만 그는 잡지의 성격과 자신의 성격이 굉장히 비슷하다는 것을 느끼고 있다. “자기주장이 강하다보면 적들도 많이 생기고 비판도 많이 받죠. 하지만 진리가 명백하면 비판을 두려워하지 않아요.” <한겨레21>이 그의 대쪽 같은 성격을 닮았다는 건 그가 할 수 있는 최고의 칭찬 아닐까. 최근 본 기사 중 가장 인상에 남는 기사는 359호 표지이야기 ‘당신이 늙은 뒤에’이다. 다달이 국민연금을 소득에서 공제하면서 “이 정도면 되겠지”라고 막연하게 생각했는데, 노후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하는 계기가 됐다고.
그는 지금 음악학원 성악강사 외에 교회 고등부에서 음악을 가르치고 있다. 음대를 나와서 전공분야를 살릴 수 있는 길은 ‘가르치는 것’밖에 없다고 판단해서 선택한 일이다. 일에 만족하고 있느냐고 묻자 첫마디가 “힘들다”는 것이다. 특히 단순히 기능만을 가르쳐야 한다고 생각하는 부모와 학생을 만날 때마다 온몸에 힘이 빠지는 기분이 든다고 한다. 아이들에게 인성과 예절교육을 함께 하고 싶은데, 배우는 학생들도 “학원선생님은 그런 것과 상관없다”고 생각하고, 아이들을 야단치면 부모님들도 전화해서 “왜 우리 아이 기를 꺾느냐”고 호통을 치곤 한다. 그리고 과거와 다른 요즘 청소년들의 의식에 적응하기도 힘들다. “선정적인 방송이나 인터넷 게임을 하다보니 웬만한 일에는 눈도 깜짝 안 하고 감동을 느끼지도 않아요.” 그런 ‘무서운’ 아이들에게 해줄 이야깃거리는 주로 <한겨레21>에서 찾는다. 요즘 청소년들은 생각보다 실제적인 문제에 관심이 많다. 그가 잡지에서 본 사회문제들, 특히 교육문제를 이야기할 때면 깊이 수긍하는 눈치란다.
이주의 독자와 만나면 항상 마지막에 하는 질문, “기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묻자 그는 이런 당부의 말을 덧붙인다. “정영무 편집장님, 올바른 기자정신이 발휘되도록 기자들 팍팍 밀어주세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