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희(왼쪽에서 두 번째)씨
4. 다른 매체는 전혀 안 보나요. 회사에서 월간지들을 가끔 보내옵니다. 전 한국해양대 기관학과를 졸업(1992년)했는데, 거의 인문 서적만 읽어요. 5. <한겨레21>의 장점을 꼽는다면요. 우리나라 시사지 중 가장 솔직한 것 같습니다. 베트남전 종전 30년을 맞아 다룬 보응우옌잡 베트남 장군 인터뷰나 크메르루주 생존자들의 인터뷰도 인상적이었죠. 어느 매체가 그런 인터뷰를 시도해본 적 있습니까. 6. 불만은요. 우리 문화를 집중 조명할 수 있는 연재물을 원합니다. 비주류나 잊고 있는 우리 역사에 대해 좋은 글을 많이 썼는데, 주류 문화도 조명해주면 어떨까 합니다. 7. (예를 들자면) 겸재 정선 같은 최고의 화가에 대해서도 우리가 아는 게 너무 적어요. 겸재보다 한참 떨어지는 페르메이르(네덜란드) 정도의 화가도 델프트에 가면 미술관, 복원 생가 등 기념물이 시내 곳곳에 있어요. 우리나라는 겸재 묘도 하나 없죠. 문화운동을 이끌 수 있는 기획, 어떨까요. 8. 하루 일과, 1년 여정이 궁금합니다. 보통 6~10개월 정도 계약을 하고 나옵니다. 지금(11월10일)은 인도고 내일 새 화물을 실어 오만으로 갑니다. 9. 적막한 바다의 고독은 제겐 낭만이겠으나, 삶의 터전인 분에겐 고통일 것 같습니다. 실제 낭만입니다.^^ 어두운 밤 육지와는 비교할 수도 없는 별들을 보고, 선실에 홀로 앉아 맥주 한 잔 하면서 재즈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듣는 게 얼마나 낭만적이겠습니까. 10. 가장 힘든 것과 보람은요. 하지만 그런 낭만도 하루이틀이지 정말 심심합니다. 술에 의지하는 이들도 많아요. 전 선원들과 자주 어울리는 편인데, 전체 20명 중 선장과 저만 한국인이고 나머진 모두 필리핀인입니다. 말은 잘 통하지 않지만, 꼭 100% 완벽하게 통해야 대화하는 것은 아니라고 봐요. 제가 잘 이끌어 이들의 사고·생활 방식이 변하는 걸 보면 보람을 느낍니다. *말의 저편, 수평선의 저 너머를 항해하는 그를 <한겨레21>의 오대양 통신원으로 ‘임명’하고자 한다. 임인택 기자 imi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