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781호를 읽고
등록 : 2009-10-27 11:26 수정 : 2009-10-29 18:26
[집중 모니터링] 길고 긴 여성의 그림자
여성인 나로서는, ‘달인’이 돼버린 아줌마, 잠재된 폭력에 무방비로 노출된 소녀, 한가위에 홀로 앞치마를 두른 여자들이 읽히고 밟힌 781호였다. 이 시대를 사는 여성의 그림자가 이렇게나 길다.
기초이자 기준인 근로기준법에 대한 논의를 다시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지점에서 만난 ‘아줌마 노동’ 앞에서 떠들던 말을 잃었다. 아무리 해도 티 안 나는 일로 그득한 엄마의 하루도 단 며칠 체감하고 나면 기가 막힌데, 정작 본인들은 집에 김치가 떨어졌다고 내가 쉬면 어떻게 하느냐고 물을 뿐이다. 더 이상 아줌마와 억척스러움을 등호로 놓지 않고, 애틋함과 아련함을 잉여 감정으로 달고 오지 않도록 이들의 노동을 눈앞의 현실로 불러내줘서 고맙다. 몸으로 쓰고, 문장 한줄 한줄에서 땀과 눈물이 읽힌, 나에겐 ‘손바닥 문학상’감이었다. 기사 이후 단지 몇백 원의 시급이 인상되는 땜질식의 처방으로 그치지 않도록 하나하나 짚어갔으면 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여자 어린이 성폭행 사건을 보며 내 입에서도 험한 말 몇 번쯤 나왔고, 전자발찌를 적극 옹호하는 마음도 샘솟았다. 기사가 차분하게 어린이 성범죄를 짚어보게 한다. 하지만 대책으로 강구되는 ‘반드시 처벌받는다는 사회적 경고’는 미약하게만 느껴진다. 이 사회의 ‘사회적 감시의 강자’는 범람하는 성추행 사건의 주범들에게 너무나 관대했다. 성범죄는 무방비한 소녀들에게 너무나 관대할 것이기에 소주잔을 기울이며 여성들은 다시 한번 “잘라버려!”를 외치게 된다.
추석 내내 전을 부치는 집 안 어디에도 아버지는 부재한다. 바지런히 일하는 비혼 여성에게 기혼 여성은 “시집가서 할 텐데 뭘”이라며 쉴 것을 권유한다. 대를 잇는 한가위 풍경이 교과서에도 활짝 피었다. 이러한 요소가 구석구석 파고든 교과서라니 생각만 해도 오싹하다.
781호를 읽는 내내 나의 과거와 미래, 그리고 현재 어디쯤에 걸쳐 있는 지점이 자꾸 읽혀서 자유롭지 못했다. 내내 메르세데스 소사의 노래가 머릿속에 맴돌았다. “고통에 무심하지 않도록, 정의롭지 못함에 무심하지 않도록, 전쟁과 미래에 무심하지 않도록, 하느님께 빌 뿐입니다.” 그녀처럼 삶에 감사하기 위해서, 이 부자유를 더 힘껏 알고 직면하도록, 나도 하느님께 빌 뿐이다. 최고라 18기 독자편집위원
-초점 ‘억대 주식 미성년 자녀 210명 껑충’ 댓글
상속은 평등해야 할 개인의 인생 출발에서 불평등을 초래하는 요소가 된다. 그래서 지나친 상속권 행사는 사회적으로 불편한 행위다. 내 돈을 내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이 무슨 잘못이냐고 하겠지만 그런 행위로 인해 부의 불균형과 사회적 불평등이 심화되기 때문에 문제가 된다. ‘억’ 소리 나게 상속받는 아이들이 늘어갈 때 반대로 끼니를 굶는 아이들도 증가하기 마련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esc5470)
내 이름은 아줌마, 혹은 ‘파블로프의 개’
→ 기막히고 답답한 마음에 눈물이 나려는군요. 일하면서 애를 키우는 제 처지 때문인지…. 이렇게 사람이 사람을 배려하지 못하는 이 사회가 과연 건강할까요. 그 속에서 자라나는 아이들이 정말 걱정입니다. nixie
→ 두 번이나 읽었습니다. 너무나도 생생한 현실, 음식점에서 일하시는 많은 분들이 경험하는 현실입니다. 제 모습이기도 해서 읽는 내내 너무 답답하고 가슴이 아팠습니다. 수고 많으셨습니다. sptakqmf1204
→ 잘 읽었습니다. 생생한 체험담이에요. 힘들게 일하는 저희 엄마가 생각나서 마음이 아프네요. cbzzang33
→ 참 가슴이 아픕니다. 약자는 결국 약자일 수밖에 없는 것일까요. 남의 일 같지 않아 글을 남깁니다. 저는 산부인과 의원에서 일하는 간호사입니다. 저희 병원도 2교대를 하면서 밤 근무시 15시간을 일해야 하는데 힘들어서 눈물이 날 지경입니다. ‘달인’ ‘휴식 없는 노동’ ‘조건반사’ 등의 의미와 느낌이 가슴을 후벼파는군요. ss32ss
→ 이래서 <한겨레21>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네요. 읽으면서 눈물을 흘렸네요. 저는 49살 남자입니다. 지인을 도와 한 달에 두세 번 정도 웨딩홀 뷔페식당에서 일하는데 장난이 아니더군요. 아침 9시부터 밤 11시까지 행사 준비, 식사 때 홀서빙, 청소, 접시 닦기, 수저 씻고 닦아 정리하기, 쓰레기 버리기, 음료수 빈병 정리 등을 마치면 완전 녹다운됩니다. 시급은 5천원, 이젠 좀 적응됐지만 많이 깨달았네요. cgc7
→ 공감합니다. 나 역시 맞벌이 가족인데 집사람을 생각하니 맘이 아프네요. 열심히 일한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가야 하는데 그렇지 못한 현실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hwan8786
민주당의 소탐대실
→ 요즘같이 야당의 존재감이 상실된 듯한 건 첨 본다. 뚜렷한 구심점이 없고 질질 끌려다니는 꼴이 한심스럽다. 이번 재보선을 통한 야당의 분발을 기대한다. hwan878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