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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국 사람 폭력적이라 생각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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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29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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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베트남 유학생 응웬 짱

이렇게 어려운 인터뷰는 처음이다. 이런 걸 ‘선문답’이라 해야 하나. 기자가 하는 질문을 그는 잘 이해하지 못했고, 그의 대답은 기자가 이해할 수 없었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베트남 유학생 응웬 짱(23). 연세대 어학당에서 가장 높은 등급의 한국어 강좌를 듣고 있지만 아직 한국어로 대화하는 것에는 어려움을 느끼는 모습이었다.

그는 호치민 대학 한국어과를 마치고 지난해 9월 ‘나와 우리’라는 단체의 후원으로 한국에 왔다. 한국 기업들이 많이 진출해 있기 때문에 베트남에서는 한국어과가 꽤 인기있다고 한다.

“정말 추웠어요.” 그가 느낀 한국의 첫인상은 바로 ‘추위’였다. 특히 눈이 많았던 지난 겨울은 응웬씨에게 더욱 특별한 겨울이었다. 생전 처음으로 눈을 봤기 때문이다.

한국에 와서 처음에 응웬씨는 여러 신문을 읽어보았다. 그러나 신문들에서 “왠지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고 한다. <한겨레>와 <한겨레21>만은 그런 느낌을 주지 않았다. 진보적이고 객관적인 기사들이 그의 마음에 들었기 때문이다. 특히 <한겨레21>에서 연재한 베트남 민간인 학살을 읽고 매우 놀랐다. 이전까지 떠도는 소문으로만 알고 있었는데, 진상을 알고 나니 더욱 충격적이었다고. “<한겨레21> 기자들의 용기에 감탄했어요. 관련 기사들이 베트남 신문에 실리기도 했죠.” 가장 인상 깊었던 기사를 묻자 그는 퐁니·퐁넛촌 민간인 학살 기사와 위령비 건립 기사를 꼽았다. 또한 최근 추진되고 있는 베트남 병원 건립 사업을 계속 주시하고 있다. 특히 병원 설립 뒤 운영은 어떻게 될지 궁금하다고 한다.

그가 한국 사람들에게 받은 인상은 어떠했을까. “베트남 사람들은 한국 사람들을 좀 ‘폭력적’이라고 생각해요. 지금은 많이 개선됐지만 한국 기업가들이 베트남 노동자들을 때린 적도 많거든요.” 그러나 한국에 와서 한국 사람들의 좋은 점을 많이 발견했다고 한다. 정치·사회적으로 문제가 많지만 그래도 기본적으로 선량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공무원, 의사, 택시 운전기사, 길거리 좌판에서 물건 파는 아줌마, 같이 사는 한국 친구의 할아버지…. 그는 한국에서 만난 ‘좋은 사람들’을 끝도 없이 열거한다. 단, 한국 남자들은 좀 강압적인 데가 있다고 비판한다. 베트남 남자들은 그렇지 않은데 한국 남자들은 이거 해라, 저거 해라 등 명령조의 말투를 써서 가끔 안 좋은 인상을 받을 때가 있다.


그는 오는 9월 베트남으로 돌아가게 된다. 지금은 한국에 대한 미련보다는 돌아갈 날만을 손꼽아 기다린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외국 생활이 힘들었나 보다. 어머니가 언제 가장 보고 싶냐고 묻자 하늘을 올려다보며 바로 이런 날씨에 향수병을 앓는다고 한다. 먹구름이 잔뜩 낀 흐린 날씨였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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