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편지] 772호를 읽고
등록 : 2009-08-20 11:10 수정 : 2009-08-20 19:51
[집중 모니터링] 잉여세대
광범위한 구속과 ‘휴업’ 발령이 남발되는 쌍용자동차 사태는 과연 타협을 이룬 것일까? 그토록 많은 희생과 출혈을 겪으며 성급하게 봉합된 환부에서는 아직도 피가 배어나온다.
이슈추적 ‘공장 점거는 벼랑 끝 노동자들의 외통수’ 기사에서 소개된, 피자 조각 아래에 해고 통지서를 넣었다는(이쯤 되면 그 기발성을 인정해줘야 할 듯) 다국적 에너지 기업 베스타스나 교묘한 인사권으로 노동자를 윽박지르는 쌍용차는, 그들 각자가 혼자가 아니라는 위안 아닌 위안을 주며 둥글게 세계와 만난다.
표지이야기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 기사에서 ‘88만원 세대’는 어느덧 벗어날 수 없는, 내가 속한 세대론으로 뿌리를 내린 듯하다. 세대론으로 존재를 규정하는 방식에 동의하지 않고 담론을 위한 언론의 규정은 더더욱 마음에 들지 않지만, 기사 속 ‘가명’에 친구들의 이름을 하나씩 떠올려 넣어봐도 어색하지 않은 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다. 지금 사회의 구조는 어느 때보다 촘촘하게 젊음을 옥죈다. 실존적 불안을 소비하는 이 위태로운 세대의 단면을 ‘초식남’ ‘철벽녀’들의 신조어와 엮어 분석한 지점이 흥미로웠다.
지난 3월 <한겨레21> 인터뷰 특강 때 들었던 ‘젊음’을 위한 김어준 총수의 세 가지 조언. “일단 집을 나와라.” “여행을 떠나라.” “연애를 하라.” 앞의 두 경험이 ‘공간’과 ‘시간’을 담보한다면, 연애야말로 이를 모두 초월하면서 종횡한다. 연애를 잃은 청춘은 진짜 ‘피난민’이 되었다. 그나마 지금은 20대나 되니 과분하게 이만큼 관심을 받는다. 이대로 20대도 뒤안길로 사라지면, 그야말로 ‘잉여세대’로 세대 담론에서조차 사라질지 모른다는 우려가 든다.
‘건어물녀의 TV말리기’ 칼럼을 동시대 동세대와의 편안한 수다 떨기 같은 칼럼으로 읽어내는지라 최근의 ‘오프더레코드’는 반갑다. 작은 꼭지로 꽉 채우는 발랄한 이야기. 출근길 꽉 찬 만원 지하철에서도 한 호흡으로 읽어낼 수 있는 고마운 칼럼이다.
반면 ‘진중권과 정재승의 크로스’는 묵직한 필진의 개성 강한 글쓰기보다는 강력한 ‘메뚜기’와 ‘호동이’의 이미지에 함몰된 듯하다. 두 MC의 탁월한 역량은 매주 텔레비전으로 충분히 학습하는 만큼, 좀더 공격적으로 현상적인 코드를 짚어냈다면 더 흥미로웠을 것 같다.
기사 전에 최근 <1Q84>를 둘러싼 선인세 경쟁의 혈전을 먼저 접한지라 ‘하루키 월드’가 성곽만 같다. 국내 작가들의 하루키 표절 논란은 단지 담론으로 넘어간 점이 아쉽다. 작품의 파급력이나 영향에 비해 유독 하루키에 대한 평가에 인색한 한국 문단의 ‘의식적인 무의식화’에 대해서도 좀더 언급해줬더라면 ‘목의 가시 같은 문제적 존재’ 하루키가 더 와닿을 수 있었을 거란 아쉬움이 든다. 그만큼 오랜만에 재미나게 읽은 ‘레드’ 기획이었다. 최고라 18기 독자편집위원
VS ‘웃음으로 세상을 거시기해불자~’
사람 사는 냄새가 폴폴 납니다. 팍팍하고 메마른 세상을 이런 웃음으로라도 달래주니 숨쉴 만해지네요. 마지막 “그냥 그들과 밤새워 술을 마시고 싶었다”는 말에 저절로 공감이 됩니다.^^ 서민들이 웃음을 잃기 전에 좋은 세상이 와야 할 텐데요. (taeback1)
사랑은 88만원보다 비싸다
슬프네요. 저는 정말 행복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새삼 듭니다. rosa0828
88만원 세대의 힘듦이 그대로 보여집니다. 88만원으로 의식주에다 사랑까지 해결해야 하는 현실이 버거운 것은 사실이지만 너무 메말라서 풀도 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우석훈 강사는 “한국전쟁 직후에도 서울의 청춘남녀가 남대문부터 동대문까지 거닐며 연애하는 재건 데이트가 유행했다”고 했는데, 요즘 젊은이들도 길거리를 걸으면서 서로를 위하는 방법을 모색해보는 시간들을 가졌으면 좋겠네요. baetree
국가 경쟁력이 성욕까지 몰수했다
흥미로운 접근이다. 하지만 더 근본적인 것은 가변성의 일상화라고 할까. 예전에는 사랑하면 언제까지나 함께라고 생각했다. 실제로 그렇게 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어도. 하지만 지금은 당장은 사랑해도 언제든 헤어질 수 있음을 의식하며 사랑한다. 대중가요를 잘 들어보면 헤어짐의 고통을 토로하는 노래는 많아도 예전처럼 영원한 사랑을 운운하는 노래는 거의 없다. 디지털 시대에는 뭐든 변할 수 있음이 일상화된다. hmurabi
대의를 배신한 대의제를 어찌할 것인가
뽑아만 놓으면 제멋대로 하라고 하는 게 대의민주주의인 줄로 아는 구시대적·권위주의적 발상이 잔존하는 한 대한민국에서 민주주의는 발전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sunmoonstare
총독부 시절에도 이렇진 않았다
노동자들의 생존권 쟁취 투쟁은 내 일이 아니라는 이명박 정부의 외면, 식량과 의약품 반입조차 막아버리는 쌍용자동차 쪽의 가혹한 탄압, 왜 정리해고 반대시위를 일으켰는지 이해하려고 하기보다는 폭력 시위나 이기적인 행동으로 매도하는 보수 언론들의 비방, 정리해고 반대 시위 주도자를 구속수사하겠다면서 노동자가 아닌, 자본가를 위해 봉사하는 검경의 탄압…. logosblf