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760호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돈만 내면 OK? 입양아들은 불안하다. 자신이 또다시 버려지지 않을까 하는 불안. 학대에 저항하지 못하는 이유는 차라리 그 학대를 견뎌 버림받지 않으려 하기 때문이리라. 물론 사랑으로 키우는 양부모들도 있다. 문제는 양부모가 사랑으로 키우는지, 학대하는지 판단하기 전에 아이가 입양된다는 점이다. 왜? 돈을 받고 파는 사업이기 때문이다. 중개인은 수수료만 챙기면 끝이니까. 입양을 기업화한 민간단체에 맡긴 결과다. 인간을 상품으로 보는 시장을 태어나자마자 겪어야 하는 아이들. 표지이야기 기사에 가슴이 아프다. 그래서 아이러니했다. 돈으로 미(美)를 규격화·상품화하는 성형에 대해 묻지도 따지지도 않았던 레드 기획 기사 말이다. 성형의 효능을 입증해주는 ‘피시술자’들의 간증과, 검색을 부추기도록 자신의 병원 ‘간판’을 앞세우고 등장해 조언을 아끼지 않는 ‘시술자’들의 이야기 말이다. 기사를 보면 OO성형외과나 ××성형외과 등의 상호가 계속 등장한다. ‘검색 한번 해보시라고. 그럼 여기서 말한 것보다 더 자세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이 기사는 성형을 소개하는 정도를 넘어서 ‘충동’하고 있다. 레드 기획은 사회의 참신한 문화 트렌드를 날카롭게 이야기하면서 공감을 줬던 코너다. 독자가 원하는 레드는 어디로 갔나? 비판의식의 실종은 다른 부분에서도 드러난다. 바로 스포츠다. 신윤동욱 기자의 S라인 ‘꿈의 무대로 성큼 다가선 박지성’ 기사가 그렇다. 이번엔 내용이 문제가 아니다. 박지성이 문제다. 분명 몇 호 전에도 박지성의 선발 이야기를 다룬 기사가 있었다. 그 사이에는 이탈리아 축구를 소개하는 기사가 나왔다. ‘이탈리아 세리에A-박지성-이탈리아 세리에A-박지성’ 패턴으로 몇 호째 관련 기사가 나오고 있는 것이다. 비판의 날은 여기까지다. 안대회 교수의 ‘전기수’ 이야기 등 즐겁고 음미해볼 기사가 많았다. ‘줌인’ 기사는 어떤가. 천신일 세중나모 회장의 비리가 희미하게만 보이더니 그 형체가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특히 국가 지원을 등에 업지 않고는 채굴권을 얻기 힘든 중국의 규석 광산 채굴권을 신생회사가 따냈다. 이 업체는 천 회장의 세중나모그룹 계열사다. 이명박 대통령의 중국 방문에 천 회장이 동행한 뒤, 채굴권을 획득했단다. 뭐 우연일 수도 있지. 그런데 우연이 겹치면 필연이라는데, 정말 우연인가? 냄새가 난다. 특혜라는 냄새.
박홍근 18기 독자편집위원
‘가자 참사는 현재진행형’ (사진 REUTERS/ IBRAHEEM MUSTAFA) · 용산 (사진 한겨레21 류우종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