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21> 755호
용산·접대·일제고사를 관통하고 있는 ‘벌거벗은 욕망’ 꽃처럼 웃는 연아양과 함께 ‘스포츠클럽 KOREA’에서 ‘별일 없이’ 살 수 있을까? 화사한 연아양을 넋놓고 보고 있다가 ‘용산’과 ‘성접대’라는 두 단어가 눈에 들어왔다. 우선 이슈추적에서 성접대의 속살이 은밀하고 노골적으로 파헤쳐졌다. ‘벌거벗은 욕망’을 그대로 드러내 보여주는 불편함은 필요하지만, ‘사이즈’ ‘북창동’ ‘신고식’ 등 벌거벗은 욕망의 용어들이 난무하면서 구조의 문제를 살피는 시야를 어지럽힐까 걱정됐다고 하면 지나친 우려일까. 초점에서 다룬 일제교사 불복종을 선언한 교사의 편지는 소통을 열망하는 교육자로서의 양심과 진심이 가슴 깊이 와닿는 글이었다. 현장의 고민과 일제고사의 문제점을 현장감 있게 전달했다. ‘경쟁에 뒤틀릴 아이들’을 걱정하는 진정한 교육자들을 징계하겠다고 나서는 이 땅의 ‘벌거벗은 욕망’이 ‘용산’과 ‘성접대’를 지나 이곳까지 와 있다. 표지이야기에서는 김한국씨의 ‘햄릿 같은’ 독백이 친근하게 읽힌다. ‘괴물 시스템’ 분석까지 이르는 신윤동욱 기자의 재기발랄한 문체가 기사 읽기에 재미를 더한다. 이어지는 ‘냉정과 열정 사이’에서 대비되는 논조를 교차해 편집한 방식은 흥미로웠지만, 전문가 의견이라기에는 너무 익숙하고 착실한 논조여서 다소 심심했다. 레드의 문신 기사는 ‘문화’의 틀에서 여러 재미로 풀어나갈 수 있을 만한 다양한 얘깃거리들을 현재로 불러내 간단히 추린 느낌이라서 아쉬웠다. 용산 관련 기사는 신경써서 읽는 기사 중 하나다. 이번호에서는 지금 용산을 돌아봐야 하는 까닭을 제2, 제3의 망루가 세워질지 모르는 재개발 지역을 조망하는 기사로 중간 점검했다. 그러나 너무나 ‘별일’ 많은 현실이 용산을 망각하도록 이끄는 것일까. 서글프게도 그토록 노력하며 읽는 나 같은 독자 역시도 온전히 집중해서 읽기가 쉽지 않다. ‘현재이자 미래’임이 분명한 용산 앞에서 자꾸 할 말을 잃는다. 이 뜨거운 욕망의 덩어리들이 이렇게 여기저기 튀고 있는데도 우리는 ‘별일 없이’ 산다고 모른 척하는 것은 아닐까. 이제 나부터라도 그렇게는 안 되겠다. 지금도 용산을 돌아봐야 하는 까닭이다.
최고라 17기 독자편집위원
제석봉 가는 길에서 올려 본 천왕봉. 옛 사람들의 기록에 나오는 키 작은 철쭉은 사람들의 발길에 사라진 지 오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