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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아는 만큼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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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5-1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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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대학생 최소민씨

“맞아 맞아. 정말 문제야!”

대학생 최소민(21)씨는 356호 표지 ‘그들만의 청담동’을 읽자마자 독자엽서를 쓰기 시작했다. 청담동 근처에 있는 고등학교를 다닌 그는 최근 우연히 그곳을 다시 찾은 뒤 깜짝 놀라고 말았다. 몇년 만에 너무도 화려한 모습으로 변신했기 때문이다. 며칠 뒤 표지이야기에 등장한 청담동은 그가 본 그대로였다. “부유한 사람들의 소비심리에 의해 축적된 문화가 그 주변에까지 파급효과를 미치고 있습니다. 청담동은 ‘사치, 과소비’라는 이미지로 기억돼 뒷맛이 씁쓸했습니다.” 독자엽서에 그는 이런 느낌을 털어놓았다.

최씨가 <한겨레21>을 구독하게 된 계기는 군대에 있는 사촌오빠의 편지였다. 전공공부에만 몰두하지 말고 언론을 접하며 세상을 보는 눈을 키워야 한다는 조언이 인상깊게 와 닿았단다. 편지를 받고나서 무슨 잡지를 구독할까 고민하던 그는 한겨레신문사에 대해 이야기하던 고등학교 선생님을 떠올렸다. 결국 그는 선생님이 틈만 나면 얘기하던 “가난하지만 소신을 굽히지 않는 신문사”의 시사주간지를 구독하기로 결정했고,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다른 시사지들이 정치에 치우치는 데 반해, <한겨레21>은 사회·문화기사들을 골고루 다루고 있기 때문에 더 즐겁게 읽을 수 있었다고 한다.

최씨는 문예창작과를 다니고 있는 소설가 지망생이다. 얼마 전 소설을 써서 교수님께 보여드렸다가 “이것도 소설이냐”라는 핀잔만 듣고 말았지만, 앞으로 더욱 정진해 윤대녕씨 같은 소설가가 되는 게 꿈이다. 고등학교 때부터 교지를 편집하며 ‘글발’을 날렸다. “밤낮으로 원고 청탁하고 수십번씩 맞춤법 교정보던, 그래서 목차까지 훤히 다 외우던 교지였는데, 막상 빳빳한 종이에 한권의 책으로 나오니까 정말 기분이 묘했어요. 선배 중 누군가는 그 교지를 껴안고 잤다고 하더라구요. 그뒤론 저도 우리집 부엌에서 냄비 전용 받침대로 쓰던 책 하나 예사롭게 보이지 않았어요. 아마도 책 뒤에 숨은 여러 사람의 노력을 보았기 때문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글을 쓰고 싶어 문예창작과를 선택했지만 사실 글 쓰는 데 이론을 굳이 배울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가 들기도 했다. 그러나 지금은 “아는 만큼 느낀다”는 사실을 깨닫고 있다. 고등학교 땐 무턱대고 문학을 좋아했지만 지금은 비판할 수 있는 ‘눈’이 생겼다는 것이다. 또한 문예창작과라고 해서 무조건 문학만을 배우는 것은 아니다. 그는 문예창작과가 언론, 광고, 영화 시나리오 등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는 실용적인 과라고 강조한다. 요즘에는 ‘홍보실습’이라는 과목에 재미를 붙이고 있다. 수업을 듣고 난 뒤에는 아무렇지 않게 보던 텔레비전 광고가 다르게 보인다는 사실이 너무 신기하게 느껴졌단다.


“얼마 전 교육방송에 한겨레신문사가 나온 뒤 꼭 한번 가보고 싶었어요. 짧은 시간이었지만 너무 재미있었어요.” 인터뷰를 마친 뒤 그는 이런 메일을 보내왔다. 바람이 시원하게 부는 신문사 옥상에서 생기발랄한 대학생과 이야기를 나누는 일은 기자에게도 즐거운 기억이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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