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네 삼촌이 죽었을 때 기뻤어. 중1 때 너희 집에서 하룻밤 잤을 때 그가 날 성추행했거든.” “사장이 미워서 사무실 물건을 마구 씁니다.” “가끔 중국 음식을 사가지고 올 때, 뚱뚱하고 외로운 실패자처럼 안 보이도록 2인분을 주문해요. 그리고 그걸 다 먹어요.” “내가 저지른 일 때문에 그는 2년 동안 감옥에 있었다. 9년 더 남았다.”
예술가인 프랭크 워렌은 2004년 11월부터 사람들에게 엽서를 한 장씩 나눠줬다. 그 안에 ‘자신의 비밀’을 털어놓으라는 부탁과 함께. 3천 개의 엽서를 인쇄해 지하철역, 미술관, 도서관 등 공공장소에 뿌렸다.
엽서를 뿌리는 일은 몇 주 뒤 끝이 났지만 엽서 배달은 계속됐다. 전세계에서 마분지, 오래된 사진, 청첩장 등을 이용해 직접 만든 엽서들이 그에게 날아왔다. 그의 주소만 안다면 더 이상 그가 만든 엽서의 틀에 갇힐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다. 영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 히브리어, 점자까지 언어도 다양했다. 2008년 현재까지 15만 통이 넘는 엽서가 그에게 도착했다.
그는 엽서를 모아 전시회를 열고 책을 냈다. <비밀엽서>(프랭크 워렌 엮음, 크리에디트 펴냄)가 그 결과물이다. 미국정신건강협회는 비밀엽서 프로젝트가 자살 방지에 공헌했다며 그에게 특별상을 주었다. 예술 프로젝트로 시작한 비밀엽서는 이제 자살 예방 치료 과정의 일부가 됐다. 즐겁게 엽서를 꾸며 우체통에 넣는 순간 사람들의 마음 속, 오래된 그림자도 걷혔다.
임상심리학자이자 비밀엽서 전시회를 자신의 갤러리에서 연 앤 C. 피셔는 “비밀엽서 프로젝트는 심리치료와 공통된 특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심리치료의 기본은 관계를 맺는 것인데 비밀엽서 역시 익명이긴 하지만 자신의 비밀을 담아 세상 속으로 보냄으로써 편안함, 용서, 도움, 희망 등을 제공받는다”고 말했다.
우리나라는 2006년 현재 인구 10만명 당 21.5명이 자살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자살 사망률 1위를 기록했다. 지난해 자살한 사람은 1만3407명에 이른다. 이런 극단적 선택에는 이르지 않더라도, 말 못할 고민과 비밀로 괴로워하는 이들은 많을 것이다. <한겨레21>이 ㈜웅진씽크빅과 함께 ‘한국판 비밀엽서 프로젝트’를 727호(발행일 9월22일)부터 시작했다. 자신만의 비밀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밀엽서를 보낼 수 있다. <한겨레21>은 매주 독자면에 세상 어디에선가 온 비밀엽서를 소개할 예정이다. 또한 비밀엽서 블로그
(blog.hani.co.kr/postsecret)에도 공개된다.
비밀엽서는 앞으로 단행본으로 발간될 수 있으며 이 경우 인세 수입 전액은 자살 방지를 위한 기금으로 사용할 계획이다. 이 밖에도 다양한 이벤트를 통해 비밀엽서를 공유해나가도록 노력할 것이다. 많은 독자들의 은밀한 참여를 바란다.
◎ 참가 방법
1. 후회스럽거나 굴욕적이거나 유치한, 당신만의 비밀이 있는지 생각해본다.
2. <한겨레21>이 727호에 배포한 엽서를 챙기거나 나만의 엽서를 준비한다.
3. 엽서에 익명으로 비밀을 이야기한다.
4. 받을 사람의 주소를 쓴다(서울시 마포구 공덕동 116-25 한겨레신문사 4층 한겨레21부 비밀엽서 담당자 앞 (우)121-750)
5. 엽서를 우체통에 넣는다. 미련 없이.
◎ 규칙
명료하게!- 글자 수가 적을수록 명쾌하다.
읽기 쉽게!- 크고 명확하고 굵은 글씨를 사용하라.
창의적으로!- 엽서가 당신의 캔버스가 되게 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