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한국교원대 생활관 조교 이충훈씨
‘생활관 조교’란 피곤한 직업이다. 특히 2년 동안 모든 학생들이 의무적으로 기숙사 생활을 해야 하는 충북 청원군 한국교원대의 생활관 조교들은 더욱 그렇다. 어디로 튈지, 무슨 말썽을 부릴지 모르는 신입생들을 어르고 달래야 하고, 때론 채찍을 들기도 해야 한다. 게다가 ‘아버지’의 역할도 필수적이다. 몸이 아픈 학생이 있으면 병원까지 가는 먼 길을 자신의 승용차로 후송해 치료를 받게 해야 하는 것이다.
이충훈(30)씨가 <한겨레21>과 인연을 맺게 된 것은 바로 한국교원대 생활관 조교로 취직하면서부터다. 생활관 사무실로 매주 배달돼 오는 잡지를 읽으면서 그는 밤을 새워 <한겨레21>을 읽는 데 익숙해졌다. “오늘도 잡지를 읽다가 밤을 새워버렸다. 언젠가 한번 펼쳐본 것이 화근(?)이 되어, 이제 읽기 시작하면 꼭 밤을 새우게 된다. 금쪽같은 나의 시간을 빼앗아가는 <한겨레21>은 내게 적이 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든다. 어쨌든 읽을거리가 풍성한 것은 분명하다.” 이씨는 독자엽서에 빽빽이 이런 사연을 적어보냈다. 도대체 잡지의 어떤 매력이 그를 사로잡은 것일까.
이씨는 <한겨레21>을 읽으면서 신문에서 알지 못했던 것들을 깨달을 수 있었다고 한다. 매일 그만그만한 기사가 실리는 일간지와는 달리 좀더 생생하고 자세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좋단다. 특히 정치, 경제 등에 치우쳐져 있는 다른 주간지와는 달리 실생활에 관련된 정보들을 접할 수 있어 매주 잡지를 들고 ‘철야작업’을 한다. 최근 353호에 실린 ‘로맨스 그레이’ 관련 표지이야기도 그의 관심을 끈 기사 중 하나다. “정치경제 위주로 지식을 쌓고 일하는 사람들은 그런 쪽에 관심이 많겠죠. 하지만 저는 이과 출신이거든요. ‘노인의 성’과 관련된 기사들은 모두의 공통된 관심사여서 좋았어요. 아직까지 ‘노인들이 무슨 주책이야’ 하는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많거든요.” 그 외에 최근 인상깊었던 기사는 양심적 병역거부자 관련 기사이다. 훈련소 시절 집총을 거부한 여호와의 증인들을 목격했지만 그땐 이해가 되지 않았다. 나이를 좀더 먹고 기사를 통해서 그들의 현실을 생각해보니 많은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단다.
이씨는 ‘독실한’ 화학도였다. 화학과 석사과정을 마치고 “내가 할 일을 열심히 하면 세상은 잘 돌아간다”는 신념을 가지고 화공약품 회사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실험과 현장의 괴리는 엄청난 것이었다. 방독면까지 쓰고 독성이 강한 약품을 다루는 일은 그런 대로 참을 수 있었지만 폐기물을 쓰레기장에 버리거나 배수대에 흘려보낼 때는 심한 회의가 들었다. 결국 그는 다른 삶을 모색하기 위한 시간을 갖기 위해 생활관 조교일을 시작했다.
밤에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가 ‘한잔 걸치고’ 오는 학생들, PC방에 가기 위해 3층에서 배수관을 타고 내려가는 ‘곡예’를 펼치다 다리가 부러진 학생들…. 그의 삶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가끔 사무실에 찾아와 어렵게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는 학생들을 보면 갑자기 마음이 푸근해지고 행복을 느낀다. 지금 그는 그런 ‘행복’ 속에 살고 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밤에 기숙사를 몰래 빠져나가 ‘한잔 걸치고’ 오는 학생들, PC방에 가기 위해 3층에서 배수관을 타고 내려가는 ‘곡예’를 펼치다 다리가 부러진 학생들…. 그의 삶은 전쟁을 방불케 한다. 그러나 가끔 사무실에 찾아와 어렵게 ‘죄송하다’는 말을 꺼내는 학생들을 보면 갑자기 마음이 푸근해지고 행복을 느낀다. 지금 그는 그런 ‘행복’ 속에 살고 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