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김영재·송기화씨
스물셋과 스물아홉. 왠지 여리고 유약해보이는 여자와 건장한 체구의 남자. 그들과 헤어질 땐 이 ‘부조화’마저도 아름답게 보였다. 몇분만 얘기해보면 어떤 사람들인지 알 수 있다. 그들은 신세대 커플처럼 발랄하지도 않고 자신을 과시하지도 않았다. 부끄러운 듯 나직하게 소곤거리는 이 연인들의 얘기를 듣고 있으면 어린이처럼 순수한 사람들이라는 느낌이 들어 듣는 사람마저도 즐거워진다.
이 커플을 만나게 된 계기는 송기화씨가 보낸 독자엽서 때문이다. 349호 표지이야기 ‘신문 vs 방송 맞장뜨다’를 읽고 정성스럽게 써서 보낸 그 엽서에는 “옛날과 다르게 이제는 진실을 나눌 사람들이 많습니다”라며 기자들을 격려하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엽서를 읽자마자 전화를 건 것은 쓴 사람의 마음이 너무도 따뜻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송기화씨는 일한 지 이제 2개월밖에 되지 않은 신참 간호사이다. <한겨레>를 열심히 구독하고 있던 그는 신문에 나온 광고가 너무 재미있어서 <한겨레21>을 구독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한겨레21>을 보고 있는 이유를 묻자 “기사들이 내 생각과 똑같아서요”라며 수줍게 웃는다. 특히 언론개혁을 외치는 용기가 맘에 들었다고 한다. 이제 시작한 간호사 생활이 쉽지만은 않다. 몸이 아무리 피곤해도 환자들을 대하면 웃어야 하고 차분히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가 일하고 있는 곳은 분만실이다. 학교 실습시간에 처음으로 아이가 태어나는 모습을 보고 눈물까지 흘렸으나 지금은 다른 생각할 겨를없이 빨리 애를 받아서 닦아줘야 한다는 생각만 든다. 그에게는 이제 익숙한 일이지만 가끔 분만실에 함께 들어온 보호자들은 충격 때문에 쓰러지는 일도 있단다. 평소 사회봉사에 관심이 많았기 때문에 일을 더 익히면 시간나는 대로 의료혜택을 제대로 못 받는 곳에 가서 봉사할 계획이다.
김영재씨는 목회자의 길을 걷고 있는 독실한 기독교인이다. 신학대를 졸업하고 얼마 전까지 중국에서 선교일을 했다. 그는 대학 때부터 <한겨레21>을 읽어온 열성독자이다. 소외된 사람들의 편에 서는 기사들이 맘에 들었기 때문이다. 송씨와 김씨는 신앙으로 맺어진 사이다. 같은 교회에서 신앙생활을 해오던 차에 송씨의 순수한 모습에 마음이 끌린 김씨가 먼저 ‘프로포즈’를 했다. 김씨는 자신이 가진 것을 모두 이 땅에 돌려주는 삶을 꿈꿔왔고, 그런 일에 평생을 같이할 ‘동지’로 송씨를 선택한 것이다.
이들의 앞길에는 어려움도 있다. 사윗감에 대해 송씨의 부모님이 나이도 많고 진로도 불투명하다며 마뜩치 않게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애인의 부모님께 드리는 말씀을 지면에 남기겠다고 하자 김씨의 얼굴이 환해졌다. 그는 마치 장인·장모님이 앞에 계시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이런 말을 남겼다.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그것은 하나님과 인간과의 사랑, 그리고 사람과 사람과의 사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변하지 않는 사랑을 가지고 열심히 살아가겠습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