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대학생 전지연씨
지난호 ‘독자와 함께’에 어느 독자의 안타까운(?) 사연이 소개된 적 있다. 손꼽아 기다리던 수요일, <한겨레21>을 가판대에서 사기 위해 달려가던 순간, 잡지를 받치고 있던 유리판에 엄지발가락을 찧어 한동안 절뚝거리며 다녀야 했던 독자다. 도대체 얼마나 <한겨레21>이 보고 싶었으면 그런 어이없는 실수를 했는지 궁금증을 참을 수 없었다. 이 성미급한 독자를 그가 사는 기숙사 근처 커피숍에서 만났다.
“다친 데 또 다쳤어요.” 발은 다 나았느냐는 질문에 이런 대답을 하며 함박웃음을 터뜨리는 동국대 행정학과 3학년 전지연씨. 그가 잡지를 보기 시작한 지는 6주밖에 되지 않았지만 이내 열광적인 팬이 되었다. 사회를 많이 알아야 한다는 교수님의 말씀에 시사주간지를 보면 특별히 중요한 것만 추려서 볼 수 있겠다고 생각하여 <한겨레21>을 사보기 시작했다. 그가 특히 관심을 가지고 보는 것은 정치면이다.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제대로 설명해줄 수 있는 난이기 때문이다. “전에는 몰랐는데 잡지를 보다보니 확실히 논조가 다르다는 걸 느꼈어요. 흥미로웠죠.” 잡지에 대한 불만은 별로 없지만 패거리주의나 정치자금 같은 문제를 심도있게 다뤄줬으면 좋겠다고 한다. 또한 너무 국제적인 문제에 지면을 많이 할애하지 말고 우리 사회의 문제에 집중해줬으면 좋겠다고 주문한다.
전씨의 고향은 전남 순천이다. 삼남매의 막내딸로 태어나 대학에 입학하면서 처음으로 서울 땅을 밟았다. 행정학과를 선택한 이유는 졸속행정이 판치는 우리 사회의 현실을 개혁하는 데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고 싶어서이다. 졸업을 하면 평생 행정직에 몸담고 싶은 게 희망이다.
그가 3년 내내 살고 있는 곳은 ‘남도학숙’이라는 주로 남부지역 학생들을 위해 정부의 지원금을 받아 지은 기숙사이다. 기숙사에 있다보니 값이 싸 금전적인 부담을 덜 수 있지만 그만큼 어려운 점도 많다. 아침 6시마다 기숙사생들이 모두 모여 체조를 하는데, 각자에게 체조점수를 매겨 일정 점수 이상을 받아야 기숙사 생활을 계속 할 수 있다. 가끔은 체조가 하기 싫어 새벽 5시50분쯤 기숙사를 나와 학교에 가기도 한다. 또 한달에 한번쯤 있는 위생검사를 준비하는 것도 귀찮은 일이고, 장학사 눈치보며 방에 모여 ‘스릴을 만끽하며’ 술잔을 기울여야 하기 때문에 자유롭게 술마시는 친구들이 부러워지기도 한다. 도대체 기숙사비가 얼마냐고 묻자 월 12만원에 숙식을 다 해결할 수 있단다. 전씨는 넉넉지 않은 살림에 학비는 몰라도 용돈이라도 벌어야 하기 때문에 안 해본 아르바이트가 없을 정도다. 과외는 기본이고 학교에서 모집하는 근로장학생, 음식점 서빙 등 3년 동안 아르바이트로 잔뼈가 굵었다.
졸업이 얼마 남지 않은 시점에서 요즈음 그의 가장 큰 화두는 취업이지만, 전공공부엔 관심없고 토플, 토익, 고시 준비에 열을 올리는 친구들을 볼 때마다 힘이 빠지기도 한다. 이 시대 대학생들의 초라한 자화상이 서글프게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찌감치 행정에 뜻을 두고 한 우물을 파고 있다는 그의 말에서 한 줄기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