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관호 대전시 동구 성남2동
<흥부전>에는 놀부라는 욕심 많은 형과 흥부라는 마음씨 착한 아우가 등장한다. 형에게서 쫓겨나 어렵게 살아가던 흥부는 어느 날 다리 다친 제비를 구해준다. 이듬해 제비는 박씨 하나를 갖다주는데 이게 그야말로 현대판 로또보다 더한 ‘대박’이다. 이런 일이 일어나기 전, 흥부는 됫박쌀이라도 얻을 요량으로 놀부의 집을 찾아가지만 형수로부터 주걱으로 귀싸대기를 얻어맞는 수모를 당한다. 그렇지만 그 주걱에 붙어 있는 밥을 하나라도 더 뜯어먹을 욕심에 흥부는 형수에게 나머지 한쪽 뺨마저 내민다.
이같이 밥을 푸는 주걱이 흥부에겐 눈물의 주걱이지만 우리 집에 걸려 있는 주걱은 그 의미가 자못 심상치 않다. 이 주걱은 내가 초등학교 저학년 때 아버지께서 어떤 관광지에 가셨다가 사 온 것이다. 공부는 잘했다지만 집안이 불우해 너무도 일찍 소년 가장이 된 아버지였다. 그래서 고작 초등학교만 마치고 학업에서 손을 떼셔야 했다. 그런 속내가 작용했던 탓일까. 아버지는 나와 여동생의 교육적 지원이라면 물불을 안 가리고 최선을 다하셨다. 우리가 공부에 등한시할라치면 아버지는 사진 속의 이 주걱을 가리키며 거듭 강조하셨다. “공부할 때 고통은 잠깐이지만 못 배운 고통은 평생 간다는 말은 추상적인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아비의 현실을 웅변한다.” 그랬다. 아버지는 많이 배우지 못하셔서 지금도 비정규직의 가파른 능선을 넘고 계신다. 공부가 잘 안 될 때마다 저 주걱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그리고 우리 남매를 위해 노심초사하는 부모님을 떠올렸다. 그 결과 나는 국립대학의 장학생으로 합격해 진학했고, 동생 또한 명문대학에 진학할 수 있었다. 형수의 주걱은 흥부에게 가난하고 슬픈 현실을 되씹게 하는 단서였을지 몰라도, 우리 집에 여전히 걸려 있는 주걱은 나와 내 동생에게 부단한 노력을 강조한 모티프였기에 나는 지금도 이 주걱을 정겹게 바라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