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미숙
새해 들어 집안에 굴러다니는 잡다한 물건들을 정리하는 데 하루가 꼬박 걸렸다. 옷가지를 비롯해서 아이들 책도 학년이 바뀌었으니, 종이상자에 들어갈 것과 책꽂이에 꽂혀야 할 것들을 구분했다. 버릴까 말까 하는 물건들은 왜 그리 많은지 눈 딱 감고 대범하게 버리자고 마음을 먹어도 그게 쉽지 않다. 서랍장 구석구석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잔뜩 쏟아낸 물건들을 하나씩 정리하는데 헝겊에 싼 뭔가가 손에 잡힌다.
“어머, 이게 여기서 나오네!” 작은 귀고리였다. 귀를 뚫지 않고도 나사를 조여 귀에 걸 수 있는 귀고리. 손으로 만지작거리다가 나는 두 귀에 귀고리를 했다. 거실엔 고등학생인 큰애와 초등학생인 작은애가 있었다.
“얘들아, 엄마 귀고리 어떠니?” 귀고리를 한 엄마를 보면서 두 애들이 서로 킥킥대며 웃었다. 엄마가 왜 안 하던 ‘짓’을 하느냐는 눈치다. 나는 귀고리를 빼서 아이들에게 보였다. 귀고리를 받고 설레던 마음이 그대로인 나와 달리 아이들은 시큰둥하다.
“너희는 이게 얼마나 오래된 건지 아니. 너희 아빠랑 만나고 다닐 때 아빠가 엄마한테 사준 거야. 결혼 전이니까 19년이 됐다, 호호! 근데 이 귀고리를 그때 얼마에 주고 샀는지 알아?” “별로 안 줬을 것 같아. 품질도 그다지 신통찮아 보이고, 얼마에 샀는데?” 작은애가 궁금해했다. 19년 전 그 귀고리 값은 500원이었다. “어쩐지 촌스럽더라!” 남편과 한창 열애 중이었던 그 시절. 귀고리는 서울 노량진역 근처 리어카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그가 내게 사준 것이었다. 애인의 집 근처에서 헤어지기는 싫고 뭔가 사주고는 싶은데, 공부하는 학생이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귀고리에 박힌 푸른 알은, 내게 건네던 쑥스러운 그의 표정 같다. 촌스럽고 볼품없는 귀고리는 언제까지 간직할 귀한 나의 보물이다.

“너희는 이게 얼마나 오래된 건지 아니. 너희 아빠랑 만나고 다닐 때 아빠가 엄마한테 사준 거야. 결혼 전이니까 19년이 됐다, 호호! 근데 이 귀고리를 그때 얼마에 주고 샀는지 알아?” “별로 안 줬을 것 같아. 품질도 그다지 신통찮아 보이고, 얼마에 샀는데?” 작은애가 궁금해했다. 19년 전 그 귀고리 값은 500원이었다. “어쩐지 촌스럽더라!” 남편과 한창 열애 중이었던 그 시절. 귀고리는 서울 노량진역 근처 리어카에서 가던 길을 멈추고 그가 내게 사준 것이었다. 애인의 집 근처에서 헤어지기는 싫고 뭔가 사주고는 싶은데, 공부하는 학생이 무슨 돈이 있었겠는가. 귀고리에 박힌 푸른 알은, 내게 건네던 쑥스러운 그의 표정 같다. 촌스럽고 볼품없는 귀고리는 언제까지 간직할 귀한 나의 보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