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행운의 부부’가 아이에게

349
등록 : 2001-03-06 00:00 수정 :

크게 작게

이주의 독자/ ‘리오’ 행운의 주인공 권오현, 황경희씨 부부

얼마 전 권오현(39)씨는 직장으로 배달된 <한겨레21> 346호를 뒤적이다 자신도 모르게 소리를 지르고 말았다. “헉!” 하는 소리에 놀란 동료들이 무슨 큰일이 났는 줄 알고 몰려들었다. 왜 그러냐는 질문에 권씨는 한동안 대답을 하지 못한 채 지면을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퀴즈큰잔치 당첨자 발표란 첫머리에 그의 이름이 있었기 때문이다. 축하한다고 어깨를 도닥거리는 동료들에게 일일이 인사하며 정신을 차린 그는 곧바로 아내에게 전화를 걸었다.

사실 그가 행운의 주인공이 된 데에는 만삭인 부인 황경희(31)씨의 공이 더 크다. 물론 권씨도 도와주긴 했지만 가장 풀기 어려운 3단계 낱말맞추기 문제를 황씨가 거의 다 풀었기 때문이다. “다른 해보단 문제가 쉬운 편이었어요. 그래도 낱말맞추기는 사전없이 풀기 힘들죠.” 황씨는 남편이 출근하면 서점에 달려가 주위의 시선도 아랑곳하지 않고 몇권의 국어사전을 펴놓은 채 문제풀기에 열중했다. 당첨자 발표만 학수고대하던 황씨는 남편이 전한 희소식을 듣고 역시 믿겨지지 않았다고 한다.

“올해 토정비결이 좋더니, 좋은 일만 생기네요.” 당첨의 기쁨이 가실 만도 한데, 황씨는 아직도 싱글벙글이다. 그에게는 축하받을 일이 많다. 퀴즈큰잔치에서 자동차를 상품으로 받은 것 이외에도, 곧 첫아이가 태어나게 된다. 더구나 ‘이주의 독자’로까지 선정되었으니, 그의 입가에 웃음이 가시지 않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한겨레> 창간주주이기도 한 권오현씨는 <한겨레21>의 창간독자다. 구독 이유를 물어보자 특별한 구독 이유는 없고, 창간주주로서 당연히 봐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란다. 권씨가 가장 좋아하는 난은 시사SF, 정치면, 음식이야기 등이다. 잡지를 받으면 뒤에서부터 읽는 버릇이 있다고. 황경희씨는 최근 읽은 ‘군내 성폭력’을 다룬 성역깨기가 인상깊었다고 한다. 여성이라면 당연히 관심을 갖고 읽게 되는 기사였다며, 앞으로도 ‘남들이 못하는 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당부한다.

나이차가 8살이나 되는 이 부부는 권씨의 군대 고참의 소개로 처음 만났다. 고참이 살던 동네에서 반장일을 맡아하고 있던 분이 바로 황씨의 아버지였는데, 제대 뒤에 우연히 만나게된 그 고참이 황씨를 소개해준 것이다. 권씨는 “내가 군대있을 때 아내는 고등학생이었죠. 그때만 해도 이렇게 같이 살게 되리라곤 꿈에도 생각 못했어요”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이 부부와 이야기하고 있으면 서로를 깊이 사랑하고 있다는 느낌이 ‘팍팍’ 와닿는다.


현재 이들의 가장 큰 고민은 아이의 이름을 짓는 것. ‘작명론’에 대한 책까지 사서 서로 토론을 하고 있다. 아이가 자라면 ‘이주의 독자’ 기사를 보여주며 ‘자랑’할 생각이란다. 아이에게 남길 말을 부탁한다고 하자, 황씨는 이런 ‘정답’을 내놓는다. “얘야. 건강하고, 남에게 피해주지 않고, 올바르게 살아라.”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