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새내기 대학생 이희진씨
“도대체 누구지?”
퀴즈큰잔치 응모엽서와 함께 342호를 보내온 독자가 있다. 담당기자가 건네받은 그 잡지에는 여백마다 빽빽이 읽은 소감이 적혀 있었다. “나는 지금 전문대에 진학하는데, 명문대에 진학하지 못하면 이땅에서 살아남을 수있는가. 내 주변의 사례를 보면 안타깝다.”(논단 이민3) 등의 감상도 있고, 사전을 찾아 어려운 용어의 뜻을 풀이해놓은 것도 있었다. 거의 모든 기사에 대해 빠짐없이 ‘독후감’을 쓰는 열성독자는 과연 누구일까. 독자면 담당자로서 궁금증을 참을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 그래서 서둘러 이 ‘문제의 독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새내기 대학생 이희진(19)씨가 <한겨레21>을 읽기 시작한 것은 고3 담임선생님 때문이다. 평소 잡지를 자주 읽고 수업시간에 활용하던 담임선생님 덕택에 자연스레 <한겨레21>과 인연을 맺게 되었다. 잡지를 받으면 통역사가 꿈이기 때문에 ‘움직이는 세계’를 빠짐없이 읽는다. 그는 올해 중국어과에 합격했다. 중국어를 선택한 이유를 묻자 중학교 2학년 때 중국어 노래를 듣고 너무 좋았기 때문이라며 웃음을 터뜨린다. 앞으로 통역사가 되어 사회에 봉사할 예정이란다.
수능시험도 치렀고, 대학에 합격했으니 이제 한가하게 놀러다닐 법도 한데, 이씨는 어느 때보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는 ‘촛불 하나’라는 봉사단체를 만들어 환경감시 등의 활동을 해왔다. 그가 이 단체를 결성하기로 마음먹은 것은 고2 때 TV에서 재미동포 시민운동가인 대니서의 활동을 보고난 뒤부터다. 그러나 ‘촛불 하나’를 결성하게된 구체적인 계기는 인기그룹 god이다. “god를 좋아하는 친구들의 모임에서 출발했죠. 팬클럽끼리 싸우거나 독극물 음료수까지 주는 극단적인 태도를 자제하고, 사회를 위한 활동을 한다면 우리가 좋아하는 스타들의 이미지도 좋아지지 않겠어요?” 현재 ‘촛불 하나’가 활동에 중점을 두고 있는 문제는 식품의 과대포장이다. 특히 쿠키류는 먹고 나면 쓰레기만 될 포장이 너무 많다. 그래서 식품회사에 항의편지를 보내고 소비자들의 의견도 모으고 있다.
그의 부모님은 지금 별거중이다. 폭력적인 아버지 때문에 가족들이 매우 고통받았다고 한다. 그래서 서른이 넘으면 ‘여성의 집’ 같은 시설을 만들어 고통받는 여성을 위한 활동도 해보고 싶단다. 이씨는 남에게 이야기하기 힘든 이런 가정사를 솔직히 털어놓을 뿐 아니라 기사로 써달라고 부탁까지 했다. “이런 이야기를 하는 건 다른 청소년들도 자신의 고민을 솔직히 털어놓고 연대해서 대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에요.” 바쁜 와중에도 청소년 상담요원으로 자원봉사 활동을 하고 있는 것은 이런 이유 때문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