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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인연’을 소중히 여기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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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2-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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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회사원 이종찬씨

“<한겨레21>이 없어지지 않는 이상 영원히 구독할 거예요.”

창간호부터 한권도 빠지지 않고 차곡차곡 쌓여 있는 <한겨레21>. 이종찬(41)씨의 재산목록 1호다. 물론 잡지가 폐간될 가능성은 전혀 없으니 그의 ‘수집벽’은 평생 계속될 것 같다.

친구의 권유로 창간호부터 구독을 시작한 이씨는 내용이 다양하고 보기가 편하다는 점에 매력을 느껴 구독을 이어오고 있다. “원래 수집하는 습성이 있어요. 잡지를 모으다보니, 오래 전에 일어난 일들을 다시 찾아볼 수 있어서 너무 좋아요. 예를 들어 1997년에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때 정치·사회상황이 어떤지가 궁금하면 모아놓은 잡지들을 찾아보죠.” 그는 특히 최근 베트남 양민학살 관련기사가 인상깊었다고 한다. 잡지에 바라고 싶은 점을 물어보자, 구체적으로 어떤 점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껴본 적은 없으나 문화면을 더 강화해 주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이씨는 말 그대로 ‘항공사 가족’이다. 그는 현재 다국적 물류회사에서 항공화물 사업부장을 맡고 있으며 둘째동생과 제수씨는 싱가포르 에어라인, 매형은 타이 에어라인, 막내동생은 여행사에 근무하고 있다. 매형이 제일 처음 항공사에 입사하며 ‘테이프’를 끊자, 매형의 조언에 힘입어 하나둘씩 연관 업계에 입문하게 됐다. 이씨도 조경학을 전공하고 조경업에 1년간 종사하다, 매형의 조언으로 물류업에 뛰어들었다. 그는 현재 자신의 일에 대한 자부심이 누구보다도 크다. 오랫동안 대기업의 수출을 맡아오고 있기 때문에 자신이 숨은 ‘수출의 역군’이라는 것. 실제로 수출에서 대기업 화물과 항공사를 연결해주는 이른바 ‘포워딩 업체’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한다.

그러나 일을 하다보면 어려움도 많다. 항공화물 운임이 점점 높아지고, 포워딩 업체들이 난립하면서 경쟁도 치열하다. 특히 그는 영종도 신국제공항에 불만이 많다. 공항만 번듯하게 지어놨지 물류에서는 무대책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는 영종도 공항이 여행객 위주로 모든 시스템을 조성해서 화물을 운송하려면 굉장한 혼란이 빚어질 것이고, 공항까지 가는 내륙운송료도 엄청나게 비싸질 것이라 예상한다. 그렇게 되면 수출품의 가격경쟁력도 떨어지는 것이 당연하다.


경희중학교를 졸업한 이씨는 22년째 동창들과 모임을 이어오고 있다. 당시 담임선생님을 고문으로 모시고 장학금을 주거나 가정이 불우한 아이들을 지원해주는 일도 하고 있다. 나이가 들어 생활에 여유가 생기면 전원에 주택을 지어놓고 그 친구들과 평온한 삶을 살아가는 것이 꿈이라고 한다. 그는 ‘인연’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 같다. 중학교 때 친구들과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계속 연락하며 좋은 일을 해오고 있는 것도 그렇지만, 창간호부터 맺은 <한겨레21>과의 인연을 이어나가는 것도 그렇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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