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 뒤 간이역인 덕양역이 역사를 보수하면서 ‘쉬어가는 장소’를 한구석에 마련하게 됐는데, 그 당시 우리 집을 드나드시던 많은 분들이 사진기를 보고는 전시하면 더 좋지 않겠냐고 추천을 해줘 선뜻 내놓게 됐다. 어머니가 어렵지 않게 허락하신 건 역사가 친정집에서 50m가량밖에 떨어지지 않은 곳이라 그럴지도 모르겠다. 아버지가 우리 곁에 안 계신 지 상당히 오래됐지만 사진기는 항상 아버지와의 추억을 상기시킨다. 내게는 유독 어린 시절의 사진이 많다. 물론, 모두 아버지가 찍어준 사진이다. 그때 어버지는 약속하셨는데…. 아버지, 제가 벌써 다 커서 지난 2월에 딸을 낳았어요. 아버지가 약속하셨잖아요. “네가 커서 아기를 낳으면 돌사진은 내가 찍어주마”라고요. 기억나세요? 아버지, 보고 싶습니다. 지금도 신발을 끌고 몇 걸음 걸어 동네 간이역에 건너가면 우릴 향해 웃고 계실 아버지를 만날 것만 같다. 김은주 전남 여수시 소라면 덕양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