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대학생 최영자씨
“정기구독한 <한겨레21>의 첫호를 읽고 저는 유난히 들뜬 마음입니다. 진작 정기구독을 했으면 좋았을 텐데요. 가진 것을 부끄러워하지 말며, 못 가진 것을 창피하게 여기지 않는 그런 시대가 꼭 왔으면 합니다. 모두에게 희망과 진실의 목소리를 들려주는 <한겨레21>의 힘찬 도약을 부탁드립니다.”
첫 정기구독의 ‘감동’을 전하면서 기자들에게 부담감을 팍팍 안겨주는 이 독자엽서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궁금증을 해소하기 위해서라도 그를 이주의 독자로 초대하는 수밖에 없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최영자(22)씨. 그는 ‘생기발랄한 얼굴’이라는 표현이 가장 잘 들어맞는 외모였다. 덜렁대긴 하지만 하고 있는 일들도 많고, 하고 싶은 말이 있으면 거침없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는 그를 보면서, ‘신세대’라는 진부한 수식어를 붙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작 그의 관심사는 노동과 인권이라는 아주 오래된 가치들이다.
“<한겨레21>을 가판대에서 사보다 정기구독까지 하게 된 것도 우리 사회의 노동과 인권 문제를 알기 위한 ‘필독서’라고 느꼈기 때문이에요.” 정치외교학 공부를 통해 사회를 폭넓게 연구하려던 그가 대학교에 입학하자마자 민중가요패 ‘땅의 사람들’로 ‘튄’ 것은 의외다. “평소 민중가요를 즐겨부르곤 했어요. 초등학교 때부터 피아노도 배웠기 때문에 주저없이 지원했죠.” ‘땅의 사람들’이 참여한 여러 공연들은 모두 소중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동아리 창립기념공연 고사를 지내다 막걸리에 미끄러져 비싼 키보드를 박살낸 것은 지금 생각해도 웃음이 나온다고 한다. 이 ‘만행’ 때문에 동아리 출신 선배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자금을 마련해 새로 구입해야만 했다. 그는 1학년을 마치고 1년 동안 휴학을 하고 올 3월에 복학할 예정이다. 밖에서 학생운동을 객관적으로 관찰하고 싶었기 때문에 휴학을 했다는 그는 휴학중에도 기지촌 등에서 활동하며 여성 문제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미군 기지촌 여성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 우리 사회의 현실에 새로운 눈을 뜬 것 같아요.”
그는 복학하자마자 과 학생회장에 출마할 예정이다. 여성학생회장은 복학생들을 학생회에 끌어들이는 데 어려움이 많지 않냐고 묻자, 자신은 술도 잘 먹고 ‘아저씨’들과 너무 친해서 그런 걱정 같은 건 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하긴, 그의 소탈하고 붙임성 있는 태도를 보면 어느 누구도 외면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린 나이에 술을 배웠다는 최씨는 주량도 보통을 넘는다. 그렇다고 비행청소년이었다는 뜻은 아니다. 중학교 3학년 때 버스운전사인 아버지가 그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더니 “너는 술을 잘 마시게 생겼어. 하지만 술은 나한테 배워야 해”라며 술을 권했다고. 술과 술자리 분위기를 좋아하다보니 자연히 그의 주변에 수많은 술친구들이 생겨났다. 만약 그가 학생회장이 된다면 그건 ‘술의 힘’ 덕택이 아닐까.
그의 꿈은 또 조금 엉뚱하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특히 블랙코미디 같은 영화를요.” 지금은 새로운 시대의 학생운동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 지 않은 미래에 영화관에서 그가 만든 재기발랄한 영화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그의 꿈은 또 조금 엉뚱하다. “영화를 만들고 싶어요. 특히 블랙코미디 같은 영화를요.” 지금은 새로운 시대의 학생운동은 어떠해야 하는가를 고민하며 열심히 활동하고 있지만, 그리 오래 지 않은 미래에 영화관에서 그가 만든 재기발랄한 영화를 만날지도 모를 일이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