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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초등학교 때 발견한 만화가의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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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1-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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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만화가 김성군씨

“내길은 바로 이것이다”라고 믿고 사는 사람은 흔치 않다. 어쩔 수 없이 선택한 길의 중간쯤 가다보면 이내 지치게 마련이다. 어느 한순간, 마치 신의 계시처럼 평생을 바칠 자신의 길을 발견한다면, 그는 정말 운이 좋은 사람이다. 만화가 김성군(29)씨는 그런 면에서 행운아다.

그가 만화를 만난 것은 초등학교 4학년 때이다. 옆집 형이 미술숙제로 자기의 손을 스케치북에 옮겨 그리는 것을 보고 어린 나이에도 ‘강한 매력’을 느꼈고 이때부터 그림에 빠져들었다. 중학교 시절에는 하루 만에 50쪽짜리 만화 단행본을 그려낼 정도로 광적이었다. 당시 그린 만화권수가 무려 200여권. 주로 아톰, 스파이더맨, 지구종말 등의 TV만화 패러디물이나 SF물을 그려댔다. “그때 그린 만화들은 지금 한장도 남아 있지 않아요. <마징가Z> 만화책 1권과 내가 그린 만화 10권을 ‘빅딜’하기도 했기에….”

그가 본격적으로 시사만화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선배의 권유로 95년 <한겨레21>에 독자만화를 투고하면서부터다. 사실 학내 만화동아리에서 활동하며 학보사 만평도 그리고, 시위용 유인물이나 홍보물에 들어가는 만화도 많이 그렸으나 잡지에 만화가 실리면서부터 완전히 ‘전업’했다.

<한겨레21>을 구독하게 된 것도 그때부터이다. 그 전까지 가끔 가판대에서 사보던 잡지를 매주 정기구독하게 된 것이다. 자신의 만화가 실려서인지, 그가 가장 먼저 보는 난은 ‘독자와 함께’이다. 독자들의 다양한 생각과 의견들을 듣는 것이 즐겁다는 그는 앞으로 독자가 참여하고 만들어가는 코너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주문한다.

그는 햇수로 10년째 전남대 미술학과를 다니고 있다. 친구들이 그를 만나면 가장 먼저 묻는 것이 “언제 졸업할래?”이다. 학생운동을 하다보니 여러 번 휴학을 했고, 전공인 조소보다는 만화에 관심이 많아서 학업을 소홀히 했던 것은 사실이다. 최근 졸업작품까지 냈지만 이번에 졸업할 것이라 말하면 믿는 친구들이 별로 없다. 워낙 터주대감처럼 학교에 자리잡고 있다보니 오히려 졸업한다는 것이 이상할 정도다. “학교를 오래 다닌 덕분에 신세대 친구들과 함께하니 나이먹는 줄 모르고 살아서 좋던데요.”


그의 꿈은 굉장히 소박하다. 나중에 여유가 생기면 고향 근처에 조그마한 야산을 사서 조각공원과 양어장, 작업실을 함께 두고 부모, 형제, 아내, 자식들과 농장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지금 임용고시를 준비중이기 때문에 언젠가는 선생님이라는 명함이 생길지도 모른다. 그러면 그 학교 뒷산을 사서 민물양식을 할 생각이라고 한다. 고등학교 때부터 민물고기들을 잡아 팔아서 미술학원비를 댔을 정도로 가물치, 잉어의 습성을 잘 알고 있다. 그러나 만화가의 길을 포기하는 것은 아니다. 당분간 시사만화에 전념하겠지만, 농장작업실에서 근사한 역사만화를 그려볼 생각이다. “남동생은 동대문에서 재단사로 있고, 여동생은 금융업에 들어가기 위해 공부중이죠. 저는 조각을 했으니 중년쯤 돼서 남매가 다 모여 농장을 꾸려나가면 재미있지 않겠어요?”

그의 만화를 보고 싶으면 ‘김성군의 시사만평’(www.n386.com)을 클릭하면 된다. 또 올해부터는 인디툰(www.inditoon.co.kr)에서 인디만화를 동영상으로 서비스할 계획이고, ‘인터넷한겨레’에서도 만평을 연재하고 있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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