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서울 연천중학교 양호교사 문진화씨
어정쩡한 성교육은 안 하느니 못하다. 연천중학교 양호교사 문진화(28)씨는 성교육 시간이 오면 교실문을 걸어 잠근다. 아이들은 하품 나오는 성병 예방법을 듣기보다 실제적으로 부딪치는 궁금증을 해결해 주길 원한다. “선생님, 자위를 하면 정말 몸에 안 좋은가요?” “우리는 성교를 하면 안 되나요?” 문씨는 자위행위를 할 때 유의할 점부터, 왜 어린 나이에 임신을 하면 안 되는지까지 상세히 설명해준다. 예전에 비하면 놀라울 정도로 조숙하고 도발적인 아이들에게 건강한 성관념을 심어주는 일, 그것이 양호교사의 ‘성스러운 임무’ 중 하나다.
95년 직장에 갑자기 사표를 내고 간호대에 입학하기 위해 고향인 경남 거제시를 떠나 서울역에 도착했을 때 문씨는 모든 것이 막막한 기분을 느꼈다. 서울이라는 거대한 도시에서 부딪히며 살아가는 것이 쉬운 일이 아님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의기소침해질 성격은 아니었다. 새 출발을 위해 일단 세상에 대해 좀더 배워보자는 결심을 굳혔고, 그 길로 <한겨레21> 정기구독을 신청했다. 그와 <한겨레21>의 인연은 이렇게 시작되어 지금까지 한번도 끊이지 않았다. “뭐, 잡지에 대한 애정이 그렇게 깊은 것은 아니에요. 하지만 안 보면 허전하고 꼭 이웃사촌 같은 잡지죠.”
책을 받으면 그가 가장 먼저 보는 난은 ‘표지이야기’. 양호교사답게 317호의 ‘위험한 탄생’이 최근 가장 기억남는 기사라고 한다. 제왕절개 수술이 너무 쉽게 행해지는 현실에 그도 개탄을 금치 못한다.
양호교사의 길로 들어선 이유를 물어보자 그는 갑자기 어머니가 생각난다며 큰 소리로 웃는다. “엄마가 아이들에게 어떤 말을 해주는지가 아주 중요한 것 같아요. 저희 어머니는 아주 어릴 때부터 ‘진화는 간호사나 교사가 됐으면 좋겠다’는 말을 자주 하셨죠. 지금 제 직업을 보세요.” 교사로 부임한 뒤, 교육현장의 문제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고 있다. 특히 연천중학교가 있는 노원구는 결식아동들이 한반에 서너명 정도 있다. 물론 결식아동 지원비를 책정해 매점에서 점심을 사먹도록 하고 있으나 창피하다는 이유로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한달에 80만원씩 과외비를 내가며 밤늦게까지 시달리는 아이나, 점심을 먹지 못해 점심시간에 운동장을 서성이는 아이나 똑같이 연민의 정을 불러일으킨다.
방학중에도 그는 마음 편히 휴가를 떠날 짬이 없다. 교회에서 주일교사로 아이들을 가르치며 봉사활동을 해야 하고, 최근엔 풍물을 배우며 우리 문화에 대한 관심을 키워가고 있다. 그에게는 또다른 꿈이 있다. 앞으로 대학원에 진학해 상담교사 과정을 밟을 예정이다. 대화를 통해 아이들의 상처를 어루만져주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막에서도 살아갈 사람’. 그의 이미지에 가장 잘 맞는 말이다. 억척스럽게 자신의 믿음대로 살아가는 사람은 언제 봐도 아름답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