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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논술’을 위해 가판대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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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0-1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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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주의 독자/ 대학생 김장효숙씨

이번주도 어김없었다. 벌써 몇달째, 매호마다 빠짐없이 의견을 보내오고 있는 독자. 이번에는 자신을 이주의 독자로 선정해달라며 연락처까지 남겨놓았다. “도대체 누구일까”라는 궁금증에 시달리던 차에, 메일을 받자마자 연락을 했다.

부산대학교 고고학과 2학년 김장효숙씨. 그가 <한겨레21>을 구독하게 된 계기는 특이하게도 논술고사를 위해서였다. 학원 선생님으로부터 “시사주간지를 구독하면 논리력이 늘고 논술에 도움이 많이 된다”는 조언을 듣고, 가판대에서 잡지를 사보기 시작했다. 여러 시사주간지들 가운데 <한겨레21> 기사가 가장 신선하게 다가왔다고 한다. 아침 7시까지 등교해서 별을 보며 귀가해야 하는 답답한 고3 시절, 매주 가판대에서 <한겨레21>을 사는 것이 유일한 낙이었다. “대학에 들어가니까 과방에서도 잡지를 정기구독하고 있더군요. 정말 반가웠어요.”

최근 본 기사 중에서는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주자’라는 특집기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0대를 벗어난 지 얼마 안 되는 그도 “요즘 10대들에겐 이런 생각이 있었구나” 하고 놀랄 정도였다고. 매주 잡지를 꼼꼼히 읽고 분석하는 김씨가 문제로 지적하는 점은 딱 한 가지, 너무 어렵다는 점이다. “시사주간지라고 중·고등학생들이 읽지 말라는 법은 없잖아요. 기성세대들뿐만 아니라 좀더 어린 세대들도 쉽게 접할 수 있는 기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김씨는 지금 학보사에서 사회부장을 맡고 있는 기자지망생이다. 그가 학보사에 지원하게 된 것도 <한겨레21> 때문이다. 잡지를 읽으며 언론에 자신의 이름으로 된 글을 쓰고 싶은 욕망을 느껴서 입학하자마자 학보사에 지원했다. 매주 금요일 밤을 새워야 하는 힘든 생활이어서 후회할 때도 많지만, 자신의 기사를 읽고 칭찬해주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힘을 낸다고 한다. 그는 학보사 활동 외에도 페미니스트 웹진 ‘언니네’의 자원봉사 모니터요원으로도 일하고 있다. 페미니즘은 요즘 그가 가장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다. 아들없이 딸 세명만 있는 ‘딸부잣집’ 막내딸로 자라다보니 자연스레 여성의 현실에 관심을 갖게 됐다. “여성이 여성의 삶에 대해 관심이 많은 건 당연하죠.” 특히 평생 집안에만 갇혀 자식들 키우느라 고생한 할머니를 보면 안타까울 때가 많다고. 만약 기자가 된다면 우리 사회 곳곳에 내재해 있는 여성 문제들을 파헤치는 전문기자가 될 것이라고 다부지게 말한다. 그는 이 꿈에 조금씩 다가가고 있다. 학보사를 마치는 3학년이 되면 휴학을 하고 언론 아카데미를 수강할 생각이다. 특히 그가 관심을 가지는 것은 여성 문제를 중점적으로 다루는 온라인 매체이다.

김씨는 고등학교 때뿐만 아니라 지금도 <한겨레21>을 가지고 ‘공부’하고 있다. 고등학교 때 잡지를 통해 논술을 배웠다면, 지금은 기사작성 요령과 사회를 보는 관점을 배우고 있는 것이다. 앞으로 그의 꿈을 성취할 때까지 <한겨레21>이 소중한 버팀목이 될 것 같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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