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환경감시원 우종대씨
신문사 건물을 찾아온 우종대(67)씨가 내민 명함에는 “환경과 싸우는 노장”, “노장마라톤 국가대표”라는 문구가 적혀 있었다. 환경운동연합 마크가 새겨진 모자와 조끼, 여행가나 운동선수를 연상케 하는 가무잡잡한 얼굴. 그와 얘기하면서 “특이해도 보통 특이한 ‘노장’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곤 했다.
칠순을 바라보는 나이에도 우씨는 할 일이 너무 많아 고민이다. 우선, 노장마라톤 선수로서 하루도 연습을 거르지 않는다. 철도청에 근무하던 당시, 척추디스크와 결핵에 시달리면서 건강에 좋은 운동을 찾다보니 자연스레 마라톤의 길로 빠져들게 되었다. 노장마라톤 대회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으면 다리가 근질거려 어디서 열린 건 꼭 참여해야 직성이 풀린다. 마라톤 때문에 대만, 말레이시아, 일본 등 아시아 각국을 돌아다녔고, 그 때마다 입상했다고 한다.
그의 ‘주업’인 환경운동도 마라톤 때문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갈수록 대기오염이 심각해져 예전과는 달리 호흡이 잘 안 되고, 조금만 달려도 다리가 시커메지는 것을 보고 “그냥 놔뒀다간 큰일나겠구나”라는 생각에 환경운동연합 회원으로 가입했다. 우씨는 스스로를 ‘환경파수꾼’이라 부른다. 94년에 환경운동연합에서 주관한 ‘한강물감시단’의 일원으로 참여한 적도 있고, 정년퇴직 뒤에는 전국을 돌아다니며 환경파괴의 위험이 있는 곳을 발견하면 사진을 찍어 행정기관에 신고하고 있다. 물론 어려움이 없을 리 없다. “전 동네에서 왕따예요.” 환경관련 규정을 어기는 사람이나 가게만 보면 주의를 주고, 심한 경우 신고하기 때문에 그를 보면 차갑게 외면하거나 심지어 집 유리창을 깨기도 했다. 가족들도 왜 쓸데없는 일을 벌이냐며 면박을 주기 일쑤다. 그러나 그런 시련도 우씨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아마 죽을 때까지 이런 일을 할 것 같아요. 내가 살고 있는 부평만 해도 환경문제는 갈수록 심각해지는 걸요.”
그는 <한겨레21>의 창간독자다. 창간 당시 <한겨레> 주주로서 당연히 구독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잡지를 받으면 정치면부터 읽고, 환경관련 기사도 빠뜨리지 않는다. <한겨레21>에 바라고 싶은 점을 묻자 의외의 대답이 나온다. “너무 고리타분한 기사는 싣지 말고, 신세대 흐름에 맞는 잡지가 되주길 바랍니다.” 우씨는 몸도 마음도 젊게 살기 위해 노력한다. 언제라도 마라톤 풀코스를 소화해낼 만큼 체력도 젊은 세대 못지 않고, 신세대 가요나 문화도 모르는 것이 없다. 그가 항상 스스로에게 되뇌이는 말은 “나는 젊다!”이다.
취재를 마칠 무렵, 우씨는 기자에게 B4 크기의 꼬깃꼬깃 접은 종이 한장을 건네주었다. 그 종이에는 지역별 환경문제를 상세하게 분석한 내용이 자필로 빽빽하게 들어 있었다. 그중 하단에 조그맣게 적힌 문구가 유난히 기자의 관심을 끌었다. “노인들의 환경 책임을 항상 생각하자” 갑자기 이 소박한 다짐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