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의 독자/ 치과의사 이강진씨
치과의 대기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가기 싫어하는 곳 중 하나일 것이다. 치과의사가 윙윙거리는 드릴을 들이대면 속수무책으로 입을 벌린 채 자신의 이빨이 갈리는 소리를 들어야 하는 처지를 생각하면, 아무리 푹신한 소파라도 바늘방석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 치과의 대기실은 참 즐거웠습니다. 대기실에 가지런히 놓여 있는 <한겨레21>을 읽으며 시간가는 줄도 몰랐습니다.” 지난주 한 독자가 이주의 독자란에 이강진 박사를 초대해 달라며 보낸 메일의 내용이다. 매주 ‘이주의 독자’를 추천하는 메일이 들어오지만 환자가 담당의사를 추천하는 일은 아주 드물다. 더구나 치과의사라니. 어쨌든 “이제 <한겨레21>이 국민의 치아건강에도 일조하는구나” 하는(엄청난 논리의 비약이지만) 생각을 하며 ‘이강진 치과’를 찾았다.
가정집을 연상시키는 아늑한 분위기의 아담한 병원이었다. 그리고 대기실 탁자 위에는 어김없이 <한겨레21>이 놓여 있었다. 창간 때부터 잡지를 구독했다는 이씨는 어떤 잡지보다도 <한겨레21>이 가장 인간적이고 느낌이 좋다는 칭찬부터 늘어놓았다. 대기실에서 어떤 잡지를 놓아둘까 고민할 때 일반병원처럼 “두껍고 볼 것 없는” 월간지를 들여놓을까도 생각했지만 결국 “병원 이미지를 위해” <한겨레21>을 선택했다. 지금까지 환자들의 반응도 굉장히 좋다고 한다. “가장 사랑주고 사랑받는 주간지라고 생각해요.”
최근 가장 인상깊게 본 기사는 ‘베트남전 미국 비밀보고서 최초공개’라는 기사였다. 진돗개처럼 물고 늘어져 진실을 파헤치는 근성이 정말 마음에 들었다고. 또한 이 기사를 통해 누가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를 가리는 것보다는 ‘전쟁’의 비극을 다시금 깨달을 수 있었단다.
지금은 ‘본업’에 충실하고 있지만 대학 시절을 떠올리면 재시험과 연극이 생각날 정도로 전공에 관심이 없었다. 연극에 완전히 푹 빠져 지내온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보다 더 많았다. “제가 대학다닐 때 광주민중항쟁이 터졌어요. 나름대로 현실에 대해 고민도 많이 했고, 연극도 주로 사실주의 계열의 작품들을 했죠.” 졸업할 때 치대 출신의 연극배우가 될 것인가, 아니면 연극을 사랑하는 치과의사가 될 것인가 진지하게 고민했을 정도니, 이 치과의사의 연극사랑은 애호가의 수준을 뛰어넘은 것 같다.
그를 만나면서 기자가 가장 궁금해했던 점은 환자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이다. 특히나 기자처럼 ‘치과 알레르기’가 심한 환자들에게 어떤 조처를 취하고 있는지. 치과에 가려하면 마치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을 느낀다고 하자, 이씨는 “저도 딴 치과가서 치료받을 땐 그래요” 하며 웃는다. 그의 해법은 환자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질환을 설명하고, 치료비용과 앞으로의 치료과정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주며 어떨 땐 환자에게 몇 가지의 치료방법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하게 한다.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 하루 10명의 환자밖에 못 받는데, 그래도 매우 힘들다고. “원래 치과 치료 자체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건 아니에요. 우리는 보통 모르는 것에 두려움을 갖잖아요. 환자들도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거예요. 저는 환자의 알 권리를 우선시합니다.” 명쾌한 해답이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그를 만나면서 기자가 가장 궁금해했던 점은 환자의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가이다. 특히나 기자처럼 ‘치과 알레르기’가 심한 환자들에게 어떤 조처를 취하고 있는지. 치과에 가려하면 마치 도살장 끌려가는 기분을 느낀다고 하자, 이씨는 “저도 딴 치과가서 치료받을 땐 그래요” 하며 웃는다. 그의 해법은 환자와 대화를 많이 하는 것이다. 개인적인 이야기부터 질환을 설명하고, 치료비용과 앞으로의 치료과정에 대해 상세히 이야기해주며 어떨 땐 환자에게 몇 가지의 치료방법 중 하나를 직접 선택하게 한다. 하도 이야기를 많이 해서, 하루 10명의 환자밖에 못 받는데, 그래도 매우 힘들다고. “원래 치과 치료 자체가 공포스러울 정도로 고통스러운 건 아니에요. 우리는 보통 모르는 것에 두려움을 갖잖아요. 환자들도 모르기 때문에 두려운 거예요. 저는 환자의 알 권리를 우선시합니다.” 명쾌한 해답이다. 유현산 기자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