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년 뒤에 다시 봐요, 동료로…
등록 : 2000-11-21 00:00 수정 :
“전교생이 <한겨레21> 애독자예요.” 구미향(16)양이 입을 열었다. 아니, 어떻게 그런 일이? “한반에 한두권씩 정기구독을 하거든요.” 최종윤양이 덧붙인다. “한번 오면 너덜너덜해져요”, “40명이 다 돌아가면서 읽어요”, “잡지 나오고 2∼3주 걸려야 제 차례가 와요”, “독자카드는 누가 뜯어갔는지 달려 있는 걸 못봤어요”. 천안복자고등학교 1학년 동백반 기자지망생 여섯명, <한겨레21>에 대해서라면 할말들이 많다. 기자라는 직업이 뭔가 알아보기 위해 지난 11월18일 <한겨레21>에 직업탐방을 왔다가 ‘이주의 독자’로 무더기 선정되었다.
이들이 토요일 오전부터 <한겨레21>에 올 수 있었던 것은 특이한 학교에 다니기 때문. 천안복자고등학교는 토요일 수업이 없고 그 시간에 인성교육을 시킨다. 화제가 되는 책의 저자나 대학교수 등 외부강사를 초빙해서 이야기를 듣기도 하고, 독서토론을 하기도 한다. <추적60분>에도 좋은 학교의 사례로 나왔고 다른 학교에서도 많이 배워간다며 자랑이 길다. 이번주는 자기가 되고 싶은 직업을 골라 직접 그 사람들을 만나는 주다. 기자가 되고 싶은 학생들이니만큼 날카로운 질문이 많다. “기자는 정말 자유스럽게 사나요?” “윗사람이 기사 쓰지 말라고 압력넣는 일은 없나요?” 거기에 순진하지만 절실한 질문도 하나 덧붙인다. “저기… 힘들진 않나요?” 조금 수줍은 듯한 류지영양의 질문이다. 힘들면, 그래도 하고 싶으냐고 묻자 “그래도 하고 싶다”고 야무지게 대답한다.
<한겨레21>에 대해서는 “독자들이 궁금해하는 성역을 많이 파헤친다”는 게 성현지양의 과남한 평. 정치기사는 어려워서 잘 이해하지 못하지만 사회면이나 문화면 기사는 꼼꼼히 읽는다고 한다. 김양희양은 특히 두발자유화 문제가 표지이야기로 나왔을 때 열심히 읽었다고 한다. 자신들 또래의 이야기뿐 아니라 베트남 양민학살사건, 어머니를 고발한 딸 사건, 군산 매매춘 화재현장 등 최근 다룬 중요이슈는 전부 기억하고 있었다. 최근 좋았던 기사로는 <리베라 메>와 <단적비연수>를 비교한 문화면 기사를 꼽는다. 저기 그 기사 쓴 기자가 앉아 있다고 하자 종윤양이 “사인 받아야지” 하고 장난스럽게 나선다. 아쉽게도 정작 자신들과 인터뷰하는 기자의 기사는 하나도 생각나는 게 없다고. “앞으론 이름 찾아볼게요.” 권정은양이 위로한다.
만약 <한겨레21> 기자가 된다면 어떤 기사를 쓰고 싶냐는 질문에 “<한겨레21>은 왜 독도문제를 다루지 않나요?” 반문을 던진 건 독도수비대 회원이라는 성현지양이다. 인터넷으로 독도문제를 살피면서 눈물흘리기도 한다는 성양은 이 문제를 집중추적해주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연예인 특례입학 문제도 다뤘으면 좋겠어요.” 권정은양의 제안이다. 이것도 쓰고 싶다, 저것도 다루고 싶다며 의욕이 넘치던 여섯명의 기자지망생들은 “7년 뒤에 여기서 저희와 다시 만나겠네요”라고 야무지게 말을 맺고 떠났다.
이민아 기자
mina@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