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한겨레21>을 처음 접한 건 치과 대기실에서였다. 어려운 이야기로 채워진 잡지일 것이라는 선입견에 여러 번 그냥 지나치다가 오늘 펼쳐서 읽어보니 요즘 화제가 되는 이슈에 대한 기사나 따뜻한 인터뷰 등 좋은 글이 많았다. 내가 처음 접한 497호에는 요즘 여러 매스컴에서 화제가 되었던 이승연의 누드 파문과 관련된 기사가 있었다. 누드사진을 매개로 삼아 위안부 문제라는 아픈 과거를 밝힌다는 누드 제작자들의 말을 씹어보면 어느 순간 분이 차오른다.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은 말 없이 눈물만 흘린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굴절된 역사를 가진 나라에서 아픈 과거를 겪은 그분들이 여생이라도 편안히 보내시기를 바란다. 그리고 덧붙여 말하자면, 연예인은 말 그대로 연예계의 ‘얼굴’들이다. 돈 벌겠다고 함부로 옷을 벗는 행동은 자제해주길 바란다. - 정태순/ 서울시 강동구 둔촌동 ‘병역 거부’ 문제에 꾸준한 관심을 2001년 입대 전까지 <한겨레21>의 ‘독자와 함께’나 ‘이주의 독자’ 지면을 통해서 군에 대한 나의 비판적 견해를 여러 차례 피력한 바 있다. 제대한 지금도 꾸준히 <한겨레21>을 구독하고 있지만, 군 문제에 대하여 여러 차례 언급했던 과거와 달리 침묵을 지키고 있는 <한겨레21>이 참 아쉽게 느껴진다. 내가 군대에 복무한 기간에도 <한겨레21>에서 이등병 계급장을 달고 이라크 파병 반대 선언을 했던 강철민씨에 대한 기사 등을 제외하고는 ‘병역 거부’나 ‘반전평화’에 대한 기사는 찾기 쉽지 않았다. 498호의 ‘너희가 톨스토이를 아느냐’라는 글에서 박노자씨가 ‘톨스토이’의 입을 빌려 언급했듯이, 병역 거부는 지배권력이 가지는 폭력적인 성격을 세상에 드러내는 방법이다. 파병이 ‘실익’을 준다는 경제적인 관점에 따라 정당화되는 현실 속에서 ‘병역 거부’와 ‘파병 반대’의 목소리는 점점 작아질 수밖에 없지만, 그렇기 때문에 이 문제를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오태양씨를 비롯한 양심적 병역 거부자들과 파병 반대 선언을 한 강철민 이병과 관련하여 후속 취재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의견이 다른 사람들의 대담을 통해 양쪽의 차이가 무엇인지 보여주는 것도 좋을 것이다. ‘양심적 병역 거부’에 대한 문제제기와 공론화를 위해 지금까지 <한겨레21>이 다양한 노력을 기울여왔음을 알고 있지만, 더더욱 분발해주면 좋겠다. - 박재형/ 서울시 동작구 상도동 통일을 맛보는 법? 통일을 향한 발걸음은 너무 무거워도, 너무 가벼워도 안 될 것이다. 지나치게 무거우면 많은 사람들이 통일을 버겁게 느낄 테고, 그렇다고 너무 가볍게 생각하다 보면 진지한 고민 없는 통일이 되어버려 힘겨운 문제들에 부딪치게 될 것이다. 예전보다 북쪽 소식을 쉽게 접하게 된 요즈음 통일을 향한 우리의 발걸음이 한결 빨라진 듯 보이지만, 한편으로는 북쪽 소식을 전해오는 언론의 태도나 그 소식을 받아들이는 남쪽 사람들의 마음가짐에 문제가 있다고 느끼게 된다. 497호 ‘작은 통일을 맛보세요’ 기사에 실린 최유정씨의 인터뷰 ‘저에겐 약혼자가 있답니다’를 읽으며 흥분한 마음을 가라앉히기 힘들었다. 밝은 미소를 띤 그의 사진과 함께 실린 이 토막글에서는 평양관을 찾은 남쪽 남자들이 최유정씨에게 하는 농담들을 담고 있는데 그곳까지 가서 그런 유치한 농담을 건네는 창피한 행동은 그렇다 치더라도 농담 내용을 상세하게 다룬 기사에는 말문이 막혔다. “남쪽에서는 여자들이 남자를 계속 바꾼다” “역시 북쪽 처녀들은 주체가 서 있다” “정말 남쪽 처녀들은 이 사람하고 연애하고 저 사람하고 연애하고 그럽니까?” 등의 발언은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 모든 여자들이 한 남자에게만 순정을 바치고 순결하기를 바라는 강박관념이 아직도 남쪽 남자들에게 남아 있다는 것을 모르는 바는 아니지만, 진보지임을 내세우며 언론을 선도한다는 <한겨레21>에서 이런 구태의연한 생각에 가치를 두고 기사로 내보내다니 안타까운 일이다. 북쪽 여성 응원단의 미모에만 관심을 쏟던 언론의 단순한 시선들이 이제 남자들이 바라는 이상형을 지켜주는 데까지 돌려진 것인가. - 김이미랑/ 서울시 영등포구 대림동 씁쓸했던 기자회견 광경 498호의 이슈추적 ‘여성을 놀린 여의도 사기극’을 잘 읽어보았다. 여성광역선거구제를 놓고 아이들 장난치듯 처리하는 국회의원들의 행태를 잘 알 수 있었다. 국민을 대표한다는 국회의원들이 자신들의 처지만 생각하고 중요한 현안을 안이하게 다루는 것을 보면서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오늘 낮에 구산역 근방을 지나가다가 안타까운 일을 목격했다. 이후 확인한 내용이지만 역 주변에 있는 이재오 정개특위 위원장의 사무실 앞에서 민주노동당 당원들이 이재오 위원장의 ‘립 서비스’ 발언을 비난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었다. 잠시 지켜보고 있는데 갑자기 경찰 10여명이 들이닥치더니 다짜고짜 그만하라고 하였고, 고성이 오가면서 기자회견은 난장판이 되었다. 민주주의 국가라는 대한민국에서 국회의원의 잘못을 지적하는 기자회견이 경찰의 무조건적인 제지를 받아야 한다니 참으로 씁쓸한 일이 아닐 수 없다. - 박정호/ 서울시 종로구 동숭동 지도자에게 필요한 덕목은 498호 ‘탁신의 머리는 닭의 머리인가’라는 기사를 읽었다. 사스보다 더 인류에게 위협적이라고 할 수 있는 조류독감이 아시아를 비롯한 전 세계를 공포에 떨게 하고 있다. 지난 사스 대재앙 때 중국 정부가 그랬던 것처럼, 이번 조류독감 역시 타이 정부의 은폐와 미온적인 초기 대응이 사전에 막을 수 있는 폐해까지 불러온 것이 아닌가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국경 없는 글로벌 문화, 수출입 장벽이 따로 없는 세계에서 각 국가의 지도자는 자국 경제의 실리 이외에도 전 인류의 번영과 평화를 모색할 수 있는 자질을 함께 갖춰야 한다. 권력에 집착하여 기득권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을 희생시키는 식의 독재자적 발상은 민주사회를 역행하는 것이다. 이번 타이 조류독감 사태에 대처했던 타이 정부와 탁신 총리의 행동은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권력유지와 국가이익을 위해선 국민의 피해 따위는 아랑곳하지 않는 태도는 파란과 오욕으로 점철됐던 우리나라의 지난 군사독재 정권 시절의 모습이 재현된 느낌마저 든다. -유재범/ 대전시 중구 문화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