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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491호를 보고

493
등록 : 2004-01-1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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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교육은 상류층의 돈놀음?

예체능계 입시 비리는 하루 이틀 있어온 사건이 아니다. 여동생이 유난히 성악을 좋아해 성적은 지방대에 무난히 합격할 정도였지만, 예술적 재능이 아까워 레슨을 시켰다. 그때 말로만 듣던 막대한 레슨비를 실감하게 되었다. 고등학교 선생님의 조언대로 한 대학 시간강사로 이탈리아에서 벨칸토 창법을 이수한 유학파 선생님에게 레슨받았고, 한번 갈 때마다 주는 비용은 <한겨레21> 취재대로 10만원대였다. ‘새끼선생’인 교수님의 레슨을 받기 위해 지방에서 기회도 없는 걸 억지로 알음알음 만든 것이었지만, 비용이 너무 많이 들어 결국 포기했다. 당시 레슨을 따라다니며 물어본 바, 만약을 모르니 합격 조건으로 약 2천만원 정도를 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는 충고였다. 마침, 음대 비리사건도 터졌다. 음악원 입시 부정 논란을 다룬 특집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다. 입시철이라 하여 ‘눈도장’을 겸한 레슨비, 선수금 등으로 300만원 이상 버는 기형적 레슨이 없어져야 한다. 어려서부터 무상으로 악기를 가르치는 오스트리아, 영재를 선별해 장학금을 주어가며 유명 교수의 레슨을 받게 하는 줄리어드음대 과정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일반교육은 책만 열심히 보아도 과외 안 받고 명문대에 합격할 수 있지만, 경험자로부터 전수받지 않으면 안 되는 성악의 경우는 레슨비를 감당 못한다면 재능도 소용없다. 입시철만 되면 고가의 레슨을 받아야 하는 기형적 파벌 늘리기 예능 정책을 없애고, 교육부에서 심사위원을 학교간에 임의적으로 선발하여 가능성 있는 영재를 발굴해야 한다. 한국 예능 교육이 시집 잘 가는 조건을 만드는 상류층의 돈놀음이 되지 않길 빈다. - 김혜선/ 광주시 남구 주월1동

취업난과 이공대생의 비애

새해기획 ‘열려라 취업문’을 읽는 마음이 그리 편치만은 않았다. 아직 3, 4년간의 유예(?) 기간을 갖고 있는 나이이기는 하지만 “장기화된 경기침체로 청년실업이 40만이 육박하는 시대에”라는 문구가 가뜩이나 취업이 어렵다는 공대 전공인 나에게는 남 얘기 같지가 않다. 좀처럼 풀리지 않는 경제에 대해 기업은 정부를 탓하고, 노사관계를 부정하며, 덩달아 정부는 확고한 방향을 정립하지 못한 채 우왕좌왕하고 있는 현실이다. 한 가지 의문은 지금의 취업난을 과연 남의 탓으로만 돌릴 수 있는가 하는 것이다. 중소 제조업체의 사장들은 인력을 구하지 못해 사방팔방 뛰어다니고 있는 실정이고, 앞으로 10년 이내에 이공계 인력이 바닥나리라는 예상이 여기저기서 들려오는 것을 보면 정작 취업을 준비하고 있는 우리 젊은이들에게도 어느 정도의 문제점은 있지 않나 싶다. 자신의 분야에서 최선을 다하기는커녕 대기업만을 추종하다시피 하는 분위기, 취업난을 비켜갈 수 있고 안정된 전문직과 고소득을 보장해주는 의대를 비롯한 치대, 한의대를 좇는 사람들의 증가는 취업난을 더욱 가중시킬 뿐만 아니라 세계 속의 경쟁에서 뒤처지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뒤늦게 정부는 이공대생의 장학금을 신설하고 이공대 공무원 인력을 늘리는 등의 우대정책을 펴고 있지만, 편협한 정책일 뿐이다. 정부는 이공대생들이 자신의 전공을 살릴 수 있는 기회를 충분히 제공해야 하며, 취업을 준비하는 이들 역시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에서 최선을 다해 그 분야에서 최고가 되는 길을 택해야 할 것이다. - 원호섭/ 경기도 안산시 상록구


부시의 엉터리 프리즘

491호가 내 앞에 놓이기 전까지 새해 첫호는 어떤 내용이 담길 것인가 매우 궁금했다. 평화, 희망, 살림의 세상을 꿈꾸는 글들로 가득 차기를 기대했지만 전체 기사가 약 82쪽이라면 전쟁에 관련된 기사는 30쪽이나 되었다. <한겨레21>은 전쟁으로 새해를 시작하여 2004년의 암울한 먹구름을 예견하는 예민함을 보여주었다. 부시와 네오콘들의 정책이 북핵 문제의 해결방안을 한반도 평화와 세계 평화라는 큰 틀이 아니라 ‘부시의 재선’에 두고 있다는 내용을 읽고 북핵 사태가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임을 예상할 수 있었다. 부시는 오로지 미국의 이익이라는 프리즘을 통해서만 세계를 바라보는 눈을 가지고 있다. 원래 프리즘이란 세상에는 다양한 색깔이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부시의 ‘미국 프리즘’은 흑과 백이란 두 색만 존재한다. 그의 눈이 색깔을 구별하는 능력을 상실한 것인지, 미국 프리즘은 흑과 백만 보이는 특수한 프리즘인지 모르겠지만 왜곡된 색깔의 구별 방법은 세계를 전쟁이라는 공포에 사로잡히게 하였다. 그 정점이 이제 한반도이다. 부시의 재선은 살얼음을 걷고 있는 한반도에 떨어지는 불꽃이 되어 얼음을 완전히 녹이고 이 땅의 사람들이 물에 빠져 생사의 길을 넘나드는 위급한 상황을 만들 것이다. 죽임의 전쟁을 끝장내고 살림의 한반도를 만들어가기 위해서 우리가 할 일은 부시의 어떤 위협에도 갈라지지 않는 견고한 얼음의 토대를 만드는 것이다. 부시의 전쟁 놀음을 더 이상 허락할 수 없는 2004년이 밝았다. - 김동수/ 경남 진주시 하대동

한복 입은 대통령의 세배

해마다 설날이나 추석이 되면 방송에서 덕담을 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인기 연예인이나 방송인들이 다소곳이 한복을 입으며 절을 하는 모습을 보며 참 아름답다는 생각을 가졌다. 이제 며칠 지나면 설날이다. 대형 매장과 백화점, 그리고 홈쇼핑에서는 벌써 설날 특수를 기대하며 많은 상품이 쏟아져나온다. 이번 설날에도 각 방송사마다 국민들에게 세배를 올리는 장면을 보여줄 것이다. 새해 첫인사에 대통령도 국민들에게 세배하는 모습을 보여주면 어떨까. 이왕이면 노무현 대통령과 권양숙 여사, 그리고 3부 요인이 함께 세배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이날만큼은 대통령도 한복 입고 지내는 모습을 보고 싶다. 우리나라 지도자들이 한복 입는 모습은 정말 보기 힘들다. 노 대통령도 당선자 시절에는 두루마기를 걸쳐 입은 모습을 볼 수 있었으나 그 이후로는 늘 딱딱한 양복만 입었던 것 같다. 취임식 때 한복을 입고 나왔더라면 더욱더 좋았을 뻔했다. 국민을 진심으로 섬기고 국민이 대통령이다라는 신념을 버리지 않았다면, 이번 설날에 국민들에게 세배를 올리는 것도 괜찮은 방법일 것이다. 그리고 그 전통이 관례로 남아 해마다 설날이 되면 방송에서 대통령과 3부 요인이 세배를 올리는 모습을 보여주었으면 한다. 이날만큼이라도 국가의 최고 어른들에게 세배를 받는다면 국민들도 조금이나마 기가 살아날 것이다. - 이성훈/ 전남 여수시 동산동

[독자만화]

이성렬 ddiry@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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