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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노-정 충돌, 고민 좀 하셨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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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2-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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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 노동자 문제와 노-정 갈등 기사 호평… 부안사태는 왜 성의 없이 대하나

11월에 독자편집위원들에게 가장 좋은 평가를 얻은 기사는 임금피크제를 다룬 483호 표지이야기 ‘4050의 선택’과 정부와 노동계의 갈등을 다룬 485호 표지이야기 ‘얼어붙은, 너무나 얼어붙은…’이었다. ‘4050의 선택’은 고령 노동자의 실직 문제와 대안에 대한 차별성 있는 기사였다는 평이다. 위원들은 나이에 관계없이 기사를 통해 자신의 현실을 되돌아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485호 ‘얼어붙은, 너무나 얼어붙은…”은 노-정 충돌을 어느 한쪽에 치우치지 않고 객관적이고 심층적으로 다뤘다는 호평을 받았다. 또한 위원들은 부안사태를 소홀히 한 점, 환경주의적 접근이 별로 보이지 않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김옥자: 482호에서는 무엇보다 ‘김형태 변호사의 송두율 교수 관련 특별기고’가 관심을 끌었고 ‘가압류, 그것은 살인무기!’ ‘맹모, 이번엔 화교학교로?’ 등이 눈에 띄었다. 먼저 김형태 변호사의 글을 보며 ‘과연, 청산유수에 촌철살인이 이런 것이드냐’ 하는 느낌이 들었다. 또한 언뜻 선정적인 제목의 특집 ‘가압류, 그것은 살인무기!’는 평범한 한 가장이 어떻게 투사가 되고 죽음을 맞이하는지 보여주는 드라마처럼 느껴졌다. 483호에서는 표지이야기 ‘4050의 선택 - 임금피크제’와 특집 ‘꿈의 아파트여! 죽음의 아파트여!’ ‘청소년 가출의 목소리’ ‘남극 올림픽’ ‘인권영화 <여섯개의 시선>’ 등이 눈에 띄었다. 그 중 ‘임금피크제’는 이제 40살에 다가서는 나의 감회가 섞여 복잡한 생각을 하게 했다. 484호 표지이야기 4개 기사 중 특히 ‘재벌이여 엄살떨지 말라’가 좋았다. 검찰의 강도 높은 정치자금 수사를 지지하면서도 한쪽으로는 은근히 ‘경제 악영향’을 내세우며 수사 강도를 제한하려는 세력에 대한 따끔한 한마디 같아 위안이 되었다. 또한 문화면의 ‘매트릭스에 깔린 철학적 사고에 대한 고찰’도 인상 깊은 기사였다. 485호에서는 16년 전 ‘KAL기 폭파의 의혹’ ‘추미애 의원 인터뷰’ ‘천성산 단식’ ‘교육부 야망 NEIS’ ‘공짜신문’에 대한 기사들에 관심이 갔다. KAL기 폭파 사건은 <한겨레21>만의 특별함이 없는, 이미 알려진 사건들의 짜깁기로 꾸민 기사로 느껴졌다. 그리고 추미애 의원 인터뷰도 반가운 마음으로 읽었다.

김성훈: 483호 이슈추적 ‘가압류에 죽거나 말거나…’는 <한겨레21>의 색깔을 잘 보여주는 좋은 기사였다. 다만 기사에서도 이야기한 것처럼, ‘합법 파업은 어떻게 가능한가?’에 대한 의문이 남았다. 독자들에게 ‘합법적인’(현행법에서 가능한) 파업의 예나 법조문 내용을 소개해주었더라면 기사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더욱 분명해지지 않았을까. 483호 특집 ‘엄마야 누나야 이런 아파트 어때?’는 무엇을 말하려는지 잘 모르겠다. 아파트 소개 이상의 정보를 찾아보기 힘들다. 483호 창 ‘얼굴 바꾸면 인생이 필까’는 성형수술 장면을 비교적 자세한 사진으로 보여주었는데, 다소 선정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484호 특집 ‘평준화 정말 매맞을 일인가’는 기사에서 말한 대로 ‘제대로 한번 시시비비를 가려본다’는 취지에 부합하는 좋은 기사였다. 하지만 평준화된 공교육이 ‘어떻게 질 높은 공교육으로 거듭나는가’라는 부분에 대해 기사가 조금 소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482호 정치 ‘반전모임, 상황반전 불가능?’에서 단식농성 중인 임종석 의원 인터뷰 기사는 우선 편집이 잘못되었다. 기사와 사진의 배열이 이상하다. 인터뷰도 왠지 ‘하다 만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같은호 특집2 ‘외자유치 자승자박’은 ‘줏대 있는 외자유치는 불가능한가?’라는 건강한 문제의식을 제기했다는 점에서 마음에 든다. 단 기사에서 ‘줏대 있게 외자유치에 성공한’ 외국이나 국내외 기업들의 예를 소개했다면 기사의 설득력이 더 높아졌을 것이다.

△ 11월 한달간 차별성이 돋보였다고 호평을 받은 표지이야기. 위원들은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는 기사였다고 말한다.
백정필: 지난 국민의 정부에서 우리 사회는 많은 진보를 이뤘다. 환경만 빼고. 지금 참여정부에서도 많은 진보가 이루어지고 있다. 환경만 빼고. 출판계에 있으면서 환경주의 단행본을 종종 기획해서 올렸다. 그런데 좀처럼 채택되는 일이 없었다.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담론이라도, 장사가 안 되겠다 싶으면 출간을 안 한다. <한겨레21> 안에 환경주의 꼭지를 늘리자.


김종옥: 우선 좋았던 기사를 몇개 찍어본다. 482호 김형태 변호사 기고문이 절절하고 483호의 ‘4050의 선택’도 많은 생각을 하게 했고, 484호에서 ‘고교 평준화 비판논리를 비판한다’ 기사가 매우 좋았다. 특히 하나를 꼽으라면 484호의 고교 평준화 관련 기사다. 이 기사에서는 애초 분명한 논조를 잡고 그를 뒷받침하는 사실을 명확히 제시해주어서 아주 명쾌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483호 ‘폭로에 사는 찌라시 정보’ 기사는 그걸 유일한 정보수집원으로 갖고 폭로하거나 이용해먹는 쪽의 부도덕성을, 사례를 좀더 많이 인용해서 강조했더라면 좋았겠다. 485호 ‘죽음의 단식’을 읽으면서 정말 이 정부는 ‘환경’ 문제에 관해서는 아무런 의식도 없는 집단이란 생각마저 든다. 차제에 이 정부가 환경에 얼마나 무신경, 무이념, 무의식한지 1년치를 몽땅 들이댔으면 하는 생각이다. 지난주 최대의 화두는 아마 부안사태가 아니었나 싶다. 그 지경이 되도록 도대체 우리 모두 무엇을 했나 반성하게 된다. 한달치의 <한겨레21>에도 부안에 관한 기사가 없다. 가끔 친절하지 못한 편집이 눈에 띈다. 배경이 복잡하고 진한데다 그냥 기사를 박아넣어 글자를 읽는 데 어려움이 있을 때가 있다. 기사 제목들은 재미있고 맛깔나는데 기사에 붙어 있는 사진들은 그렇지 못할 때도 있다. 한해를 마무리하면서 해결되지 못한 문제들을 차근차근 짚어달라.

조일억: 482호 사람과 사회 ‘맹모, 이번엔 화교학교로?’는 현재 화교학교의 분포가 어디에 몇곳이 존재하며 평균적으로 대략 어느 정도인지를 알 수 있는 기사가 있었으면 더 도움이 됐을 것 같다. 같은호 움직이는 세계 ‘반유대주의, 너무 민감한 단어’를 읽으면서 몹시 어이없었다. 전에 10월 말 퇴임을 앞둔 마하티르 총리가 했다는 연설에 대한 강한 비판을 담은 기사를 읽었는데, 그 기사는 마하티르가 원시림에 가까운 콸라룸푸르를 현대도시로 탈바꿈시킨 장본인임에도 그를 반유대주의 성향의 사람으로 몰아갔다. 물론 그 기사의 출처는 외국 언론사였다. 기본 지식이 전무한 나로서는 아무 생각 없이 받아들였다. 이 기사를 읽고서, 왠지 모르게 ‘속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잘못 알고 있던 사실을 깨닫게 해주어서 무척 고마운 기사였다.

전미영: 482호 피터 아넷의 바그다드 통신이 좋았다. 미군은 어느새 ‘점령군’에서 ‘에덴동산의 뱀’이 되고 있는가. 파병 문제는 지지부진하고 미국은 아직도 정신을 못 차리고 있다. 참 답답한 노릇이다. 483호 김대중 도서관을 다룬 사람과 사회는 별 내용이 없는 기사라고 생각한다. 같은호 ‘남극 올림픽’은 참 마음 따뜻해지는 기사였다. 484호 표지이야기 ‘깨부숴라 검찰이여’를 읽고 준엄하게 질책하고 호되게 나무라되 변화 가능성 앞에서 따뜻한 눈길로 검찰 개혁의 움직임을 지켜봐온 <한겨레21>의 안목에 박수를 보낸다. 485호 문화면 판소리 기사가 참 좋았다. 명창 많고 소리 좋은 동네에서 자랐으면서 대사습놀이에 한번도 못 가봤다. 우리는 모르고 남이 알아보고 높이 쳐주는 우리 것이 점점 많아질수록 서글퍼진다. 이주노동자들의 암담한 현실이 마음 아프다. <한겨레21>에서 이주노동자 대책을 제시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무리한 바람일까.

박운양: 484호 표지이야기 ‘깨부숴라 검찰이여’는 시의적절함과 동시에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 기사였다. 물론 현재 국민들이 검찰에 많은 기대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고, 검찰은 국민들의 소망을 끝까지 저버려서는 안 될 것이다. 기사는 이탈리아의 마니풀리테를 예를 들면서 현재 검찰이 처한 위치, 가능성과 함께 조심스럽게 한계를 예측했다. 아쉬운 것은 처음에는 검찰의 입장에 동의하거나 침묵하던 보수언론들이 수사가 진행되면서 일제히 경제에 악영향을 준다는 논조로 돌아선 어처구니없는 모습을 함께 부각시키지 못한 점이다. 485호 표지이야기는 비록 적은 지면이었지만 민주노총의 투쟁 일변도의 노선에 대한 비판을 함께 실어서 기사의 객관성을 드러낸 점을 높이 평가하고 싶다. 특집으로 실린 ‘공짜신문, 지하철 습격’은 일간지들의 공짜신문 진출 시기에 맞추어 한번 짚어볼 만한 기사였다. 그러나 공짜신문의 영향력이 약간 과소평가되었다는 것과 인터넷 신문과 연계해서 분석해볼 수 있는 여지를 살리지 못한 점이 아쉽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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