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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파병, 계속 물고 늘어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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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10-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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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기 마지막 회의의 화두는 파병 논란… 시의적절한 표지이야기, 앞으로도 문제제기 계속해야

6기 독자편집위원회의 활동이 마침내 끝났다. 가장 높은 참여율을 기록한 6기 위원들은 마지막 회의에서도 날카로운 비판의 끈을 놓치지 않았다. 9월 한달 동안 가장 주목을 받은 기사는 476호 표지이야기 ‘파병은 미친 짓이다’였다. 일단 강렬한 표제가 눈을 사로잡았고 파병을 합리화하는 분위기가 조성되던 시점에 시의적절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일부 위원들은 기대와 달리 차별성 있는 기사가 아니었다면서 긴급 여론조사를 곁들이면 어땠을가 하는 아쉬움을 토로하기도 했다. 475호 표지이야기 ‘우리는 하나인가’도 좋은 평가를 받았다. 반면, 474호 표지이야기 ‘안녕! 핸드라이팅’은 내용 자체에는 문제가 없으나 여러 중대한 사회 현안이 걸려 있는 시점에서 왜 표지로 내세웠는지 의아스럽다는 반응이 많았다.

김옥자: 474호에서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에 뛰어든 이주현 기자는 지금까지 어떤 기자 체험보다 밝은 모습이었다. 멀리서나마 대회를 느껴보기에 모자람이 없었다. 같은호 이슈추적에서 다룬 호주제 폐지 입법 예고안은 좀더 부각되어야 함에도 대구 유니버시아드대회 등으로 인해 뒤로 밀려난 느낌이다. 미녀 응원단 운운하는 다른 언론들처럼 핑크빛 보도는 아니지만, 응원단 사진 일색인 ‘창’은 유감이었다. 솔직히 하도 많이 본 사진들이라서 <한겨레21>에서까지 보니까 좀 지겨웠다. 온통 남북 혈육의 애틋함으로 술렁이는 이번 대회에 이리저리 소외된 제3세계 나라 선수들을 보여줄 수는 없었나 늘 그렇지만 이슈추적은 그때그때 짚고 넘어가야 할 문제들을 간략하지만 핵심을 짚어내면서 알려주어 기분 좋은 코너다. 475호 이슈추적 역시 6자회담, 대검 중수부, 주5일제 등을 빼지 않고 적절하게 다룬 것 같다. 이오덕 선생님의 부고는 참으로 슬픈 일이었다. 이번 일을 통해 전우익 선생님, 권정생 선생님 등 조용히 큰 가르침을 주시는 분들을 다루는 기사가 있었으면 좋겠다. 퀴즈큰잔치의 사은품이 줄어드는 느낌이다. 자동차를 주지 않더라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코딱지만한 사은품이라도 돌아가는 협찬을 기대해본다. 이전보다 점점 알콩달콩, 잔재미들이 줄어드는 것 같다. 476호를 보면서 좀 실망스러웠다. 476호의 편집 즈음해서 태풍 매미에, 농민운동가의 자살 등 한반도 전역을 휩쓴 심각한 사건들이 있었음에도 기사에서는 갑작스런 고건 인터뷰에 아시아 네트워크의 비중이 컸던 것 같다. 태풍과 관련해 개발 지상주의에 따른 필연적인 피해를 점검하는 기사가 필요하다.

조일억: 475호 ‘유현산 기자의 학교!’는 아직도 그 방향성이나 문제제기가 와닿지 않는다. 10대들의 성생활에 대해서만 이야기하고 문제를 나열해도 공감을 얻기 힘든 것이 우리 사회인 듯싶다. 그런데 거기에 성적 소수자까지 끌어들인 것은 어떤 의미였을까? 같은호 이슈추적 ‘주5일제 이건 아니다’는 무엇이 어떻게, 또는 어떤 식으로 진행될 수 있는지 간결하게 정리돼 있어 쉽게 이해할 수 있는 기사였다. 주5일제에 대해 다시 한번 총정리해주는 기사가 나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476호 이슈추적 ‘그래도 농민은 살아야 한다’는 우리의 농촌이 변하고 있고, 선입견을 버리고 진지하게 생각하자고 제안한다. 하지만 현실이 실제 그러할까? 그렇다면 그 시간은 얼마나 필요한가? 각국의 입장과 현실과 비교분석한 조금 더 분석적이고 종합적인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같은호 문화면 ‘폐인의 힘을 아는가?’는 인터넷의 영향으로 좀더 폭넓고 대중화된 마니아 문화가 나타날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마니아 집단이 긍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현상에 대해 매우 흥미롭게 읽은 기사였다.

△ 475호 표지이야기 ‘우리는 하나인가’와 476호 표지이야기 ‘파병은 미친 짓이다’는 <한겨레21>만의 차별성 있는 시각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호평을 받았다.
제정희: 476호 성역깨기와 사람과 사회에 공교롭게도 삼성에 관한 기사가 나왔다. 역시 <한겨레21>답다는 느낌이 든다. 삼성플라자 노조가 제대로 설 수 있도록 계속적인 보도와 관심이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통일로를 읽으면서 가슴이 따뜻해졌다. 현대 비자금 수사와 정몽헌 회장의 자살로 대북사업이 어떻게 될까 궁금했는데 김윤규 사장의 인터뷰 기사를 읽으니 잘될 것 같은 희망이 생긴다. 파병에 북핵 문제에 시끄럽지만 계속 남북의 따뜻한 만남에 대한 기사가 실리면 좋겠다. 아시아 네트워크에서 본 아시아는 정말 처참했다. 그런데 계속 연재하겠다던 아체는 왜 분쟁에서 빠졌는지 궁금하다.


김선열: 475호 경제면 ‘너희가 부자를 아느냐’는 단순하게 100대 부호에 들어가거나 탈락한 사람들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 기사 말미에 삼성가가 25%, 4대 가문이 57.7%에 달해 부의 집중이 더욱 심화됐다고 정리했는데 그 근거가 매우 빈약하다. 심화됐으면 뭔가 비교시점이 있어야 하는데 그러한 내용은 전혀 없다. 기사에 보면 이러한 조사가 3년 전부터 있었는데 3년간 변화추세를 분석했으면 어떤 결론에 도달할 수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476호 ‘믿어라, 고객이 고객을 낳는다’는 영업의 달인 4명의 성공스토리를 소개한 기사인데 유형의 물건을 파는 쪽에 치중했다. 보험·증권 등 무형의 자산을 파는 쪽도 소개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최고 실적을 올린 사람들의 성공스토리는 사실 평범한 영업직에 있는 사람들에게는 별 도움이 안 된다. 핵심고객의 마음을 잡으라는 것이 이 기사의 주내용인데, 일반적으로 실행해볼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 등도 함께 소개했다면 좋았을 것이다.

김건우: 이원규 시인의 ‘책 이야기’들은 요즘 내게 많은 생각과 감동을 주고 있다. 각종 책 이야기들이 넘치는 요즘 나무를 통한, 사람의 얼굴을 통한, 백지 시집을 통한 그의 ‘책 이야기’들은 정말로 신선하다. 475호 ‘우리는 하나인가’와 476호 ‘파병은 미친 짓이다’는 짧지만 강력한 표제어에 수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한다. 또 475호 표지에 실린 북녘 처녀의 눈물 역시 무척 인상 깊었다. 474호와 475호는 표지이야기 마지막 부분에 시인과 소설가의 글을 실었다. 머리로만 이해하려던 사실들을 감성적으로 느낄 수 있게 해주었다. 그렇게 하니까 편안하게 정리되는 느낌이 들었다.

박희진: 474호 사람과 사회 ‘국산콩 두부는 싸운다’를 읽으면서 함정희씨가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좋은 생각을 실천으로 옮기면서 현실에 굴하지 않는 모습이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그런 분들이 있어야 세상이 더 살맛나는 거 아닐까? 앞으로도 이런 장한 분들을 좀더 많이 소개해줬으면 한다. 같은호 움직이는 세계 ‘동독의 추억, 상품으로’를 읽으면서 경제가 어려워질수록 추억의 상품이 더 뜬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리나라도 외환위기를 겪으면서 추억의 상품이 부각된 듯하다. 통일이 된 독일도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우리나라의 경우는 어떨까 비교해볼 수 있는 기사였다. 475호에서 표지이야기 ‘황당한 차이 넘어 하나로’는 <한겨레21>에서만 볼 수 있는 시각으로 쓴 기사다. <한겨레21>에 북한 관련 코너를 만들 생각은 없는지. 다른 매체들이 파병에 대해 침묵하거나 동조하는 상황에서 <한겨레21>이 지속적으로 강한 문제제기를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파병을 거절한 다른 국가들의 상황과 결정을 많이 알려주어야 한다.

전미영: 474호 이슈추적 ‘호주제 철폐를 통과시켜라’는 무엇보다 국회의원들 명단을 공개해서 좋았다. <한겨레21>에서 호주제 폐지의 과정을 집요하게 지켜봐주기 바란다. 같은호 문화면 ‘반갑다, 삼미야’는 독특하면서도 재미있는 기사였다. 아름다운 꼴찌 정신, 많은 사람들이 돌아보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 같은호 사람과 사회 ‘수지김 유족 손해배상 판결’은 오랜만에 속 시원한 기사였다. 42억원의 위자료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한풀이가 아닐까. 475호 표지이야기 ‘우리는 하나인가’는 모두 북쪽에서 온 미녀 응원단의 향기에 취해 있을 때 그들과 우리의 다른 점을 주목했다. 문화의 차이가 새삼스레 크게 느껴진다는 것은, 그만큼 그들의 문화를 생각해보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476호 아시아 네트워크는 정문태 기자의 말대로, 기사를 읽다보니 숨이 턱 막힐 지경이다. 정글만 없다 뿐이지, 여전히 친북과 반북, 진보와 보수, 부익부 빈익빈의 경계선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우리나라와 극우의 발톱이 날카롭게 벼려지는 일본이라고 편하겠는가. 늘 그렇지만 ‘하종강의 진짜 노동자’에서는 삶의 진정성이 보인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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