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 청문회 | 오지혜]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의 뒷이야기들… “커서가 깜박이면 너무 무서워요”
<한겨레21> 회의실에 김밥 한 상자를 배달시킨 오지혜씨. 아는 동생이 운영하는 김밥집인데, 싸고 맛있다며 ‘홍보대사’를 자처해 김밥을 돌릴 때부터 6기 독자편집위원들과의 서먹함은 눈 녹듯 사라졌다. 답변은 그의 성격처럼 솔직하고 시원시원했다. 딴따라가 자신이 좋아하는 딴따라의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의 성격이라고 밝힌 그는, “친한 사람만 만난다” “<한겨레21>의 색깔과 안 맞는다”고 지적하는 독자들에게 코너의 성격을 이해해달라고 부탁했다. 어느 때보다 밝고 유쾌했던 청문회가 끝나자, 오씨는 며칠 동안 밤늦게 들어가느라 어린 딸의 얼굴을 보지 못했다며 서둘러 자리를 떴다.
최일우: 연극, 영화, 텔레비전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시네요. 인터넷 라디오방송(<라디오21> 오지혜의 모노라디오) DJ도 하시고.
오지혜: 싼 배우는 여러 개 해야 살 수 있거든요. (웃음) 최일우: 초반에 만난 분들을 보면 정치색이 강한 분들이 많아서 우려를 했어요. 오지혜: 전 명계남씨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약간은 베일에 가려진 신비스러운 존재여야 하는데 명계남씨를 이제는 누가 배우로 보겠냐고 걱정해주시는 선배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배님은 그렇게 사세요”예요. 그런 배우도 있고 명계남씨처럼 사는 배우도 있어요. 만날 사람을 결정할 때는 꼭 정치적 성향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요. 많은 분들이 인터넷 한겨레에 글을 올리셔서 친한 사람만 만난다고 비판하시는데, 맞아요. 내가 순전히 좋아하는 사람을 내 맘대로 만나는 겁니다. 편집진이 아무런 터치 안 합니다. 이슈가 되는 사람을 찾아 만나는 것은 기자이고, 저는 딴따라기 때문에 그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읽어내고 바라보는 걸 이야기해요. 최근 근황이나 다음 작품에 관한 소식은 영화전문지나 나올 기사죠. 제정희: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한정된 시간에 인터뷰를 해야 하니, 준비를 어떻게 하시는지요. 오지혜: 사실 제가 아는 사람이라 그냥 술자리라면 만나겠는데 난데없이 붙잡고 물어보니까 쑥스러웠나봐요. 이미 친한 사람이라 컨셉트를 잡고 가지만, 부부 사이도 모르는 거 있거든요. 그거 몇개 정도 준비하고. 인터뷰 형식은 기자들과 달라요. 그냥 수다만 떨다 와요. 윤여정 선생님은 끝에 “뭐야, 이거 인터뷰 끝난 거야?” 그러시더라고요. 전 그분 팬이라서 특별히 여쭤볼 것도 없었어요. 신문 문화부의 말단 기자들이 선생님한테 야단맞는 경우도 있는데, 어머니 같은 사람한테 가서 “데뷔는 언제 하셨나요” 그러면 “집에 가서 공부 더 하고 와” 그러시거든요. 어느 정도 프로필을 알아가고 그래도 모르는 건 인터넷 들어가서 자료를 다 뒤져보고 가요.
김옥자: 유명 배우 부모를 뒀기 때문에 고생 안 하고 배우생활 하는 것에 자격지심이 있는 것처럼 얘기하시던데요.
오지혜: 그게 제 배우 인생의 큰 콤플렉스예요. 사실 저희 가족은 연극계 로열 패밀리예요. 많은 동료들이 절 질투했어요. 자기도 못지않게 열심히 하는데 나만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건 태생 때문이기도 했어요. 다른 친구들이 그런 얘기할 때는 겁부터 났어요. 이때까지는 내 것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죠. 그래서 결벽증 같은 게 생겼는데, 과했나봐요. 성지루씨나 방은진씨 등 힘들게 살아온 사람들 만나면 부끄러울 때가 많아요.
박희진: 홈페이지를 보니까 주례를 양희은 선생님이 하셨고 애 이름이 이오수린인데 여성운동에 관심이 많으신가요.
오지혜: 한번도 전문적으로 페미니즘 공부를 해본 적은 없지만 그냥 살아가면서 상식적이지 못한 것에는 싸우면서 살아왔어요. 전 싸움꾼이거든요. 그런데 페미니스트들의 사고방식 자체가 너무 짜증날 때가 많더군요. 정치도, 여자니까 그냥 밀어줘야 한다는 생각을 할 때는요. 예전에 말로만 진보적인 여성운동가들을 보면 답답하기도 했어요. 여자라서 양희은씨에게 주례를 맡긴 게 아니라 양희은씨가 제 인생의 데미안이기 때문이에요. 중학교 때부터 친했고 “결혼을 하면 아줌마한테 꼭 주례를 맡길 거야”라고 입버릇처럼 말했는데 그날이 와서 부탁드렸던 거예요. 이오수린이라는 애기 이름은 내가 34살에 첫애를 낳았기 때문에 신랑이 열몇 시간 진통하는 모습을 보더니 도저히 너 혼자 이렇게 고생하고 내 성만 붙일 수 없다고 해서 정했죠.
전미영: 항상 글들이 너무 찬사 일색이라 읽기가 거북할 때가 많아요.
오지혜: 전 어디까지나 딴따라로서 쓰는 거예요. 명계남씨에게 첫 섭외전화를 하면서 코너 이름을 묻기에 대답해줬더니 “내가 어떻게 감히 딴따라가 되냐”고 그러시더군요. 우리는 딴따라를 너무 동경해요. 그분들 만나면 당연히 딴따라이기 때문에 이해해줄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됩니다. 그리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쓰는 것이기 때문에 칭찬 일색일 수밖에 없어요.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의 컨셉트 자체를 이해해주시면 좋겠네요.
최일우: 딴따라라는 제목도 직접 생각하셨나요?
오: 네. 딴따라는 예인, 아티스트죠. 그런데 우리가 우리 입으로 아티스트라 말하기 쪽팔리니까 딴따라라고 그러는 거죠. 딴따라의 전신이 무당이에요. 무당들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는 이상 모든 게 다 열외죠. 싸워도 아파도 무당한테 가고, 무당은 의사 판사 역할을 다 했어요. 그 후신이 배우예요. 우리는 스스로를 문화의, 정신의 오피니언 리더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리의 가치관과 세계관이 일반과는 다른 곳에 있어요. 진정한 딴따라가 되는 일을 영광이라고 생각하죠. 딴따라는 기술적으로 관객을 꼬일 만큼의 끼가 있어야 해요. “너희들 우릴 딴따라라고 부르지? 그래 우린 딴따라야. 그게 얼마나 좋은 건데, 바보.” 이런 의미도 있어요. 사람들이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라고 섭외하면 기분 나빠할 사람 없냐고 물어보는데 그런 딴따라는 없어요.
조일억: 옛날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 봤을 땐 어색하다는 느낌을 많이 가졌어요. <한겨레21>의 색깔과는 많이 다른 코너라는 생각이 들었죠.
오지혜: 어떤 분들은 <씨네21>에 실릴 글이 왜 <한겨레21>에 실리냐고 질문하시는데, 그런 질문은 편집장님에게 해주세요. 전 하라고 해서 쓴 거예요. 지난해 특별기획으로 문소리씨를 배우가 만나서 같이 얘기하면 재미있겠다고 해서 썼는데 새롭다는 평가가 많았나봐요. 왜 친한 사람만 만나고 왜 <씨네21>에 실릴 글을 쓰느냐는 얘기를 들으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어요. 전 몇번을 확인했죠. 편집진이 전화하고 섭외까지 해놓으면 찾아가겠다 그랬는데 힘들게 글 쓰는 대신 자유를 주겠다고 하더군요.
조일억: 직업적으로 쓰지 않는 사람이 뭔가 쓴다는 게 부담되지 않을까요.
오지혜: 글 쓰는 것을 업으로 하지 않는 사람들이 글 쓰는 게 힘들거라고들 하지만 오히려 업인 사람들이 힘들 거 같아요. 배우가 업이 아닌 사람이 자유롭게 연기하듯. 전 이게 아니다 싶으면 글에서 언제든지 도망갈 수 있거든요. 전 자유로워요. 글 쓰는 게 녹록지는 않죠. 짧게 쓰는 게 더 어려워요. 길게 쓰라면 얼마든지 쓰겠어요. 근데 똑같은 메시지를 원고지 17장 안에 써야 하니까 힘들죠. 전 글 잘리는 게 싫어서 분량에 맞게 딱딱 보내요. 글 쓸 때는 신랑도 나가라 그래요. 커서가 깜박깜박거리면 너무 무서워요. 그래서 소설이나 시나리오처럼 뻥을 써내는 사람은 다 미친사람이구나 그런 생각이 들어요. 근데 즐거워요. 쾌통이라 그러죠. 아픈데 즐겁게 아픈 거. 그런 쾌감이 있어요. 1년 하기로 약속했으니 올해 연말이면 끝나는데, 내가 너무 좋아하는 사람들 얘기를 고백할 수 있고 이렇게 필자와 독자가 만나는 기회를 갖게 되어 너무 고마워요. 담당인 고경태 기자에게 항상 고맙죠. 이 일이 제일 즐거워요. 제가 진짜로 열심히 하거든요.
김옥자: 지금 하시는 일이 다양한데, 이런 말이 있잖아요. 모든 곳에 있다는 말은 결국 아무 곳에도 없다는 말. 저도 다양한 일을 하다보니 갑자기 붕 뜨는 느낌을 받는데, 그런 적은 없으신가요.
오지혜: 최선을 다한다 다하지 않는다의 기준은 아니고 뭐가 더 재밌다는 기준은 있어요. 만약 연기를 이렇게 여러 개 했으면 힘들었을 겁니다. 본업으로 돌아가기 전에 글 쓰는 걸 밥벌이로 했는데 굉장히 매력 있더군요. 행복한 기회라고 생각해요.
글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오지혜: 싼 배우는 여러 개 해야 살 수 있거든요. (웃음) 최일우: 초반에 만난 분들을 보면 정치색이 강한 분들이 많아서 우려를 했어요. 오지혜: 전 명계남씨를 좋은 배우라고 생각해요. 배우가 약간은 베일에 가려진 신비스러운 존재여야 하는데 명계남씨를 이제는 누가 배우로 보겠냐고 걱정해주시는 선배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선배님은 그렇게 사세요”예요. 그런 배우도 있고 명계남씨처럼 사는 배우도 있어요. 만날 사람을 결정할 때는 꼭 정치적 성향 있는 사람이 아니라 그냥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기준으로 해요. 많은 분들이 인터넷 한겨레에 글을 올리셔서 친한 사람만 만난다고 비판하시는데, 맞아요. 내가 순전히 좋아하는 사람을 내 맘대로 만나는 겁니다. 편집진이 아무런 터치 안 합니다. 이슈가 되는 사람을 찾아 만나는 것은 기자이고, 저는 딴따라기 때문에 그 사람을 통해서 세상을 읽어내고 바라보는 걸 이야기해요. 최근 근황이나 다음 작품에 관한 소식은 영화전문지나 나올 기사죠. 제정희: 좋아하는 사람을 만나도 한정된 시간에 인터뷰를 해야 하니, 준비를 어떻게 하시는지요. 오지혜: 사실 제가 아는 사람이라 그냥 술자리라면 만나겠는데 난데없이 붙잡고 물어보니까 쑥스러웠나봐요. 이미 친한 사람이라 컨셉트를 잡고 가지만, 부부 사이도 모르는 거 있거든요. 그거 몇개 정도 준비하고. 인터뷰 형식은 기자들과 달라요. 그냥 수다만 떨다 와요. 윤여정 선생님은 끝에 “뭐야, 이거 인터뷰 끝난 거야?” 그러시더라고요. 전 그분 팬이라서 특별히 여쭤볼 것도 없었어요. 신문 문화부의 말단 기자들이 선생님한테 야단맞는 경우도 있는데, 어머니 같은 사람한테 가서 “데뷔는 언제 하셨나요” 그러면 “집에 가서 공부 더 하고 와” 그러시거든요. 어느 정도 프로필을 알아가고 그래도 모르는 건 인터넷 들어가서 자료를 다 뒤져보고 가요.

사진/ 오지혜씨 청문회는 어느때보다 밝고 유쾌했다. 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박희진, 최일우, 제정희, 김건우, 김옥자, 전미영씨.
사진 박승화 기자 eyeshoo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