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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 의장의 죽음, 정확한 분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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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9-0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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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강산의 눈물’과 ’조선인 죽이기’ 호평… ‘권부의 파산’에는 비판 쏟아져

8월 기사 중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것은 471호 표지이야기 ‘금강산의 눈물’과 472호 표지이야기 ‘조선인 죽이기’였다. ‘금강산의 눈물’은 발빠른 대응과 정확한 분석 등이 높은 점수를 얻었다. 조일억 위원은 “정 의장의 죽음에 대한 숱한 추측과 상상이 난무하는 와중에 중구난방식 보도를 정확하게 일괄정리 해주고, 그를 이해하게 된 기사다”라고 평했다. ‘조선인 죽이기’는 다른 매체에서 비중 있게 다루지 않은 문제를 현지 르포를 통해 자세하게 파헤쳐, 그 심각함을 알렸다는 평을 받았다. 특히 조선학교 여학생의 가슴 절절한 편지가 인상 깊었다는 위원들이 많았다. 그러나 총련과 민단으로 갈라서 생각할 문제가 아님에도, 우리 정부의 대응 또는 입장에 대한 설명이나 논평이 없었다는 지적도 나왔다.

반면, 473호 ‘권부의 파산’에는 가장 많은 비판이 쏟아졌다. 다른 매체와 차별성 없는 평이한 내용이었을 뿐 아니라 권노갑 비자금, 정 의장 가혹 행위 등의 꼭지에 별로 연계성이 없다는 비판이 주를 이뤘다. 새로 시작한 연재물 중에서 ‘冊에세이’와 ‘김경의 시티 앤 더 시티’는 지속적인 호평을 받고 있다. 특히 김경의 시티 앤 더 시티는 그동안 <한겨레21>에서 볼 수 없었던 감각적이고 톡톡 튀는 난이라 낯설긴 하지만 대체적으로 재미있다는 평가였다.

△ 8월 기사 중 가장 많은 호평을 받은 기사는 471호 표지이야기 ‘금강산의 눈물’과 472호 표지이야기 ‘조선인 죽이기’였다. 발빠른 대응과 차별성 있는 분석이 돋보였다는 평이다.

김옥자: 470호는 앉은 자리에서 한번에 다 읽어버린, 즐거운 호였다. 그 중 가장 눈에 띄는 난은 표지이야기 ‘대를 이어 빈곤하라’이다. 특집 ‘제대혈’ 관련 기사는 날로 성장일로를 겪고 있는 의학산업의 일면을 보여줘 유익했다. ‘호주제 서포터즈 드라마’도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딸이 주인공이 되면서 호주제 폐지를 부르짖을 수는 없었나? 그런 점을 언급하지 않은 좀 아쉬운 기사였다. 473호에서 가장 눈에 띄는 난은 특집 개인파산과 면책에 대한 상세하고도 친절한 설명이었다. 실제 아는 선배는 동생이 선배의 동의도 없이 몰래 만든 카드 때문에 본의 아닌 채무자 신세가 되었다. 이런 악순환의 책임은 일정 부분 카드사들이 져야 한다. 기사는 자세한 설명과 친절한 예시로 잘 정리되었다고 생각한다. ‘학교!’ 보충수업편을 인상깊게 읽었다. 내가 고등학생일 때도 있었던 보충수업이니 20년도 더 넘는다. 그 20년 동안 줄기차게 이어온 보충수업 덕분에 우리나라가 누려온 행복은 뭘까? 부시의 지지율이 떨어진다는데, 미 대선 관련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다. 군대 내 성추행 관련 제도 변화는 어떻게 되었는지 후속 소식을 알고 싶다.

조일억: 470호 제대혈 관련 특집은 아직 미혼이기에 직접적으로 알 수 없었던 기사여서 흥미롭게 읽었다. 특히 ‘제대혈 남 주자! 주게 하자!’에서 그것의 올바른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 가장 좋다. 같은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퀵서비스맨 체험을 재미있게 읽었다. 읽는 도중 간간이 미소도 지으면서. 개인적인 궁금증 한 가지, 오토바이는 사진을 찍기 위해 시늉으로만 타는 것뿐이라는 선의의 거짓말을 부인께서 정말 믿으셨을까? 472호 특집 ‘뇌물이 이기냐, 검사가 이기냐’를 읽고 제도적으로 그것을 막을 방법은 없는 것인가 궁금했다. 100달러짜리 지폐 등 전달방법과 매체의 기발함에 어이가 없다. 이슈추적 ‘게릴라 공격? 이적행위?’는 정치 공세의 빌미가 되어 제대로 된 방향으로의 논의가 묻혀버린 한총련 사건을 읽는 이에게 균형 잡힌 시간을 주는 기사였다. ‘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는 통통 튀다못해 날아갈 것 같은 느낌의 글을, 그러면서도 할 말 다하면서, 무게 잡는 이들을 당혹스럽게 하면서 입을 다물어버리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다.


전미영: 470호 ‘신현준의 악사열전’ 김대환편은 성의 없어 보인다. 김대환의 음악 이야기를 더 듣고 싶었는데, 악사 생활 몇십년만 숨 가쁘게 정리해놓은 듯한 느낌이다. 471호 성역깨기 전자정부의 문제를 다룬 기사를 읽으면서 제일 먼저 드는 생각은 ‘아직도!’였다. 아직도 전자정부의 환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정부, 그리고 그 정부 뒤에서 전자정부의 환상을 부추기는 기업. 로비 의혹과 선정 과정 등을 더 치밀하게 물고 늘어지기를 바란다. 삼성SDS는 네이스에 이어서 다시 한번 이춘재 기자와 악연으로 얽혀버리고 만 듯. 이춘재 기자는 삼성 킬러? 473호 이슈추적 ‘사법 독립군’은 대법관 임명 파동의 속내를 비교적 자세히, 담담히 그려내고 있다. 선견지명인지, 지난번 대법관 특집 기사가 더 빛을 발한다. 같은호 표지이야기 ‘권부의 파산’ 중 정몽헌 의장에 대한 가혹행위 여부가 왜 들어가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권노갑 비자금 조사→현대 비자금→이익치→정몽헌 죽음 의혹까지 어떤 공통분모로 묶이는 것인가? 기자가 뛰어든 세상 고속도로공사 직원 체험은 고충과 업무를 알 수 있게 해준 기사였다. 그런데, 지난호 정남구 기자가 쓴 집짓는 체험 사진도 그랬지만, 왜 <한겨레21> 기자들은 다 비슷하게 생긴 것일까? 두분 다 헬멧을 쓰고 있어서 그런가 안경 쓰고 약간은 마른 듯, 고생 많은 듯, 신산스러운 얼굴에…(웃음). ‘학교!’의 ‘보충수업, 고충수업, 보충수입’ 뒤에 바로 따라온 장수생 열풍 기사는 조금 그렇다. 편집을 왜 그렇게 했을까? “늦었다, 미래가 있다”라니? 의대건 한의대건, 또 다른 입시 열풍에 다름 아닐 텐데.

박희진: 470호 ‘샴, 현대 의학은 고민스럽다’는 많은 정보를 주는 기사였다. 아직도 발생원인을 알 수 없다는 사실도 놀라웠지만 샴 쌍둥이로서 당당하게 살아간 엥과 창 이야기가 기억에 남았다. 471호 문화면 ‘호주제 폐지 서포터스’ 기사는 최근 호주제 논란의 예고편 같다. 여성계와 유림으로 대표되는 국내의 의견대립에 관한 설명기사보다는 직접적인 사례 및 정책, 해외사례 등을 알고 싶다. 472호 사람과 사회 ‘사회복지관을 살려주세요’도 기억에 남는다. 특히 상도복지관의 경우에는 평생교육사 자격증 공부를 위한 과제 준비차 현장방문을 했던 곳이라 더 관심 깊게 봤다. 2001년에 들었던 예산설명과 액수가 달라지지 않아서 놀라웠다. 473호 개인파산 관련 특집은 정보성 기사여서 좋았던 것 같다. 한 가지, 신용불량자였다가 위의 제도들을 이용해서 신용불량자에서 벗어난 사람의 탈출기(?)나 그 전개과정들이 실례로 소개되었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제정희: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자살 소식을 들으며 외환위기 이후로 다시 한번 삶이 어려워지고 팍팍해져가는 기분이다. 하지만 이런 자살이 무능력한 사람들의 의지박약의 문제가 아니라 사회적 책임도 있다는 것을 470호 표지이야기에서 짚어줘서 좋았다. 471호 노는 아이들을 다룬 ‘학교!’는 일단 걱정보다는 나았다. 요즘 방황하는 청소년들의 일상은 몇편의 영화와 기타 등등의 통로를 통해 다 공개된 것 아니었는가? 청소년의 일상을 얘기한다면서 주로 성적인 문제나 자극적인 내용에 치중해 오히려 아이들의 인권을 침해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 정도여서 이 기사를 처음 보고는 걱정을 많이 했다. 기획의도를 보니 청소년들의 일상을 보여줌으로써 어른과 청소년 사이에 대화의 공간을 마련한다고 했는데, 이런 ‘일상 보여주기’가 그런 의도를 잘 살릴 수 있는 방법인지 의문스럽다. 같은 현상을 보고 세대간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 현실 인식을 같이 하게끔 만드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473호 뉴욕 정전 사태를 다룬 움직이는 세계 기사를 읽으며 기계 문명에 의존하는 인간의 삶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가를 느낄 수 있었다.

김선열: 473호 경제면 ‘국민연금, 국고를 열어라’의 결론은 부족한 재원을 직접세 강화를 통한 국고보조금으로 풀어야 한다는 것으로 소득재분배 기능을 가진 공적연금이라는 것을 결론의 주요한 전제로 내세우고 있다. 이러한 결론의 정당성 여부를 떠나 설득력 있게 그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독일과 캐나다 등이 급여 지출의 20% 정도를 국고보조로 지원한다고 기사에서 밝혔는데 그 나라의 재정과 우리나라와의 차이점 분석은 없이 단순하게 적용할 수 있는지, 또한 기사에서처럼 직접세 강화를 통해 지원재정을 마련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직접세를 추가로 징수해야 급여액 인하와 보험료 인상 없이 국민연금의 재정을 해결할 수 있는지, 직접세 강화에 따른 조세 저항 등 좀더 구체적인 근거로 논리를 전개했다면 더욱 설득력 있는 기사가 되지 않았나 싶다. 472호 경제면 ‘경영참여가 오버라고?’는 현대자동차 노사간에 합의된 노조경영 참여에 관한 기사로 경영참여의 여러 가지 형태와 정당성 등을 설명했다. 그러나 기사에는 선뜻 수긍하기 어려운 내용도 있었다. 일반적인 공시사항(사업·반기·분기 보고서, 유가증권신고서 등)조차 노조에 제공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사실 이런 자료는 금융감독위원회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면 누구나 볼 수 있다. 회사가 제공하지 않는다고 하여 못 보는 자료가 아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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