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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배우자와 애인, 어찌하오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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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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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이 팽팽히 맞선 ‘부부의 이중생활’…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하는 아체 표지에 호평

뒤풀이에서도 논쟁이 이어질만큼 이번 4차회의의 화제는 단연 468호 표지이야기 ‘부부의 이중생활’이었다. 한국사회의 부부들이 처한 현실을 잘 보여주었다는 평가가 주를 이뤘으나 비판도 만만치 않았다. “그렇잖아도 갈등이 쌓여 있는 가정에 의심의 여지마저 생기게 하는 불씨가 되지는 않았는가” “한국사회의 발전에 따라 변화해가는 외도문화를 차분히 짚어봤으면 더 좋았겠다” “현실을 보여주는 것인지, 애인을 정당화하는 것인지 판단이 서지 않는다” 등의 비판이 제기됐다. 잔혹한 표지사진 때문에 우려를 자아낼 것으로 예상했던 466호 표지이야기 ‘아체의 통곡’은 의외로 좋은 평가를 받았다. 물론 사진이 너무 잔인했다는 소수 의견도 있었으나 대부분 아체의 참혹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기 위해선 그런 사진이 필요했고, 과감히 표지로 채택한 편집진의 용기를 높이 산다는 호평을 내렸다.

김옥자: 466호에서 눈에 띄는 기사는 표지이야기 ‘아체의 통곡’과 성역깨기 ‘교수님, 삥땅치지 마세요’, 보도 그 뒤, 특집 ‘디카 이야기’ 등이었다. 그러나 디카 이야기는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을 감시하는 폐쇄회로 텔레비전(CCTV) 못지않게 폐해 역시 큰 만큼, 무분별한 디카의 남용에 대해서도 짚고 넘어가는 것이 필요했을 거 같다. 467호에서 눈에 띄는 기사는 표지이야기 ‘대법원이 창피하다’와 특집2 ‘일본이 마구 일어난다’, 새로 신설된 ‘책 에세이’였다. 책 에세이는 천박해져가는 현실 속에서 그나마 도덕적 명맥을 이어준 녹색평론사와 권정생 선생님 이야기가 신선하게 다가왔다. 468호에서는 리영희·박노자 교수의 대담과 지방대 차별을 다룬 특집이 가슴에 남았다. 그런데 지방대 문제를 다루면서 뭘 해도 안 되는 사람들을 인터뷰했으면 어땠을까? 절망에 빠져 있는 이들의 생생한 목소리를 실어주는 것 말이다. 요즘 강남구에 CCTV 설치에 대한 논의들이 한창인데, 각국의 CCTV 현황 등을 다뤄보면 어떨까? 또, 정확히는 모르지만 얼마 뒤면 외국인 노동자들이 강제추방될지도 모른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특집으로 외국인노동자와 관련된 악법을 다뤄주면 어떨까?

조일억: 얼마 전에 일본에서 일하는 후배가 서울에 왔다. 그 후배가 “형, 일본에서는 올해 안에 한반도에서 전쟁이 일어날 줄 아는 분위기야”라는 말에 그냥 헛웃음으로 답했던 기억이 난다. 465호 통일로 ‘대북 경제제재, 해봤자 소용없다’를 보면서 경제제재로 북핵 문제를 풀겠다는 미국의 제국주의적 발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가슴에 와 닿았다. 466호 성역깨기 ‘교수님 삥땅치지 마세요’를 읽고 우선 웃음부터 나왔다. 연구비가 다른 단과대보다 많은 공대를 나왔기 때문에 익히 알고 있던 사실이어서였을까, 아니면 그 사실을 너무나 무감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던 스스로가 어이없어서였을까. 467호 표지이야기 ‘대법원이 창피하다’를 읽고 신문에 간간이 등장하는 어이없는 대법원 판결 기사를 본 것이 기억난다. 이번 기사는 대법원에 궁금증을 가진 많은 이들의 이해를 돕는 좋은 기사였다.

전미영: 7월에는 달라지기 위해 절치부심들을 하셨나? 확 달라진 듯한 느낌이 든다. 개편을 소리 높여 외치거나 떠들지는 않았지만, 새로운 향기가 나서 기분 좋다. 466호 디카를 다룬 특집은 특집치고는 뭔가 많이 모자라지 않았나? 디카족들에게는 ‘내공’이 한참 떨어지는 정보인 듯싶고, 초보자들에게는 꼭 필요한 뭔가가 부족한 기사인 듯싶다. 467호는 특히 64쪽 ‘일하라 일하라’부터, 78쪽 ‘사람과 사회’ 꼭지들까지는 따뜻하면서도 일관된 시각이 돋보인다. ‘정선태의 번역으로 만난 근대-인형의 집’이 재미있다. 그러나 ‘번역’과 ‘근대’가 만나는 주제라 언뜻 쉬워보이지만 어렵기도 하다. 자칫하면 ‘근대’에 방점이 찍혀 신문명, 여성, 자유주의 등에 대한 비슷비슷한 내용의 글들이 계속될 위험도 엿보인다. 같은 호 경제 ‘일하라 일하라… 곪아터져라’를 읽고 가슴이 아프고, 슬펐다. 외환위기 이후 새로운 직업병도 생기고 전통적인 산재의 개념들도 많이 바뀐 것 같다. 468호 김운용 국제올림픽위원회 부위원장을 다룬 이슈추적은 너무 일반적인 수준의 이야기만 나와 있다. 추문은 많은데, 그럴 것이라는 추측만 있을 뿐이다. 같은호 ‘아시아네트워크-채팅 아시아’는 휴가철을 맞아 마련한 기획이겠지만, 내용이 제목을 따라가지는 못했다. 가볍게 읽히면서도 아시아를 돌아보고 싶은 욕구가 생기도록 했으면 좋았을 텐데, 조금은 아쉽다.


최일우: 467호 특집1 ‘번갯불에 신당 만들건가’에서 국민과 함께하는 정당을 위한 몇 가지 제언은 신당 논의 이전에 우리 모두가 생각해볼 중요한 지적이었다. ‘정선태의 번역으로 만난 근대’, ‘책에세이’, ‘김경의 스타일 앤 더 시티’ 그리고 청소년들을 위한 ‘홍세화와 함께하는 예컨대’가 새롭게 선보였다. ‘정선태의 번역으로 만난 근대’의 첫 주제로 ‘인간해방의 신호탄을 쏘다’는 일반 독자에게 생소한 헨리크 입센과 나혜석의 인형 이야기로 여성해방을 이야기해 반가웠으며, 앞으로도 이 코너가 숨겨졌던 근대사에 대해 공부할 기회를 제공해줄 것 같아 기대가 된다. 또 책 에세이는 도서정가제 이후 출판시장이 불황이라는데 <한겨레21> 독자들의 독서 열기를 확 불어주었으면 좋겠다. 466호 정치 ‘6인의 나팔수 정계 개편을 불다’는 현재 5인만이 탈당한 시점에서 너무 이른 기사가 아니었는가 생각한다. 독자들은 속보도 좋지만 책임감 있는 기사를 더 원한다는 걸 알았으면 좋겠다.

박희진: 외환위기 이후 이민붐이 일었는데, 역으로 우리나라로 이민을 오는 외국인들은 없는가. 주변에 한국에 귀화한 유명 운동선수들 외에는 이민왔다는 얘기는 들어보지 못한 것 같다. 귀화, 이민, 난민 등에 대한 우리나라 정책들은 어떠한지도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인도네시아 국제학교에서 발생한 커닝 사건을 다뤄주었으면 한다. 한국인들이 인도네시아인들을 무시하고 차별하는 잘못된 행동도 많이 있지만 납치 위험 때문에 학교에 갈 때나 백화점에 갈 때 항상 운전기사와 함께 움직일 수밖에 없는 사정도 있다는 걸 말하고 싶다. 그리고 국제학교를 나와 한국에서 특례입학을 많이 하고 있는데, 특례입학의 문제점에 관한 기사도 좋을 것 같다. 주한미군이 2006년까지 점진적으로 한강이남으로 물러난다고 하는데, 그에 따른 정책들의 변화, 우리나라 국방의 변화, 재정부담, 그 파장 등 여러 부분이 궁금하다.

제정희: 466호에서 ‘보도 그 뒤’가 눈에 띄었다. 최저임금위 결정 과정의 부당함을 읽었는데, 이번호에서도 계속되는 내용을 볼 수 있어 좋았다. 앞으로는 ‘보도 그 뒤’를 고정란으로 만들어 보도된 이후 어떻게 변했는지 혹은 어떤 반응인지 알 수 있었으면 좋겠다. 7월17일 제헌절에 맞춰 기획한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467호 표지이야기 ‘대법관을 못 믿겠다’는 단연 눈에 띄는 소재에 흥미로운 기사였다. 현실을 제시하고 그 원인으로 대법관 구성의 문제를 거론한 점, 우리나라 사법권의 역사를 얘기해주면서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순차적으로 제시한 점이 좋았다. 같은호 사람과 사회 ‘병역 거부는 아직도 겨울’도 관심 있게 보았다. 요즘 군대 내 인권 문제가 거론되고 있는데 우리랑 사정이 비슷한 이스라엘이나 대만의 경우가 있는데도 왜 우리나라는 아직도 이들을 인정하지 못하는 것인지, 아니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논의조차 없는 것인지 안타깝다. <한겨레21>에서 예전 베트남의 경우처럼 계속적인 캠페인을 벌이면 어떤지 제안하고 싶다. 사람과 사회, 경제면에 실린 ‘네덜란드의 기적은 환상이다’ ‘우리는 레미콘기사다, 노동자다’ ‘일하라 일하라 곪아터져라’는 현재 우리 노동계의 상황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 같다. 468호는 7월달 중에서 가장 읽을거리가 많았다. 원래 정치 기사는 재미없기도 하고 짜증나기도 해서 잘 안 읽는데 신당 문제와 관련된 기사는 관심 있게 보았다.

김선열: 466호 특집 ‘지방대가 불순물이냐’는 우리나라 학벌주의가 어제 오늘의 이야기는 아니지만 너무 원인을 간단하게 분석한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기업에서 학벌을 중시하는 이유는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자료가 학교밖에 없고, 학교 인맥을 이용한 여러 가지 정보취득이나 로비 능력을 무시할 수 없으며, 최소 3년 이상의 경쟁에서 이겼다는 점에서 치열한 회사생활에 잘 적응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여주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학벌이라는 것이 우리나라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엄연히 존재하는 사회현상이다. 물론 지방대생들의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지만 기업이라는 것이 어차피 돈을 벌려고 존재하기 때문에 가능한 한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지방대 출신으로서 성공적으로 사회에 진입한 4명의 이야기는 보통의 지방대생에게는 별 도움이 되지 않는 이야기라 생각한다.

소리나: 466호 경제 ‘공룡은행 덩칫값은 하나’는 덩칫값도 못하는 은행들과 촛불의식을 치르는 신한은행 노동조합의 집회 사진이 절묘하게 들어맞은 기사다. 내게 경제기사는 늘 딱딱하고 이해하기 힘들다. 하지만 이번 기사만큼은 조흥은행 사태를 한바탕 치르고 나서였는지 관심도 가고 이해도 빨랐다. 467호 문화면은 공연, 전시, 영화, 책, 애니메이션까지 다양한 분야를 다뤄주었다. 무엇보다 우아한 싱글과 맛있는 섹스를 함께 다뤄준 기자의 감각이 좋았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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