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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네이스를 계속 물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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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7-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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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반 엇갈린 ‘스타일 있는 남자’… 여성 대통령감 분석은 너무 개인에 치우쳐

6기 독자편집위원회 활동도 중반을 넘었다. 이번 3차 회의에서는 6월 한달에 쏟아져나온 기사 중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문제를 다룬 기사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대부분의 위원들은 삼성SDS의 로비 의혹에 대해 적절한 지적이었다고 입을 모았다. “기사 자체가 충격적이었다”고 평하는 위원도 있었다. 그러나 현직 교사인 제정희 위원은 이미 몇달 전부터 흘러나온 로비 의혹을 이제야 짚어준 것은 늦은 감이 있으며, NEIS와 학교종합정보시스템(CS)의 선택을 각급 학교에 떠넘겨버린 교육부의 처사를 짚어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이번 기회에 전자정부의 그림자를 심층 취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회성 기사에 그치지 않고 감사원 지적, 소송 등 NEIS의 문제점을 꾸준히 파헤친 모습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사진/ 3차 회의에선 네이스 관련 기사가 집중적으로 거론됐다. 네이스의 문제점을 꾸준히 파헤친 모습은 높은 평가를 받았다.
NEIS 기사 외에도 462호 특집 ‘스타일 있는 남자가 좋아요’, 463호 표지이야기 ‘IMF보다 더하십니까’, 464호 표지이야기 ‘여성 대통령감 여론조사’ 등이 주로 거론됐다. ‘스타일 있는 남자가 좋아요’는 찬반이 확연히 엇갈렸다. 재미있는 읽을거리였고 획일화된 남성상을 깨뜨려주는 기사였다는 칭찬이 있는 반면, 긴급 설문조사 등은 급조된 감이 있고 기사를 다 읽고 나면 “그래서 어쨌단 말이냐”는 의문이 남는다는 비판도 있었다. 오랜만에 표지이야기로 채택된 463호 경제기사에 대해선 긍정적 평가가 주를 이뤘다. 한국경제의 구조적 문제점과 위기론의 실체를 심층적으로 분석했다는 평이다. 전미영 위원은 “경제기사도 재미있다는 사실을 예전엔 몰랐다”고 말했다. 여성 대통령감 여론조사는 여성 대통령이라는 화두 자체를 보여준 것은 긍정적이지만, 세 사람의 정책이나 정치적 자질을 치밀하게 검증하기보다는 개인사나 이미지에 치우쳐 아쉬웠다는 지적을 받았다.

전미영: 462호 사람과 사회 종군 여성기자 대담을 왜 <한겨레21>이 아닌 <스카이라이프> 기자가 했는지 의문이 들었다. 또, 왜 꼭 기자든 다큐멘터리 감독이든 정치인이든, ‘여성’에게는 ‘모성’적인 것을 기대할까? 대담이 ‘여성의 눈으로, 어머니의 눈으로’에 맞춰 있다보니 이야기의 폭이 무척 좁게 느껴진다. 463호 움직이는 세계 미국 언론 상황과 인도 지참금 사건, 세계 비정부기구(NGO) 기사가 모두 좋았다. 부시에 대한 전 세계의 안티는 당연하다고 치고, 인도에 대한 한국 사람들의 천편일률적 태도가 늘 의심스럽다. 종교처럼, 문화에도 일종의 맹목적인 ‘앞으로 나란히’가 있다면 90년대 성자 시리즈 이후 계속되고 있는 ‘인도예찬’이야말로 그 주범이라는 생각이 든다. ‘독자와 함께’에 강양숙씨가 보낸 ‘피흘리는 사진은 이제 그만’이란 의견에 백번 천번 동감한다. 비록 사진이지만, 두 눈 부릅뜬 주검과 맞닥뜨리는 기분은 무섭고 안타깝고 슬프다. 생명에 대한 최소한의 존엄은 지켜야 하지 않을까. 전북 출신인 나는 도대체 무엇 때문에 현실성 없고 가능성 없는 개발에 목매는지, 도대체 국회의원들은 뭘 하는지 무척 궁금했는데, 464호 이슈추적 새만금 기사를 읽고 알 수 있었다. 464호 문화면 옥탑방 고양이 원작자 김유리 인터뷰는 기사가 참 가볍다는 생각이 든다. 그러나 정작 원작자 김유리는 무겁다. 생각보다 그의 동거관과 세계관이 탄탄해서 놀랐다. 조금 더 많은 이야기를 들었더라면 좋았을걸. 465호 청계천을 다룬 특집도 괜찮았다. 서울을 따라하느라고 너무 빨리, 너무 많이 변하고 망가지는 도시들이 지방에 무척 많다. 도시의 변화를 기록하는 것은 곧 사람들의 문화와 삶을 기록하는 것 아닐까.

김옥자: 461호에서 서준식씨의 주장으로 시작하는 ‘다시 뛰는 붉은악마의 심장!’은 2002년 우리가 얼마나 유희에만 마음을 쏟았는지 생각하게 해주었다. ‘108강의실을 아십니까’도 큰 비중은 아니지만 학생시절 주점 생각도 나고, 추억에 젖어볼 수 있는, ‘사람과 사회’ 난에 어울리는 기사였다. 461호 표지이야기 ‘왜… 왜 그랬어!’는 정말 끝내주는 카피다. 개인적으로 김창석 기자의 ‘못해먹겠으니 막해먹겠다?’가 대통령의 행보에 대해 간결하면서도 핵심을 건드리는 기사였다고 본다. 462호 특집 ‘묻지 마 정부에게 묻는다’는 정부의 정보공개에 대한 불합리한 태도를 지적한 면도 좋았지만, 특히 정부기관이 보통 시민에게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보여준 좋은 사례였다. 464호는 네이스, 새만금, DJ 수사 문제 등 이슈추적이 돋보였다. 같은호 움직이는 세계 ‘독일을 중독시킨 슈퍼마켓’을 읽고 ‘알디’가 너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비자 위주의 상품 선택과 판매가 인상적이다. 기사 제안을 하자면, 요즘 여러 가지 이슈를 낳고 있는 추미애 의원 인터뷰를 한번 해보면 좋겠고, 거대기업 삼성을 집중 해부해보는 기사도 읽고 싶다. ‘대안학교, 누굴 위한 것인가’란 주제로 기사를 다뤄보면 어떨까? 대안학교 보내는 사람들을 마치 정규교육의 희생자처럼 내세우는 경향도 있는데, 그럴 여력이 있다면 정규교육을 올바르게 바꾸는 데 함께 힘을 보태야 한다. 함께 싸워 바꾸지 않는 한, 대안학교는 엘리트 교육의 새로운 공간으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박희진: 462호 표지 제목 ‘꽃게는 떨고 있다’는 꽤 자극적인 문구였다. 실제 내용은 연평도 주민의 분위기는 안 그런데 주변에서 호들갑떤다는 느낌의 기사였지만. 기획기사로 나온 이라크 의료진 기사는 처음부터 재미있게 풀어가서 참 좋았다. 그런데 요즘 이라크 구호 관련 기사는 모두 의료진과 관련된 것밖에 없다. 다른 분야의 지원은 어떤지 궁금했다. 요즘 들어 정치나 사회문제들이 화수분 같다는 생각이 든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라 파고들수록 뭔가가 계속 나오고 있다. <한겨레21>의 기사도 분석적으로 다 말해준 것 같은데, 다음호를 보면 또 다른 문제들을 또 분석해주고 있다. 464호 평화박물관을 다룬 사람과 사회 기사는 참 재미있었다. 조금 아쉬운 점이라면 일본에서 집계한 평화박물관의 홈페이지들도 나왔으면 좋았을 텐데 하는 것이다.

제정희: 462호는 의외로 표지이야기가 잘 읽히지 않았다. 서해교전도 좋지만 차라리 6·15 공동선언을 기념하여 남북관계 진전 상황이나 6·15 이후 달라진 우리 사회 모습 등을 기획했으면 좋았을 것 같다. 463호 사람과 사회 ‘그들의 원혼이 투지를 부른다’는 감동적이었다. 산악인들이 8월11일에 간다고 했는데 그 이후에도 이들의 소식을 들었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등반이 주로 질보다 양을 추구한다고 했는데 아무래도 과정보다는 결과를 중시하고, 과시욕 등이 있어서 그런 것이 아닐까 싶었다. 같은 호 특집 ‘전선에서 총구를 닦고 있다’는 처음엔 시큰둥했지만 그들이 한국에도 있으며 조국의 민주화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니 관심이 가서 찬찬히 읽었다. 그런데 기사는 내용이 생소한데다 사용한 언어도 너무 어려웠다. 작은 제목조차 ‘대중통일전략 노선을 강화하자’였다. 464호 사람과 사회 ‘교장은 교사일 뿐’은 받자마자 제일 먼저 읽은 기사다. 독일의 학교가 민주적이고 자율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사람과 사회에 실리기보다 교장선출보직제를 다룬 표지이야기에 실렸으면 더 좋을 텐데 아쉽다. 독일의 경우를 가지고 토론한 내용을 실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든다. 난 <한겨레21>을 받으면 특집이나 이슈추적, 표지이야기도 보지만 그래도 늘 좋은 부분은 사이언스 크로키, 몸살리기,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 하종강의 진짜 노동자, 사람이야기, 영광댁 사는 이야기 등 작은 꼭지다. 일상에서의 작은 소재들이 잔잔한 감동을 주기 때문인 것 같다.

최일우: 일본 국회를 통과한 ‘유사법제’에 관한 논란은 단지 2차 세계대전 이후 포기했던 무력 선제공격의 의미 이상으로 일본 우익화 경향에 관한 흐름이 더욱 중요한 것 같다. 463호 ‘어제의 일본이 아니다’는 유사법제를 통해 장기불황에 처한 일본의 정치적 방향과 주변국들의 반응, 특히 중국의 대응에 대한 기사가 없어 다른 매체와 차별성이 없었다. 464호는 한주간의 이슈를 다룬 ‘이슈추적’이 세 꼭지나 되어 사회적으로 얼마나 많은 갈등이 존재하는지 실감하는 한주였다. 특히 ‘DJ, 기어이 법정에 세우려나’는 대북송금과 통치행위의 범위에 관한 논쟁을 실어 독자들의 이해를 도와 좋았다. 하지만 통일 독일의 사례나 관련 판례를 중심으로 설명하면 더욱 좋았겠다는 생각이다. 또한 현재는 특검 연장에 관한 찬반 여론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조일억: 정말 말 그대로 반세기 넘게 끊겨 있던 한반도의 대동맥 경의선과 동해선 철도가 연결됐다. 그런데 그뿐. 이 사회에서는 있는 듯 없는 듯 지나가버린 이벤트였을 뿐이다. 464호 세상보기 ‘나사를 조이면 긴장은 풀리리라’는 항상 잊지 않고 보고 느끼게 만들어주어 좋았던 사진이다. 같은 호 특집 ‘우리는 지금 MD로 간다’를 읽고 그동안 수차례 의혹들이 불쑥불쑥 나왔지만, 이렇게까지 놀라울 정도로 물밑 시도들이 있었음을 알았다. 특히 참여정부 국가안보전략의 ‘백지 청사진’에 이르러서는 서늘한 느낌마저 들었다.

사진/ 김건우,김선열,김옥자,김종민,박희진,허유경,최일우,조일억,제정희,전미영,소리나 위원(왼쪽부터 시계방향으로)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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