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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풀기 어려운 의문, 청년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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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6-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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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때보다 다양하게 엇갈린 위원들의 의견…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 심층 분석

시절이 하 수상해서일까. 5월 기사에 대한 위원들의 의견은 어느 때보다 다양했다. 가장 큰 논란의 대상이 된 것은 460호 표지이야기 ‘청년보수 주먹쥐다’였다. 그동안 알지 못했던 우리 사회의 다양한 사상적 스펙트럼을 알 수 있었다는 칭찬도 있었으나 논의할 필요도 없는 소수의 수구집단을 굳이 부각시킬 필요가 있었냐는 비판도 뒤따랐다. 아이템 자체는 유익했으나 사회적·역사적 맥락을 더 심층적으로 짚어줘야 했다, 혹은 기자의 주관에 따라 비판적으로 접근하지 말고 현상을 있는 그대로 서술해줄 필요가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위원들의 의견이 가장 엇갈렸던 기사였다.

사진/ 이번 회의에서 위원들의 의견이 가장 엇갈린 기사는 ‘청년보수’를 다룬 459호 표지이야기였다. 또한 5월 한달은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를 다룬 기사가 가장 많이 지면을 장식했다.
457호 표지이야기 ‘교장선생님 화내지 마세요’에 대해서는 대체로 시의 적절한 아이템이었다는 데 위원들 모두가 동의했다. 그러나 긍정적인 교장상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 기사의 논점이 일관되지 않고 불명확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5월의 가장 큰 주제는 역시 노무현 대통령의 행보였다. 위원들은 459호 ‘노무현에게 미국은 무엇인가’와 461호 ‘대통령의 변심’에 대해 대체로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노무현 정부의 정체성을 명확히 말할 수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의 말과 행적을 심층적으로 분석한 점이 높이 평가받았다. 그러나 ‘실용주의 외교노선’에 대한 날카로운 비판이 없었고 기사가 너무 늦어서 현재 진행되는 사안과 잘 맞지 않았다는 비판도 나왔다.

김옥자: 457호 문화면에서 삼청동에 대한 소개를 보며 오랜만에 여유를 찾는 기분이었다. 마치 내가 직접 삼청동에 가서 골목길을 탐방하고 다니는 느낌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인데 어린이날이나 어버이날에 대한 특별한 기획이 없었다. 같은 호 ‘노무현 인사 최악의 작품’도 적절한 지적이다. 사실 개인적으로도 <굿데이> 사장이 국정원 차장으로 임명된 걸 보고 의아했었다. 같은 호 문화면의 ‘우리에겐 함석헌이 있잖아!’도 좋았다. 예수를 따르는 나는 고난의 우리나라 역사를 기독교적 역사와 결부시킨 함석헌 선생님의 이야기가 흥미로웠다. 사람 이야기의 ‘김수행 교수의 수행’에서 김수행 교수의 일인시위는 그간 보기 힘든 양심적 행위이긴 하지만 당연히 해야 할 일이라 생각된다. 나는 그보다는 현재 대한민국에서 내로라 하는 대학의 총장들이 하고 있는 일, 했던 일, 총장 이전·이후의 성향, 학생들의 반응 등에 대해 조명해보는 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457호 표지이야기 민주당 내 개혁파 의원들에 대한 기사는 정치개혁에 대한 궁금증을 갖고 있던 내게 흥미로운 기사였다. 그러나 정동영 의원 인터뷰 기사에서 “추 의원과는 최근 대화가 부족했다. 주로 아침에 모여서 얘기들을 나누고는 했는데, 추 의원이 가정주부라 아침 모임에 참석하지 못했다”는 부분이 의아하다. 나는 이 부분이 추 의원을 은근슬쩍 무책임한 가정주부로 전락시켰으며, 게다가 추 의원을 뺀 개혁 인사들은 이해심 많고 넉넉한 시간과 마음을 가지고 그녀를 기다리겠다는 식의 여유를 보인 것처럼 보였다. 459호 특집 ‘사스를 넘어, 공포를 넘어’는 호랑이 굴로 자청해서 들어간 전투정신이 돋보였다. 그러나 이미 어느 정도 진정된 기미를 보인 이후, 적진으로 돌파한 것이 김이 빠진 맥주 같은 느낌이 들었다. 459호 스포츠 ‘95년 광주일고는 심상치 않았다’에 등장한 김병현, 서재응, 최희섭을 보며 아주 흐뭇했다. 특히, 한 사람의 재능을 예리하게 파악할 줄 알았던 허세환 감독이 너무나 멋지게 느껴졌다. 서민에게 친근한 스포츠의 이모저모에 대한 기사를 많이 내줬으면 한다. 459호 기획 ‘봄날은 간다’는 재미있는 기획이었다. 이왕이면 4월쯤에 맞춰 내보내면 어땠을까 생각해봤다. 가슴 아프고, 안타깝고, 슬프다. 그런데 아무리 계절하고는 상관이 없었다지만 봄의 느낌처럼 상큼하고, 발랄하고, 밝은 이야기는 적었다 싶다.


허유경: 458호 특집 ‘디지털 인맥이 경쟁력 만든다’가 참 좋았다. 인터넷이 지배하는 세상이 되었다. 주위에선 인터넷의 악영향만 들려온다. 그러나 나쁜 점을 극복해 좋은 점으로 만드는 게 우리의 일이 아닐까 458호 화물 노동자를 다룬 마이너리티도 인상 깊었다. 우리가 알지 못했던 사람들의 생활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것 또한 작은 기쁨인 것 같다. 협상이 이루어지면서 전국 택시노조와 버스노조들이 그들의 권리를 찾으려 한다고 들었다. 그들의 솔직한 입장도 들어보았으면 좋겠다. 459호 마이너리티 ‘공익이 공공의 봉이냐’ 또한 그런 생각을 들게 했다. 길을 가다가 지하철에서 만나는 공익요원들을 보면서 죄 받을 만한 말을 많이 했다. 그들을 껴안을 수 있는 사회가 됐으면 좋겠다. 459호 사람과 사회 ‘로또는 한국인의 놀잇감?’도 재미있었다. 김정운 교수의 로또에 대한 생각들이 정곡을 찔러 시원하다 못해 통쾌하기까지 하다. 한국인과 놀이문화에 대해 생각해봐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전미영: 457호 문화면 ‘삼청동 골목, 우아한 변신’은 너무 많은 지면을 차지하고 있어서 마치 특집 같다. 그리고 또 너무 서울 중심적이기도 하다. ‘지역의 문화 현장’을 취재하는 꼭지가 있었으면 좋겠다. 기자들이 직접 뛰기 힘들다면 현장에서 일하는 지역 통신원 제도를 만드는 건 어떨까. 458호 ‘아시아의 붓다’는 부처님 오신 날과 맞물리기도 했고, 투쟁과 종교가 함께 가는 아시아의 현실을 돌아볼 수 있어 좋았는데, 정문태 위원에게만 너무 많은 무게가 실려 있다. 미얀마 승려들의 투쟁 같은 이야기는 사전 지식 없는 사람들이 보기에 조금 생뚱맞고 어렵게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오랜만에 정치 기사들이 생동감 있었다. 김의겸 기자의 정치 기사는 읽을 맛이 난다. “냉커피 값을 대신 낸 것은 동정심에서였다”라고 쓸 수 있는 재치가 좋다. 459호 ‘사스를 넘어, 공포를 넘어’는 기자도 인정했듯이, 너무 가볍다. 같은 호 공익요원 관련 기사가 좋았다. 평소 박카스 광고 시리즈들을 몹시 ‘재수없다’고 느껴온 나로서는, 이 참에 그 광고가 갖고 있는 폭력성과 배타성, 과도한 마초성을 깨는 데까지 나갔으면 좋았겠다는 생각도 든다.

박희진: 457호 정치면 서동만 교수에 대한 기사는 유익했다. 북한에 대한 정보와 체제 이론을 잘 알고 있는 것은 꼭 필요한 사항이라고 생각한다. 458호 ‘어느 10대 동성애자의 자살’을 읽고 난 느낌은 ‘아직도’ 라는 단어로 표현될 것 같다. 그는 아마도 자신의 현실을 받아들이기에 많이 지쳐있었나 보다. 이런 문제에는 사회적인 도움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같은 호 문화면 ‘쌀집아저씨’ 김영희 PD에 관한 기사는 참 느낌이 좋았다. 그동안 공익과 오락을 잘 버무린 맛깔난 프로들을 보면서 웃으면서 울면서 끄덕이면서 봤던 기억들이 있다. 459호에선 과학 기사가 가장 유용했다. 복사해서 책상에 붙여놓았다. 나도 가입하지 않은 사이트에서 메일이 오고 원치 않는 광고메일 등을 지우느라고 하루를 보낸다.

조일억: 460호 특집 ‘하느님도 못 잡는 집값’은 콜금리 인하, 사상 최저의 은행예금금리 등 갈 데 없는 자금과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대책들에 대해 일간지에서 띄엄띄엄 끊어져 있던 정보들을 정리하는 기사였다. 460호에서 문재인 청와대 민정수석 인터뷰를 읽고서 청와대 내의 흐름을 조금이나마 엿볼 수 있었다. 과거의 관행을 변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인터뷰였다. 제460호 이슈추적 ‘설렁탕 두 그릇 값이면’을 읽고 ‘퍼주기’라는 정치적 공세의 단어가 나라 밖까지 퍼졌다는 사실에 허탈감마저 든다. 북한 어린이의 영양 부족으로 인한 ‘세대 손실’ 때문에 북한이 개혁개방으로 가도 꾸려갈 인재가 없다는 말은 통일의 한 주체인 남한이 더 심각하게 생각해야 하는 문제가 아닐까. 이 기사가 조금 더 큰 울림으로 남한에 퍼졌으면 하는 바람을 갖게 했다.

김선열: 457호 경제면 ‘금감원이 설마 그럴 리가’는 상장사 외부감사인 선임관련 기사를 작성하기 위해 금감원에 자료를 요청했다가 그런 자료가 없다는 회신을 받은 사실을 장황하게 기사화했다. 원래 기사 의도가 회계제도 선진화 관련 감사인 선임문제를 짚어보고자 했던 것인 만큼 주객이 전도되지 않았나 싶다. 물론 금감원이 현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비판받아 마땅하지만 귀중한 지면을 금감원 비판에 할애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자료를 찾아 현황과 문제점 및 대안 등을 심층보도하는 것이 훨씬 더 낫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특정 회계법인에 감사업무를 몰아줘서 회계감사 과정에 기업쪽에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지 않나 하는 뉘앙스를 풍겼는데 대기업들은 영문 재무제표도 많이 작성하기 때문에 미국의 유력 회계법인인 ‘big 5’와 제휴되어 있는 국내 회계법인이 감사를 해야 대외적으로 신뢰가 올라간다는 점도 제대로 지적해주었으면 한다. 458호 경제면 ‘꿈의 차, 미래를 달린다’는 기사내용만 봐서는 사실 차의 생김새 등을 짐작하기가 어렵다. 전체적으로 모터쇼의 홍보 브로셔 같다는 느낌이 든 기사였다.

최일우: 460호부터 연재되고 있는 특집기획시리즈 ‘에너지전쟁’은 후세에게 물려줄 천연 에너지자원이 없는 우리나라를 돌아보게 하는 적절한 주제이다. 이라크전쟁이 미국의 석유 확보 대리전이라는 것은 이미 세상이 다 알고 있는 사실이지만, 어렸을 때 석유파동을 경험한 나에게 에너지의 위력은 엄청난 충격으로 기억되고 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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