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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하룻밤 사랑, 어떡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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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3-02-26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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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 자유’라는 문제가 도마 위에 오른 4차 회의… 군 영창 문제 호평 받아

사진/ 위원들은 444호 특집 ‘나쁜 여자 전성시대’와 446호 문화면 ‘하룻밤, 그 매혹적 도발’에 ㄷ해 집중적으로 논의했다. 성의 자유를 논함에 있어 좀더 세심한 자세가 필요하다는 비판이 많았다.

“어, 무사하셨군요!” 대구지하철 화재가 난 뒤 연락이 안 돼 위원들의 애간장을 태운 승인 위원이 회의실에 등장하자 작은 소동이 일었다. 승인 위원의 집이 대구에 있는 터라 걱정은 더 클 수밖에 없었다. 결국 단순한 해프닝으로 밝혀졌지만 이번 화재 사고가 독자편집위원회에도 짙은 그림자를 드리운 셈이다. 이런 해프닝은 또 얼마나 많은 단체나 모임에서 벌어졌을까.

이번 회의에서는 446호 문화면 ‘하룻밤, 그 매혹적 도발’과 444호 특집 ‘나쁜 여자 전성시대’에 대한 이야기가 많이 나왔다. 특히 이경숙 위원은 <한겨레21>이 성문제를 다루는 데 원칙이 없다고 비판했다. 하룻밤 사랑에 대해 개인적 경험을 아무 의미 없이 털어놓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그것에 찬성하라는 뜻인지 이해할 수 없고, 나쁜 여자의 경우 여성의 자아실현이란 굉장히 중요한 문제지만 성적 자유를 전면에 내세울 필요는 없었다는 비판이다. ‘나쁜 여자 전성시대’는 많은 독자들로부터 호평을 받았던 기사다. 위원들은 아이템 자체에 문제가 있다기보다는 ‘성의 자유’를 논함에 있어 좀더 세심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입장이다. 성의 자유와 방종 사이, 다른 독자들은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그 외에도 위원들은 새로 신설된 고정란에 대한 칭찬과 비판을 교환했다. 이번 회의에서 특히 호평을 받은 기사는 군 영창제도의 문제를 다룬 443호 특집, 445호 표지이야기 ‘행복의 샘 웃으면 솟는다’ 등이었다.


최일우: 새로운 고정란이 몇개 생겼는데, ‘2% 경제학’,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가 눈에 띄네요. 그런데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는 너무 개인적인 친분 위주로 인터뷰하는 것 같아요. 좀더 폭을 넓혀야 하지 않을까 싶어요. 443호 특집으로 다룬 군대 영창문제는 금기사항인 군내 구금시설을 잘 다뤘어요. 영창은 군대를 갔다온 남자들에게는 신의 형벌이라고 할 정도로 두려운 존재입니다. 위계에 눌려 아무런 항변을 못하는 문제들을 꺼내줘서 좋았어요. 베트남 공원 준공식에 참여했다가 어이없게도 강의를 박탈당한 독자의 사연을 읽고 착잡했어요. 같은 독자 입장에서 육사에도 보수적인 군대집단의 폐쇄성이 존재하고 있다는 것이 서글프고 <한겨레21>에서 복직문제에 계속 관심을 기울여줘야 할 것 같아요. 설 퀴즈 큰잔치에서 나타난 출제 오류는 마땅히 사과해야 합니다. 지난해 추석 합본호에도 문제가 있어 혼란스러웠는데 이번에도 문제가 생겨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어요. 표지이야기가 ‘행복하게 살자’였는데 이렇게 스트레스를 주면서 그런 얘기 해도 되나.(웃음) 과감히 제안하는데, 정답이 아닌 사람도 추첨해서 행운을 주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사죄하는 의미에서라도. 이주노동자들의 성문제도 다뤄주면 좋겠어요. 필리핀 이주노동자들이 사는 곳을 방문한 적이 있는데 여성 노동자들은 사랑하기 때문이 아니라 보호받기 위해 성을 제공하는 측면이 있어요. 이주노동자와 결혼한 한국 남자분의 얘기도 그랬어요. 그런 사람들은 백발백중 헤어진다고 하고, 또 추가로 발생하는 자녀문제 등도 있어요. 물론 한국인과 이주노동자 간의 문제도 있겠지만, 이주노동자 간의 문제도 짚어줬으면 해요.

박경남: ‘행복의 샘 웃으면 솟는다’를 읽고 웃음의 효과가 이렇구나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어요. 강박관념일지 모르지만 사실 웃고 싶어도 웃을 수 없는 사회인데 웃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드는 기획을 하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오지혜가 만난 딴따라’는 음지에서 활동하는 문화활동가들까지 폭을 넓히는 게 어떨까요.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문화면 기획은 수다 시리즈예요. 말하기 어려운 문제들을 수다로 풀어나가는데,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계속 반복되다 보니까 말 그대로 수다로 끝나버리는 것 같아요. 다음에는 변화를 주면 좋지 않을까 싶어요. 가정폭력은 우리 사회에서 아주 뿌리 깊은 문제인데, 447호 표지이야기는 일반적으로 우리가 알고 있는 것 정도라고 생각합니다. 가정폭력 이면에 깔려 있는 우리의 폭력문화들을 다양하게 고찰해야 할 것 같아요. 한번 기사화했다고 가정폭력이 사라지는 건 아니니까 계속 대안을 제시해줬으면 해요.

이경숙: 성문제에 대해 <한겨레21>이 어떤 입장인가 참 궁금해요. 444호 ‘나쁜 여자 전성시대’와 446호 하룻밤 사랑에 대한 수다를 읽고 의문이 들었어요. 성적 소수자 등의 얘기를 실었을 땐 이해했지만 이번에는 그렇지 않아요. 성에 대해 <한겨레21>은 어떤 관점을 가지고 있는지요. 수다를 통해 사람들의 생각을 알 수 있는 건 좋은데, 왜 굳이 하룻밤 사랑 같은 걸 대상으로 풀어놓을 필요가 있는지 모르겠어요. 성문제를 건드릴 때 <한겨레21> 내부에서 면밀한 검토를 하면 좋겠어요. ‘나쁜 여자’도 자기 욕망을 추구하는 것만이 자신의 권리를 찾는 것일까요 저도 나쁜 여자의 한 면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자아를 찾아가는 것은 긍정적이지만 성의 자유를 전면적으로 내세우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442호 표지이야기 ‘블랙홀 신빈곤’은 좀 건조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통계를 많이 나열했지만 그런 문제를 한눈에 볼 수 있게 전달하는 면은 부족했다고 봐요. 기사는 연구보고서가 아니지 않습니까. 442호 문화면 회현지하상가 중고 음반시장을 소개한 기사는 모범적인 기사예요. 전문가가 알지 못하는 독특한 문화의 현장, 이런 것이 <한겨레21>의 장점이라고 생각해요. 대북 비밀송금 문제를 다룬 446호 표지이야기도 좋았어요. 이 문제를 놓고 다양한 입장 차이가 있는데, 기사에서 독일의 방식을 자세히 알려줘서 판단에 도움이 됐어요.

소리나: 성문제는 장애인·정상인, 젊은이·노인, 신혼부부·중년부부 이렇게 나눠 접근할 수 있다고 보는데 <한겨레21>에서는 남성-여성으로 너무 단면화해서 보는 것 같아요. 여자들도 성을 즐겨야 한다는 너무 일반적인 논리만 얘기하지 말고 다양한 측면을 봤으면 해요. 445호 창 ‘당신을 기다리는 고향의 새벽’이 참 좋았어요. 사진 한컷이 많은 것을 연상시켜 주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인수위가 잘하는 것만은 아닐 거예요. 실수한 것들도 분명 있는데, 정치면에서 그런 문제를 짚는 기사는 없어요. 참신한 인물을 발굴한다는 등 칭찬 일색이 아니었나 생각합니다. 그에 반해 국제형사 446호 특집 국제형사재판소 문제는 내가 몰랐던 사실을 다시 짚어주고 새롭게 알게 해줘서 좋았어요. ‘빈곤의 굴레’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전호 마이너리티에 용역인생의 슬픔에 대해 나왔는데 다음호 표지이야기로 빈곤의 굴레가 나와 연결시켜 읽게 됐어요. 445호 아시아 네트워크 ‘아시아 졸부열전’이 정말 재미있었어요. 졸부 문제에서 한국만큼 할 이야기가 많은 나라가 있을까 싶어요.

승인: 제일 열심히 읽은 것은 설 합본호였어요. 표지가 밝고 새해 제안으로 웃자라는 얘기가 나와서 소재를 잘 잡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런데 내용은 생각만큼 기대에 못 미쳤어요. 예를 들면 문화계 인사 다섯명의 글보다는 독자들의 글을 많이 받았으면 좋았겠다 싶네요. 해마다 문화관광부에서 우수축제를 지정해 운영하는데, 내용을 보고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계량화된 숫자만 보고 판단해요. 축제 문제도 한번 다뤄줬으면 합니다. 한-베 어린이 문예대회 입상작 중 베트남 어린이들의 글을 보면서 많이 울었습니다. 전쟁이란 무서운 것이다라는 게 와닿습니다. 노무현 대통령이 열린 정부를 이야기하는데 국민 의견이 얼마만큼 반영되는지 궁금해요. 얼마만큼 많은 사람들이 참여하고 그들의 의견을 어떻게 반영하는지 얘기해줬으면 합니다.

김건우: 자연을 인간의 눈으로 보면 환경이라 얘기하고, 자연을 그 자체로 보면 생태입니다. <한겨레21>은 생태적 관점이 부족한 것 같습니다. <한겨레21>은 환경 중심적으로만 쓰지 말고 생태중심적 사고를 가지고 자연의 눈으로 자연을 바라보게 해야 할 것 같습니다. 어제 남대문시장에 가서 어린이용 일기장을 사봤는데요, 독자란에 조그맣게라도 독자의 일기를 받아서 실어주면 괜찮을 것 같아 건의합니다. 저는 대대본부 인사과에 근무해서 영창문제를 잘 알아요. 그런 문제를 짚어줘서 반가웠고 굉장히 인상적이었어요. 저희 과에 시사토론회 모임이 있어서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하고 이를 토론자료로 쓰고 싶은 마음은 있는데 재정적 문제 때문에 고민하고 있는 것 같아요. 고등학교, 대학교의 단체에서 구독하면 조금이라도 가격에 특혜를 베풀어줬으면 싶어요. 학생들이 <한겨레21>을 읽는 건 의미가 있어요. 지금은 싸게 제공해 손해를 입겠지만 그 사람이 사회에 나가 구매력 있는 독자가 될 겁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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