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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대선, 올 것이 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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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12-04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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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관련 표지 좋았으나 “단일화 찬성 일색” 비판도… 공무원 노조·사형제 논란

정치가 매일 들썩이는 계절이라, 11월 <한겨레21> 표지이야기에서도 자주 등장했다. 주로 단일화 논의와 그 이후를 다뤘다. 위원들은 일단 정치 관련 표지이야기에 대해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았다” 등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단일화 이후 서로 간의 정책 차이가 어떻게 조율돼야 하는지에 대한 관심이 부족했다”, “단일화 찬성, 특히 노 후보로의 단일화 찬성 기사 일색인데, 반대 의견도 좀 심층적으로 들어봤어야 하지 않나” 등의 비판도 제기됐다. 이번 회의에서 논란이 된 기사는 오히려 공무원 노조를 다룬 434호 표지이야기와 사형수 문제를 다룬 432호 표지이야기였다. 위원들 중에 공무원이거나 공무원과 밀접한 관계에 있는 직업이 많기 때문인지 특히 공무원 노조에 대해 찬반이 엇갈렸다. 기사가 우리 공무원 사회의 허와 실을 잘 보여줬다는 점에는 모두가 공감을 표했으나 “공무원 노조의 필요성이 적절히 설명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었다. ‘대선이 두려운 56인의 사형수’는 신선한 문제제기였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받았으나, “무조건적인 사형제 폐지를 옹호해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많이 나왔다. “지금은 폐지에 동의하지만 만약 내 가족이 피해를 입었다면 용서할 자신이 없다”는 최일우 위원의 솔직한 평이 일반인들의 정서 아닐까.

사진/ 위원들은 대선 관련 표지이야기가 현 정치의 흐름을 알 수 있어 좋았다는 긍정적인 평가를 했다. 그러나 "후보단일화에 대한, 특히 노무현 후보로의 단일화에 대한 찬성 일색 아니었나"라는 비판도 제기했다.

이윤영: 432호 표지이야기 ‘대선이 두려운 56인의 사형수’는 검은색 표지에 창살, 그리고 마지막 잎새가 의도적인 앵글이긴 해도 아주 인상적인 표지였습니다.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을 정도로. 그러나 사형제 폐지보다는 한 사람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대선의 모순을 더 비난했어야 하지 않을까 싶네요. 같은 호 정윤수의 착한 문화에 대한 비평은 공감되는 글이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완곡한 평론이어서 좀더 센 비평이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433호 문화면 레즈비언들이 본 <이브의 아름다운 키스>는 이 영화를 아주 재미있게 본 터라 가장 먼저 읽었어요. 결론적으로는 실망을 금치 못했습니다. 수다꾼들과 나와 영화를 보는 시각의 차이기도 했겠지만 영화의 옥에 티를 찾는 것으로 수다를 대신하는 듯한 분위기는 레즈비언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해명하려는 것으로만 비쳐요. 로만포르노를 다룬 김장호의 환상박물관을 지하철에서 보는데 어찌나 얼굴이 화끈거리던지…. ‘한국 고추는 스트레스 받는다’에서도 한번 경험했지만. (웃음) 아직도 이런 단어와 사진을 남들 앞에서 떳떳하게 내놓고 읽지 못하는 게 비단 저뿐만은 아닐 겁니다. 434호 논단 ‘교장을 선출하라’를 읽고 교장이 교육청의 마름이라는 말에 공감합니다. 우리나라 교육현장의 붕괴와 모순은 제도상의 문제, 학생들, 선생님, 부모, 4박자가 어우러져 만들어낸 결과라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단풍’이라는 말까지 나왔어요. 다음번엔 어떤 풍이 불어올지. 한홍구의 역사이야기에서 ‘풍’의 근원과 발달사를 한번 다루어줬으면 해요.

한효민: 434호 이슈추적 ‘설마가 검찰 잡았다’에 이어 435호 <충청리뷰> 표적·보복 수사 관련 기사는 검찰의 강압적인 고문 수사에 대한 책임으로 법무부 장관과 검찰청장이 해임된 사건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합니다. 우리가 부지불식중 잊어버리거나 모르고 지나칠 수 있는 사실을 이슈추적에서 집중적으로 다룸으로써 공감대를 형성하려는 노력을 엿볼 수 있어 좋았습니다. 문화면과 관련해 제안할 것이 몇 가지 있습니다. 우선, 방송·연예·오락 등 흥미위주 기사에 너무 치중하는 건 아닌가 싶습니다. 소규모의 실험적이고 다양한 문화를 소외시키는 것 같아요. 연극, 무용, 사진예술, 소수 언더그라운드 음악, 소규모 전시 등에 대한 시사성 있고 의미 있는 정보를 발굴·개발해 우리 문화의 다양화를 위해 노력해줬으면 해요. 또, 문화면의 중요한 기능 중 하나가 정보와 함께 문화에 대한 관점 제시입니다. 문화에 대한 나름의 기준과 시각을 가지고 비평정신을 강화해 독자들과 공감대를 형성하도록 노력해줄 것을 부탁드립니다.

최일우: 지난달 <한겨레21> 표지이야기는 뭐니뭐니해도 후보단일화를 이룬 두 주역 노무현·정몽준이지 않았나 합니다. 국민의 관심도 많았는지 433호 ‘창 꺾을 자 누구냐’, 435호 ‘대역전 프로젝트’ 등 매호 빠지지 않고 다루었죠. 다만, 후보단일화에만 기사의 초점이 너무 치우쳐 양 진영 간 이념과 정책의 괴리를 얼마나 극복하는가 관심이 필요하고, 민노당과 사회당에도 공평한 지면할애가 필요하지 않나 합니다. 434호 공무원 노조 이야기 ‘철밥통 낙지부동 일어서는 공무원’은 기사가 무엇을 이야기하려는지 모르겠어요. 내용을 보면 공무원의 부패, 정년까지 신분보장, 인사청탁 등과 공무원 노조 합법화가 오락가락 뒤엉켜 공무원들의 노조 설립의 절박함이 독자들에게 와닿지 않았어요. 434호 이슈추적 ‘설마가 검찰 잡았다’는 피의자 인권의 사각지대였던 검찰수사에 대한 통렬하고 날카로운 분석보다는 사건 설명에 머물렀고 특히 마지막에 이 전 총장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사건에 면죄부를 주는 듯한 인상이 강하게 풍겼어요. 마지막으로 통일로 ‘신의주는 다시 일어설까’는 양빈 사건 이후 신의주 특구 문제가 궁금했는데 시기적으로 적절한 기사였어요.


승인: 저는 평가보다는 몇 가지 제안을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의 1인당 위스키 소비량이 세계 1위 수준이라고 들었습니다. 그리고 각 위스키 회사에서 한국을 잡아야 한다는 경쟁이 높다고 합니다. 이번에 보졸레 누보에 관한 기사를 봤는데요. 오히려 분수 넘치는 우리나라 위스키 시장에 관한 비판 기사가 필요합니다. 문화방송의 라는 프로그램을 보는지 모르겠는데 거기에서 요즘 가출 청소년들을 찾아주는 섹션이 있습니다. 매주 그 프로그램을 보는데요.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 우리 사회가 얼마나 대화가 필요한지 절실히 느끼게 됩니다. 이번에 수능시험 끝나고 두명의 학생이 자살했습니다. 그 외에도 한 아이는 왕따를 못 이겨 자살을 했고, 심지어 초등학교 5학년 한 남학생은 학원이 너무 가기 싫고 공부를 강요하는 게 싫다는 이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한겨레21>에서 관련기사가 없어서 솔직히 실망했습니다.

박경남: 432호 ‘착함을 좇는 시대의 우상’은 착함 콤플렉스가 우리 자신을 바보로 만들어간다는 자각을 할 수 있는 기사였습니다. 433호에 실린 레즈비언들의 수다는 솔직담백한 부분이 신선했는데요, 대중적인 공감 정도가 어떨지 걱정되는 기획이었습니다. 435호에서 후보단일화에 대한 칼럼 기고자들의 입장은 어쩌면 노 후보 살리기로 비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입장을 갖는다는 것은 중요할 수도 있지만 대조되는 시각도 필요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11월에는 문화면이 돋보이는 달이었습니다.

소리나: 433호가 무척 인상깊었습니다. 노·정 단일화 문제보단 ‘홍대앞 이태원 따라가나’라든지 ‘발이 원하는 신발’ 등 흥미로운 기삿거리가 많았고요. 한홍구 교수의 김두한에 대한 글도 시기적절했던 것 같습니다. 반면 같은 호에 실린 ‘필자들이 바라본 단일화’는 좀 이상했습니다. 색다른 이견이 있을까 싶어서 열심히 읽었는데 결국 표현만 달리했지 ‘해야 한다’가 결론이더군요. ‘이섭의 색정만가’는 제가 독해 능력이 떨어지는 건지 무슨 말을 하려는지 잘 모르겠어요. 마지막으로 요즘 인터넷을 보면 많은 국민이 여중생 압사사건에 분노를 느끼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한번쯤 다룰 거라고 생각했는데 좀 아쉬운 부분입니다. 평소 미국 문제에 관심을 갖지 않던 친구들도 많이 흥분하면서 이번 사태에 공감을 표하는 것을 보고 놀랐거든요. 12월 한달 역시 정치권 기사가 많이 다뤄질 것 같습니다. 하지만 너무 정치권 기사로만 치중되지 않으면 좋겠어요. 제가 즐겨 읽는 아시아 네트워크라든지 움직이는 세계, 사람과 사회도 많이 신경써주세요.

이경숙: 제가 <한겨레21>을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정치와 사회에 대한 안목의 균형 내지는 통찰인데, 이런 점에서 요새 핫이슈가 된 후보단일화와 관련된 기사들이 좋았어요. 지난번 회의 때 소수자들의 수다를 시리즈로 하면 어떻겠느냐고 제안한 기억이 나는데, 433호의 레즈비언 수다는 그 의견의 반영인가요 (웃음) 처음으로 여성의 다른 세계를 접하면서 낯섦과 호기심을 느꼈는데요, 그 글을 읽으니까 나도 왠지 감성이 더욱 잘 통하는 동성끼리의 사귐이나 한번 해볼까 생각이 들더군요. (웃음) 어쨌든 이런 기사들을 계속 보내주기 바랍니다. 434호 ‘디지털 문서는 사이버 골동품’은 저의 뒤통수를 치는 아주 신선한 내용이었어요. 디지털화된 문서는 아주 작은 공간을 차지하며 영원히 보전될 것이라고 그저 타성적으로 생각했는데, 이게 얼마나 치명적인 약점을 가지고 있는지 새삼 알게 됐어요. 그런데 432호 사형수 기사는 취재 대상들의 대부분이 보안법 위반자거나 안타까운 사연들을 가진 사람들이기에 사형제도의 비인간적인 면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게 하지만, 사형수 중에는 파렴치범이나 흉악범들도 많다는 점에서 기사가 너무 온정주의쪽으로 치우친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드는군요. 화장품 광고에서 10년 젊어보인다는 콘셉트의 제품 선전, 머리 염색으로 40대가 20대로 보인다는 선전 등 무의식적으로 여자는 젊어야 한다는 이념을 주입하는데, 이에 대한 비판 기사를 부탁합니다.

<제5기 독자편집위원회>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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