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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어, 김남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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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7-31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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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일 열풍을 다룬 표지이야기에 찬반 양론 엇갈려… 미군문제에 대한 심층적 접근 필요

사진/ 419호 표지이야기에 대해 “참신했다”와 “의미 없었다”는 의견이 팽팽히 맞섰다. 위원들은 표지디자인부터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4차회의의 화제는 단연 김남일 신드롬을 다룬 419호 표지이야기였다. 참신하고 재미있는 분석이었다는 시각과 스포츠신문이 떠들어댄 이야기를 굳이 확대시켜 다룰 필요가 있었느냐는 비판이 팽팽하게 맞섰다. 하나의 기사에 의견이 첨예하게 대립한 것도 오랜만이다. 그만큼 표지디자인부터 이 기사는 위원들에게 충격을 주었다. 가판대에서 표지를 보고 놀랐다는 김선의 위원은 시사에 관심 없는 동료까지 자신에게 기사에 대한 이야기를 하더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한편 진보적인 시사주간지인 만큼 김남일 열풍을 좀더 비판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다거나, 김남일 열풍은 선정적 매체가 조장한 측면이 많다는 지적도 나왔다. 독자편집위원회 ‘노장파’ 가운데 기사를 좋게 본 남광우 위원은 매서운 비판을 쏟아낸 박경남 위원에게 “젊게 살자고요”라고 말해 웃음을 터뜨렸다. 승인 위원은 “김남일 기사를 쓴 기자들이 다 여성이었는데, 만약 남성 기자가 썼으면 어떻게 됐을지 궁금하다”는 애교어린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이번달 호평을 받은 기사는 418호 특집 ‘동맹 속의 인신매매’, 419호 사람과 사회 ‘방학선물을 콘돔으로’, 418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고용안정센터 상담원 체험’ 등이었다. 위원들은 특히 미군문제에 대한 기획시리즈를 해볼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김선의 사람과 사회 ‘방학선물은 콘돔으로’는 정말 좋은 기사예요. 청소년들에게도 필요하지만 어른들도 알아야 할 내용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미군 무법천지의 사례를 좀더 자세히 다뤄주면 좋겠어요. 엄청난 범죄가 있을 텐데 다들 그랬구나 하고 그냥 넘어갔잖아요. 418호에 모처럼 만에 기자가 뛰어든 세상이 맘에 들었어요. 저는 기자가 뛰어든 세상을 보면 공감도하지 않았고, 기자들만의 잔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많이 했어요. 이번엔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실업을 다뤘고 실업급여에 대한 자세한 설명까지 곁들여 유익한 기사였어요. 418호 특집 ‘동맹 속의 인신매매’도 인상적이었어요. 미국에 종속된 한국을 생각하면 왜 이렇게 씁쓸한지…. 김학민의 음식이야기 보신탕편을 보고 한참 웃었어요. 417호 문화면 ‘달아봐 걸어봐 달라질거야’는 남자들의 장신구 유행을 참신하게 다뤘어요. 저는 예전에 남자들이 귀걸이한 걸 보면 좀 불편하게 생각했는데 이 기사를 보고 생각을 바꿨어요. 주5일근무제가 확산되니까 다른 사람들은 취미생활을 어떻게 하는지 궁금해요. 다른 사람들의 취미생활을 알면 도움이 될 것 같아요.

백대현 주한미군에 대한 기사가 계속 나오는데요. <한겨레21>이 한번쯤 소파문제를 크게 다뤄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일본이나 다른 나라와 비교할 필요도 있고요. 정치면에는 지루한 양당의 공방보다는 그런 요인들로 인해 계류된 법안 등을 정확히 짚어 비판하는 게 필요할 것 같아요. 사람들도 서로 욕하는 기사에만 익숙해진 것 같아 안타까워요. 기자가 뛰어든 세상 실직자 센터 체험이 굉장히 좋았어요. 앞으로는 기사 아이템을 독자에게 공모해보면 좋겠어요. 418호 ‘재벌 버릇 남 못 주지’에 현대와 삼성이 돈 준 얘기가 나오잖아요. 상자기사에 전경련이 공약평가를 한다는 것에 대한 비판기사가 있더라고요. 그 글이 좋은 것 같아요. 왜 상자기사로만 나왔는지 아쉬운 점이 있어요. 한국항공 관련기사를 읽으면서 제안하고 싶은 게 있어요. 97년 외환외기 당시 빅딜이라면서 기업들이 외국자본에 많이 넘어가고 합병도 되고 했잖아요. 몇개 기업 정도를 표본으로 삼아 빅딜이 잘됐는지 잘못됐는지 평가해보면 좋겠어요.

구가인 영화 <긴급조치 19호> 관련기사를 읽고 문제를 느꼈어요. <긴급조치 19호>는 굳이 <한겨레21>에서 기사를 내주지 않아도 얼마든지 다른 방식으로 선전이 될 영화라고 봐요. 유명가수들이 많이 나오는데 별도의 영화기사를 써줄 만큼 가치 있는 영화인가 생각했어요. ‘태극기가 흐느낀다’는 기사를 관심 있게 읽었는데요, 미군만 나쁜 놈들은 아니잖아요. 한국 정부에서 책임질 자리에 있는 사람들도 위험이 있는 줄 알면서 왜 예방조처를 취하지 못했나요. 그 전에 대책을 마련해야 했는데, 그런 면에 대한 비판은 하나도 안 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 아시아 네트워크의 싱글리시 문제도 재미있게 읽었어요. 양심적 병역거부에 대해 한번 크게 다뤄봤으면 해요. 독자게시판을 보니까 그 문제에 대한 글이 많이 올라오던데…. 찬성파와 반대파 서로 이해가 부족하고 소통이 안 된 측면도 있어요. 다 피해자잖아요. 그런 사람들이 모여서 얘기할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면 좋겠어요. 광장 기사는 서울에만 한정지어서 얘기하는 게 되게 아쉬웠어요. 문화적 혜택을 훨씬 못 받는 지방도 변변한 광장이 없는데 그런 문제는 도외시한 점이 안타까웠습니다.


남광우 저는 416호 ‘서울의 심장을 광장으로’가 힘이 있는 기획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419호 ‘로봇의 욕망’에 대해서는 로봇이라는 것이 치료나 게임 등의 순기능이 있는 반면 역기능도 있을 텐데 그런 부분에 대한 고찰도 있어야 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요. 과학만 딱 떼놓고 보면 좋을 수 있지만 사람과의 관계 속에서도 과학이 작용하는 것이니까요. ‘방학선물을 콘돔으로’는 신선하긴 하죠. 계도적인 측면도 있고요. 그런데 어떻게 보면 청소년들이 콘돔만 있으면 성관계를 해도 되는구나 하고 생각할 우려도 있어요. 이 기사를 받아들이는 사람들의 스펙트럼이 다양할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주5일제 찬반양론이 맞서는데, 다시 한번 짚어줄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미군문제는 소파보다는 한미상호방위조약을 문제삼아야 한다고 봅니다. 제가 보기엔 조약도 아닌 조약이에요. 매우 굴욕적인 내용이고, 소파의 모법이라 볼 수도 있어요. 좋은 기사는 조계완 기자가 쓴 ‘중소기업협동중앙회 현대판 노예상인인가’였어요. 다음에는 한번 노동계나 인권단체에서 요구하는 고용허가제나 노동허가제에 대해서도 한번 다뤄주면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박경남 419호는 전체적으로 내용이 너무 가벼운 것 같았어요. 서해교전이 터지면서 어민들이 얼마나 고통을 겪었는지 보여준 기사들이 좋았던 것 같아요. 완도에 선배가 한명 있는데요. 연평도에만 있는 일이 아니라 실제로 바다 나갈 때 경찰들과 마찰이 많이 있대요. 우리 민간보육시설에 대해 정부에서 감시제도를 만든다는 얘기가 나왔거든요. 그게 상당히 많은 논의가 됐다고 하는데 실제로 시설을 운영하는 사람들은 잘 몰라요. 그 사람들을 빼고 논의했다는 이야기도 있더라고요. 중요한 건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거예요. 저도 애를 키우는 엄마로서 그런 걸 다뤄보면 좋겠네요.

우승인 416호 연예계 문제와 관련해서 대담이 들어갔는데 독자들이 여러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사라서 참 좋았어요. 싱글리시 다룬 아시아네트워크는 무슨 얘기를 하려는지 의도를 잘 모르겠어요. 한 호에 특집이 두개 나오면 좀 가볍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만약 다른 사람들이 김남일 표지를 보고 상업적 의도라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나 걱정이 됐어요. 기사를 보면 시도는 괜찮았다고 생각하거든요.

홍창욱 ‘반쪽짜리 커밍아웃’은 굉장히 중요한 문제라는 생각이 들어요. 피해자가 이런 글을 썼다는 것이 대단한 것 같아요. 저는 여성으로서 성폭력당한 부분에서도 문제제기가 돼야겠지만, 한국 대학의 구조적인 사제 간 권력관계에 대해서도 문제제기를 해야 하지 않았을까 해요. <한겨레21>이 언론권력에 대한 비판을 많이 했는데 서해교전에 대해 여타 언론들이 어떻게 보도했나 하는 기사가 나오면 더 좋았을 것 같아요. 요즘 인간복제에 대해서 뉴스가 많이 나오고, 한 외국계 업체는 한국에서 최초의 복제인간이 탄생할 수 있다는 얘기도 하던데…. 여기에 대해 다음호에서라도 다뤄주면 좋겠어요.

이동화 어차피 전 길게 말해도 얼마 못 나오니까 간략히 하죠. (웃음) 미군이 우리에게 기여하는 부분이 있고 부담주는 부분도 있을 텐데, 기여하는 부분도 생각해보고, 문제를 줄일 수 있는 방안에 대해 좀 기획시리즈로 다뤄줬으면 해요. 그런 면에서 ‘동맹 속의 인신매매’를 아주 감명깊게 잘 읽었어요. 미군에서 일하는 카투사 병사들의 심정이 복잡할 것 같아요. 그런 것도 다른 각도에서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요즘엔 한홍구의 역사이야기를 가장 관심깊게 읽어요. 역사하고 전혀 상관없이 살다가 우리 근현대사 얘기를 들으니 참 좋아요. 이번에 녹화사업 글을 읽으면서 많은 생각을 했습니다. 서해교전 기사에서 계속 포용정책을 강조하는 쪽으로 논조를 잡았는데 아주 적절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식으로 대안을 잡아주는 건 좋다고 생각해요. 과학면 ‘당신도 숨고 싶나요’도 참 재미있었어요. 스팸메일은 몇해 전만 해도 기삿거리가 아니었는데 이미 우리 일상 속에 자리잡고 있잖아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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