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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이제 월드컵에 감춰진 것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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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7-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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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나 좋은 마이너리티·사람과 사회… 표지가 월드컵이면 특집은 무게가 있어야

화살처럼 지나가버린 6월. 자연스레 이번 회의에선 월드컵 이야기가 꽃을 피웠다. 위원들은 한달 동안 표지이야기로 나간 월드컵 기사들에 다른 매체보다 차별성 있는 분석이 돋보였다며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월드컵에 묻혀 다른 사회문제들이 간과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특히 표지이야기로 월드컵 기사를 실을 경우, 특집에서는 날카로운 비판의식이 돋보이는 기사를 실어야 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런 맥락에서 파업노동자에 대한 가압류 조처, 지방선거에서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사람들 등을 다룬 마이너리티와 사람과 사회 기사들이 호평을 받았다. 위원들은 월드컵이 끝나는 시점에서 그간 응원 열기에 묻혀 있던 사회문제들을 다시금 조명해달라고 주문했다.

사진/ 위원들은 월드컵 기사가 보여준 참신한 분석에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으나 월드컵 열기에 묻혀 중요한 문제들이 간과된 데 대한 아쉬움을 토로했다. 사람과 사회·마이너리티는 그래서 더욱 빛난다.
이경숙 414호 정치면 ‘풀뿌리 새싹들 줏대를 세우마’가 인상적이었어요. 환경후보나 민노당에 대해 잘 몰랐는데 그 사람들을 통해서 조금씩 변화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박노자 교수와 홍세화씨의 특별대담을 통해서는 우리나라에 대한 근본적 문제제기에 많이 공감했고 계속 이런 문제의식을 독자들에게 던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413호에선 이슈추적 ‘병원파업은 왜 연례행사인가’가 좋았어요. 저는 병원파업을 굉장히 부정적으로만 생각했는데 기사를 통해 파업의 이유를 알게 됐어요. 또 같은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선관위 감시반 활동도 현장감이 있어서 좋았고요. 마이너리티 ‘나는 찍고 싶다’를 통해 투표권을 제한받고 있는 사람들에 대해 알게 돼서 좋았습니다. 412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에로영화 촬영장 체험을 접하고 적나라하게 그 현장을 볼 수 있겠구나 하고 생각했는데 좀 실망했어요. 전 평소 에로영화를 안 보지만 어떻게 찍나 궁금했거든요. 에로배우의 애환을 다룬 것도 아니고 에로산업 분석도 없었고, 그렇다고 현장을 잘 전달해준 것도 아니라서 싱거웠어요. 파라다이스그룹의 카지노 사업을 다룬 414호 경제면 기사는 파라다이스에 대해 이해해달라고 한 건지 초점을 잘 모르겠어요. 또 우울한 기사들과 같은 비중으로 뭔가 이뤄낸 사람들을 다뤘으면 해요. 412호 휴먼 포엠에 나왔던 인권운동가 댄 존스 얘기처럼요. 그런 걸 읽으면서 마음이 따뜻해졌으면 좋겠거든요. 국제축구연맹(FIFA)의 횡포를 다룬 분석기사가 하나 나왔으면 좋겠어요. FIFA가 너무 많은 돈을 요구해서 FIFA와 중계권 계약을 맺은 회사들이 망한 적도 많아요. FIFA만 살찌고 다른 사람들은 게속 피해를 받는 것 같습니다.

홍창욱 월드컵에 대한 기사들이 많이 나왔는데요. 나름대로 색다른 기사들이 많았다는 생각도 들어요. 파키스탄의 언론인이 쓰는 글처럼, 다른 잡지보다 다양한 시각들을 많이 제공해준 것 같아요. 요즘 특히 마이너리티가 마음에 들거든요. ‘연금통장을 찢어버렸다’나 ‘나는 찍고 싶다’ 등 정말 소중한 기사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클릭! 건강 만들기’에 불만이 많아요. 사회 유망인사들의 건강비법을 얘기하는 게 실생활에 얼마나 쓸모 있는가 하는 의문이 들어요. 그 사람들이 걷기를 많이 하고 부부 간의 금슬이 건강의 원천이라고 말하는 것이 얼마나 소용이 있겠어요. 난을 없애든지 아니면 그 난을 다른 시민들이 많이 볼 수 있는 건강면으로 바꾸든지 해야 할 것 같아요.


고송석 414호 간디를 다룬 ‘뒤집어 본 아시아’를 감동적으로 읽었어요. 그동안 진보진영 인사들에 대해선 신성불가침의 영역인 것처럼, 약간의 오류가 있어도 문제제기 하지 않았거든요. 그런 문제에 대해 서로 토론하는 풍토가 조성돼야 한다고 봐요. 414호 존속살인을 다룬 이슈추적을 읽고 많은 생각을 했어요. 이 사건에는 대한민국의 첨예한 모순이 중첩돼 있는 것 같아요. 학벌사회, 가정파괴, 인터넷의 부정적인 문화 등 여러 가지가 섞여서 일어났다고 생각해요. 이 기사를 보면 한국사회의 여러 단면이 보여요. 월드컵 전에도 트렁크에 주검을 넣고 다니며 범죄를 저지른 사람들이 파문을 일으켰잖아요. 왜 한국사회가 이렇게 됐는가 심층적으로 분석해봐야 합니다.

박경남 지방선거의 문제점에 대해 다시 짚어보는 기사가 부족했어요. 결과는 민주당의 참패지만 왜 이렇게 됐는가에 대한 조사가 별로 없었어요. 방송사들은 월드컵 경기를 본 사람과 안 본 사람의 선거참여율을 분석했더라고요. <한겨레21>은 국민이 선거를 어떻게 생각하고 어떤 투표행태를 보였는지 하는 심층적인 부분들을 짚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414호 특집 ‘사자직업, 고소득의 사다리’ 기사를 보면서 나는 몇 번째에 속하는지 봤는데요. (웃음) 물론 이 사람들이 얼마를 받고 있는지 알고 충격받을 수는 있겠죠. 그렇지만 그래서 어쩌자는 건지 모르겠어요. 물론 뒤에 분석도 나왔지만 좀 약하지 않았나 생각해요. 저는 붉은악마와 노사모가 만나면 어떤 일이 생길까 궁금했어요. 가상 드라마로 하든지 직접 회원들을 불러 토론을 시켜보든지 했으면 좋겠어요. 이 두 단체가 올해 상반기를 주도해온 흐름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승인 <한겨레21> 사이트는 단순히 기사를 업데이트하는 것밖에 안 되는 것 같아요. 네티즌의 특징이 활발한 토론인데요, 그런 것을 살려야 됩니다. 고향에 내려가서 선생님과 얘기를 했는데요, 열린 학교 얘기가 나왔어요. 문제는 그런 곳에 가고 싶어하는 아이들은 많은데 정보를 얻기 힘들다는 거예요. 교육에 대한 기사가 꼭 한번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금 대선후보에 관한 기사들만 많은데 민심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다뤘으면 좋겠어요. 예전에 부산과 대구 르포도 했는데 서울지역 외에는 소외되는 게 사실이거든요. 415호 특집이 애견에 관한 이야기던데, 전 솔직히 섭섭했어요. 이번 월드컵 때문에 가려진 사건들이 많잖아요. 다른 할 얘기도 많을 텐데 왜 애견 이야기를 특집으로 했을까 궁금했어요.

백대현 4주 동안 거의 월드컵 기사를 표지로 다뤘는데 월드컵 기사들이 긍정적인 면도 많았지만 부정적인 면도 많았던 것 같아요. 붉은악마에 대한 분석이나 히딩크 효과에 대한 기사들은 사람들이 놓치기 쉬운 이야기를 많이 다뤄줬다고 생각해요. 하지만 월드컵에 묻혀서 다뤄지지 않은 게 너무 많아요. 전 <한겨레21>에서 탈북자 문제를 집중적으로 다룬 기사를 한달간 보지 못했어요. 미군 장갑차에 치인 여중생들 기사도 크게 나가지 못했죠. 지방선거 얘기도 굉장히 작게 나왔고. 이런 면은 경계해야 할 것 같아요. 사람과 사회, 마이너리티, 성역깨기는 항상 좋아요. 우리나라에 민주당과 한나라당 양당체제가 고착화된 상황에는 언론의 책임도 있다고 생각해요. 볼 때마다 소수정당을 조명해주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리고 414호 특집 ‘사자직업, 고소득의 사다리’는 어떻게 보면 좋은 기사일 수 있지만 전 부정적이에요. 의사만 해도 얼마 못 버는 사람부터 정말 고소득 올리는 사람까지 계층화·계급화가 돼 있어요. 이걸 계기로 빈민층이나 최저임금제 문제를 거론했으면 좋은데 이런 문제는 그냥 곁다리로만 낀 것 같아요.

이동화 지난 한달 동안 본 기사 중 돋보이는 기사는 414호 만리재에서입니다. 16강보다 중요한 것, 저 자신도 들떠 있었는데 이걸 보고 우리가 생각 없이 사는구나 느꼈어요. 역시 편집장님의 글은 이 정도 돼야… 제가 말했다고 꼭 좀 써주십시오. (웃음) 415호 오태양씨 공판을 다룬 기사는 결과를 다시 한번 보여줌으로써 책임 있는 언론이라는 인식을 심어줘서 굉장히 좋게 봤습니다. 같은호 통일로 ‘죽쑤는 아리랑, 북한경제 흔든다’도 인상깊게 봤는데 우리가 월드컵 때문에 아리랑 축전에 너무 무관심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특집 ‘강아지 한 마리 몰고 가세요’는 한국사회에서 개 키우는 데 받는 제약들도 얘기해주면 좋았을 텐데요. 414호 사람과 사회 ‘이에는 이, 파업에는 가압류’도 감명깊게 읽었습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그 문제에 대해 노동자들이 어떻게 대응할 수 있는지 얘기해주지 않았어요. 현상을 지적하는 건 좋지만 계속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으니까, 뭔가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봐요. 하다못해 피해를 당했을 때 상담할 수 있는 곳 전화번호라도 적었으면 도움이 되지 않았을까요? 412호 기자가 뛰어든 세상 에로영화 촬영현장 체험은 독자와 함께 뛰어들었으면. (웃음)

남광우 새로 시작하는 ‘영광댁 사는 이야기’는 참 기대가 됩니다. 인생에 곡절이 있는 분 같은데, 아주 참신한 글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6월이면 붉은악마도 있지만 6월항쟁이라는 한국현대사의 아주 중요한 사건의 의미를 조명하는 기사도 빠졌고, 6·15 남북공동선언 1주년 기사도 빠졌어요. 그런 면들은 아무리 바쁘더라도 짚고 넘어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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