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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한나라·민주당밖에 없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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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7-03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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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이라는 빅 이벤트를 향해… 정치팀장 임석규 기자가 말하는 정치면의 나아갈 길

사진/ "우리는 진보정당에도 똑같이 지면을 할애했습니다."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임석규(가운데) 기자. (박승화 기자)
월드컵이 끝난 지금, <한겨레21> 정치팀은 대선까지 고된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편집위원들은 이 막중한 책임을 진 임석규 정치팀장에게 ‘차별화된 정치기사’를 주문했다.

이경숙 일간지는 그날그날의 사건들을 보도하면 되지만, 주간지는 기사를 종합하고 전망하는 데 어려움이 많을 것 같아요.

임석규 <한겨레> 정치부에 있다가 <한겨레21>로 옮겨오니, 그런 문제가 가장 어렵더군요. 제가 고민한 예가 지방선거예요. 선거가 목요일에 있는데 화요일에 잡지를 발행해야 했죠. 여러 자료를 바탕으로 민주당의 참패를 가정하고 썼어요. 그러잖으면 일주일 흐름에 완전히 뒤지니까요.

백대현 정치면 기사를 쭉 보면 민주당과 한나라당 기사만 많아요.


임석규 그렇지 않은데요. 이문옥 서울시장 후보 인터뷰도 했고, 민주노동당 울산 경선에 대해서도 썼고, 기타 사회당 후보를 상자기사로 썼어요. 우리는 똑같이 분량을 할애했습니다.

백대현 세어보면 한나라당보다 민주당이 훨씬 많은데요.

임석규 제가 정치팀을 맡고부터 민주당 경선이 시작됐고 노무현 돌풍이 일었어요. 그 뒤 한나라당도 경선을 시작했지만 민주당보다는 열기가 덜했죠. 비교적 한나라당은 이회창 총재체제에서 안정적으로 굴러가지만 민주당은 역동적이라 나오는 뉴스가 많아요.

홍창욱 이번에 민노당 권영길 후보 인터뷰는 민주당과 비교해서 많이 얘기하더라고요. 한나라당의 견제세력으로 민노당과 민주당을 비슷하게 보는 것 같은데, 그러다 보니까 이야기가 한정되는 것 아닌가요. 정책적으로 보면 더 이야기할 게 많은데요.

임석규 저희도 처음엔 진보정당의 약진, 정당대표제의 의미와 사회적 파장을 분석하려고 했어요. 신문이 많이 다루지 않으면 우리가 깊이 해부해줄 필요가 있는데 그런 기사들이 신문에 다 나왔어요. 동어반복할 수 없으니까 결국은 민노당 대표로서의 권영길씨를 중심으로 민노당의 성과와 한계를 지적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을 한 겁니다.

남광우 문제의 ‘노무현 술자리’에 동석하신 분인데, 가끔 사적인 자리에서 한 오프더레코드 약속을 깨서 곤혹스러운 입장이 되기도 할 것 같아요. 국민의 알권리와 취재원과의 약속 중 어느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시는지.

임석규 오프더레코드는 정치인들이 먼저 요청하는 경우가 이따금 있어요. 그건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좀더 정확히 전달하되 보도됐을 경우 왜곡될 위험이 있어서 요청하는 거죠. 오프더레코드 약속은 지키는 게 기자의 윤리라고 생각해요. 문제는 어디까지 지켜야 되느냐죠. 기자의 윤리 차원을 넘어 충격적이고 중요한 사안이라면 깰 수 있지만, 그날 자리는 여러 맥락으로 볼 때 오프더레코드를 깰 사안이 아닌 것 같아요.

홍창욱 얼마 전에 한 국회의원 집무실에 가본 적이 있는데 탁자 유리판 밑에 일간지·주간지 기자들 사진과 이름이 다 적혀 있었어요. 왜 의원이 기자들 사진과 이름까지 적은 목록을 만들어놨을까 의아했어요. 회식자리 등 정치인들과 사적인 자리를 많이 가지는 것 자체가 문제가 아닐까요.

임석규 정치는 기본적으로 말로 하는 겁니다. 그런데 우리 문화에서는 말을 주고받는 장소가 대개 밥먹는 자리에요. 기자들과도 그런 경우가 종종 있죠. 밥먹는 자리에서 할 얘기가 있고 공적인 자리에서 할 얘기가 있어요. 기자들은 대부분 취재하는 입장이라 취재원 의사를 많이 따릅니다. 밥먹자고 하는데 기자회견 하자고 할 수 없어요.

홍창욱 저는 적어도 정치기사가 여론조사 위주가 되어선 안 될 것 같아요. 경마식 보도라고 하잖아요. 메이저급 1, 2위가 다투다 보면 나머지 후보들에 대한 관심은 자동적으로 떨어지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임석규 민심의 반영이라는 측면에서 여론조사도 중요하죠. 그렇다고 해서 다른 측면들, 검증이나 심층분석 등이 더 가볍게 취급되서는 안 되겠죠. 저도 7월 중에 한번 여론조사를 하려고 기획하고 있는데요, 단순한 여론조사가 아니라 왜 그런 결과가 나오는지 분석도 해보겠습니다

이경숙 ‘광주는 오히려 자유로워졌다’처럼 다른 지역의 민심르포를 하면 좋겠어요.

임석규 중요한 지적입니다. 노무현 돌풍 때도 저희가 영남르포를 했거든요.

이동화 이번 대선에서 네거티브 전략으로 선거운동이 흐른다면 언론에서 확실하게 경종을 울리는 기사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임석규 네거티브라고 해서 사실에 근거한 것까지 무시해서는 안 되지만, 이번 지방선거 같은 경우는 좀 심했죠.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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