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면과 여성문제 관련 기사에 대한 김은형 기자의 고민을 듣는다
10명 위원들의 만장일치 추천으로 문화팀 김은형 기자가 청문회 단상에 올랐다. 김소희 기자와 함께 <한겨레21>에 ‘희귀한 존재’인 여성기자. 결혼을 안하는 것이라 주장하는(그러나 모두들 못하는 것으로 심증을 굳히고 있는) 발랄한 노처녀. 문화와 여성문제에 대한 그의 고민을 들어본다.
백대현: 문화면 기사는 기자의 주관이 많이 들어가는데, 어떤 기준을 갖고 있나요.
김은형: 문화는 기준을 잡기가 참 힘든 것 같아요. 진보라는 걸 표방하지만 영화에서 어떤 작품이 진보적이냐 판단하긴 어렵잖아요. 기준이 있다기보다는 아이템별로 판단하죠. <블랙호크다운>은 굉장히 영상미가 뛰어난 작품이지만 거기 들어 있는 관점에 대해 비판을 많이 했어요.
남광우: 서평이나 책소개는 내용을 다 소화하고 쓰는 건지요. 김은형: 우리는 기사를 보면 보도자료를 베꼈는지 안 베겼는지 다 아는데요, 전 다 읽었어요(웃음). 박경남: 기사량이 굉장히 많던데요. 김은형: 제가 질보다 양을 추구하거든요(웃음). 박경남: 문화면은 여성기자들이 많이 써요. 왜 여성기자는 문화와 여성문제만 쓰는지 모르겠어요. 정치분야도 쓸 생각은 없는지요. 김은형: 타당한 지적이에요. 심지어 같은 일 하는 선배로부터 넌 왜 그런 일만 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어요. 원래 문화분야 취재가 좋았지만,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마이너리티 입장을 마이너리티가 이해하듯이 진보적인 남성이 여성만큼의 고민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돼요. 결국 아쉬운 사람이 쓰게 돼 있으니까 아무래도 여기자들이 많이 쓸 수밖에 없지요. 남광우: 한국의 브리짓 존스들의 수다를 실은 기사를 읽은 적 있어요. 기사가 주관성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성문제를 다룬 기사에서 아무래도 상대적인 약자라는 느낌 때문에 너무 옹호하는 측면이 있는 건 아닌지…. 김은형: 있어요. 수위 조절을 지적하는 거라면 각론을 고쳐야 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신문이 아니라 잡지라면 매력적이고 좋은 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잡지에서는 좀 향기가 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화: 김용옥 교수가 예전에 강좌할 때 자기 책을 잘못 해석했다며 방송에서 어느 기자를 비판한 기억이 나는데요. 문화면에서도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은형: <친구> 신드롬이 일면서 좀 비판하는 기사를 썼는데 곽경택 감독이 통화 중에 “그동안 실패하다가 한번 잘되려고 하는데 재를 뿌리냐”라고 화낸 적이 있어요. 예전에 같이 일한 이상수 선배 말 중 잊히지 않는 게 “문화는 기본적으로 주관적이고 어떤 사람이 뼈를 깎는 작품을 비판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 백 가지 칭찬을 해도 한 가지 비판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이에요. 지적 허영심으로 작품을 밟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승인: 문화면은 단편적 사실들만 기사로 쓰지, 방향성 제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판면에 서평을 주로 쓰는데 출판문화의 흐름 같은 것을 다룰 생각은 없는지. 김은형: 같이 가야죠. 좋은 책을 소개하면서 출판계 문제점도 분석해야 하고요.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경남: 음반 소개할 때 개인의 고급스런 취향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독자들의 취향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외면일 수도 있거든요. 김은형: 대중음악 담당을 오래 했는데 가장 쓰기 힘들어요. 한국의 대중음악 산업은 정말 단순해요. 영화처럼 역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죠. <한겨레21>뿐 아니라 <한겨레>도 마니아적 취향이라고 욕먹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지면마다 누구나 쓰는 핑클 이야기를 또 써야 할까요. 우리나라 음악풍토가 다양화돼 있지 않아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박경남: 여성문제를 건드리긴 하는데 결론이 없다는 게 불만이에요. 이번 페미니즘 논쟁도 그렇죠. 우리가 알아서 생각하라는 건가요? 페미니즘 논쟁도 아예 특집으로 해서 정말 모험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말을 지으면 좋겠어요. 저번에 여성정치 문제에 대한 좌담도 속시원하게 얘기를 끌어내는 것도 아니고 모아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시원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김은형: 기자가 잘 못 써서(웃음). 논쟁 중인 기사를 쓸 땐 방향성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박경남: 때론 그냥 판을 읽어내는 것뿐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해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뿐 아니라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살펴봐야죠. 여자뿐 아니라 남자 의견까지도 다양하게 들어보고 돌파구를 만들어내면 좋겠네요. 이동화: 직장생활하다 보면 문화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생활 속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획을 해주면 좋겠어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사진/ "지적 허영심으로 작품을 밟을 순 없죠." 위원들의 질문에 대답하는 김은형 기자. (이정용 기자)
남광우: 서평이나 책소개는 내용을 다 소화하고 쓰는 건지요. 김은형: 우리는 기사를 보면 보도자료를 베꼈는지 안 베겼는지 다 아는데요, 전 다 읽었어요(웃음). 박경남: 기사량이 굉장히 많던데요. 김은형: 제가 질보다 양을 추구하거든요(웃음). 박경남: 문화면은 여성기자들이 많이 써요. 왜 여성기자는 문화와 여성문제만 쓰는지 모르겠어요. 정치분야도 쓸 생각은 없는지요. 김은형: 타당한 지적이에요. 심지어 같은 일 하는 선배로부터 넌 왜 그런 일만 하느냐는 지적을 받기도 했어요. 원래 문화분야 취재가 좋았지만, 갇히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마이너리티 입장을 마이너리티가 이해하듯이 진보적인 남성이 여성만큼의 고민을 할까 하는 생각도 하게 돼요. 결국 아쉬운 사람이 쓰게 돼 있으니까 아무래도 여기자들이 많이 쓸 수밖에 없지요. 남광우: 한국의 브리짓 존스들의 수다를 실은 기사를 읽은 적 있어요. 기사가 주관성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여성문제를 다룬 기사에서 아무래도 상대적인 약자라는 느낌 때문에 너무 옹호하는 측면이 있는 건 아닌지…. 김은형: 있어요. 수위 조절을 지적하는 거라면 각론을 고쳐야 하는 건 맞아요. 하지만 신문이 아니라 잡지라면 매력적이고 좋은 주관성이 있어야 한다고 봐요. 잡지에서는 좀 향기가 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동화: 김용옥 교수가 예전에 강좌할 때 자기 책을 잘못 해석했다며 방송에서 어느 기자를 비판한 기억이 나는데요. 문화면에서도 이해관계가 얽힐 수 있을 것 같아요. 김은형: <친구> 신드롬이 일면서 좀 비판하는 기사를 썼는데 곽경택 감독이 통화 중에 “그동안 실패하다가 한번 잘되려고 하는데 재를 뿌리냐”라고 화낸 적이 있어요. 예전에 같이 일한 이상수 선배 말 중 잊히지 않는 게 “문화는 기본적으로 주관적이고 어떤 사람이 뼈를 깎는 작품을 비판할 때 정말 조심해야 한다. 백 가지 칭찬을 해도 한 가지 비판이 상처를 줄 수 있다”는 말이에요. 지적 허영심으로 작품을 밟는 건 좋지 않다고 봐요. 승인: 문화면은 단편적 사실들만 기사로 쓰지, 방향성 제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출판면에 서평을 주로 쓰는데 출판문화의 흐름 같은 것을 다룰 생각은 없는지. 김은형: 같이 가야죠. 좋은 책을 소개하면서 출판계 문제점도 분석해야 하고요. 준비하고 있습니다. 박경남: 음반 소개할 때 개인의 고급스런 취향이 많이 작용하는 것 같아요. 독자들의 취향을 끌어올릴 수 있지만 외면일 수도 있거든요. 김은형: 대중음악 담당을 오래 했는데 가장 쓰기 힘들어요. 한국의 대중음악 산업은 정말 단순해요. 영화처럼 역동적이지도 합리적이지도 않죠. <한겨레21>뿐 아니라 <한겨레>도 마니아적 취향이라고 욕먹을 때가 있어요. 하지만 지면마다 누구나 쓰는 핑클 이야기를 또 써야 할까요. 우리나라 음악풍토가 다양화돼 있지 않아 그런 문제가 생기는 것 같아요. 박경남: 여성문제를 건드리긴 하는데 결론이 없다는 게 불만이에요. 이번 페미니즘 논쟁도 그렇죠. 우리가 알아서 생각하라는 건가요? 페미니즘 논쟁도 아예 특집으로 해서 정말 모험하는 한이 있더라도 결말을 지으면 좋겠어요. 저번에 여성정치 문제에 대한 좌담도 속시원하게 얘기를 끌어내는 것도 아니고 모아지는 것도 아닌 것 같아요. 시원하다는 느낌이 안 들어요. 김은형: 기자가 잘 못 써서(웃음). 논쟁 중인 기사를 쓸 땐 방향성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우리가 얼마나 개입해야 하는지 조심해야 할 부분도 있어요. 박경남: 때론 그냥 판을 읽어내는 것뿐 아니라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해요. 이렇게 진행되고 있다는 것뿐 아니라 대중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살펴봐야죠. 여자뿐 아니라 남자 의견까지도 다양하게 들어보고 돌파구를 만들어내면 좋겠네요. 이동화: 직장생활하다 보면 문화의 혜택을 못 받는 사람들이 굉장히 많은데 그런 사람들을 위해 생활 속에서 문화를 접할 수 있는 기획을 해주면 좋겠어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