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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노무현의 ‘과잉’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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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5-02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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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기 독자편집위원회 출범… ‘나이차별’을 가장 참신한 기사로 선정

4기 독자편집위원회가 6개월 항해의 닻을 올렸다. 모두 9명의 위원이 새로 합류했고, 3기에서 활동한 남광우 위원이 “잘할 때까지 하겠다”는 말로 잔류의사를 밝혔다. 첫 회의에서 위원들은 노무현 후보에 할당된 지면이 너무 많지 않은가 하는 우려를 가장 먼저 제기했다. 후보 개인에 초점을 맞추는 기사는 자칫 편파적으로 보일 수 있다는 비판이다. 4월 한달 동안 나온 기사 중 가장 인상깊은 기사로는 나이차별을 다룬 405호 특집 ‘나이 먹은 것도 죄냐?’가 뽑혔다. 우리 의식 속에 뿌리깊이 자리잡고 있는 차별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었다는 평이다.

내가 누구냐고?

남광우: 저는 3기 때도 독자편집위원을 했습니다. 기수별로 가장 못한 사람을 뽑아서 다음 기수에도 훈련을 시키는데 (웃음) 제가 선정됐네요. 3기에 ‘밤의 편집장’은 따로 있었고 저는 술상무 역할을 주로 했죠. (웃음) 3기 위원들과 가끔 이메일도 주고받고 일요일에는 1·2·3기 위원들이 같이 등산도 갈 거예요. 4기도 <한겨레21>의 더 나은 모습을 위해서 노력했으면 좋겠습니다.


이동화: 대학교 다닐 땐 기계공학을 전공하고 외국인 회사에 다니다가 우연한 기회에 아시아나항공에 입사해서 조종사로 훈련을 받았습니다. 기장 되면서 집을 사고, 집 사면서 <한겨레21>을 정기구독하게 됐죠. 그전에는 항상 기내에서 빼왔는데 미안하더라고요. (웃음) 이렇게 빨리 뽑힐 줄 몰랐습니다. 집사람은 선발 기준이 모호하다고 하던데요. (웃음) 회사에서는 조종사노조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승인: 저는 경희대학교에서 신문방송학을 전공하고 있고 지금은 휴학생입니다. 아르바이트하면서 등록금을 모으고 있습니다. 모든 기사를 줄쳐가며 읽다가 편집에 직접 참여할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는 생각에 지원했습니다. 지금 과에서도 굉장히 기대를 걸고 열심히 하라고 난리네요. (웃음) 일가친척들은 사진만 안 나왔으면 좋겠다고 하고요. (웃음)

이경숙: 저는 산업연구원 연구원이고 전공은 경영학입니다. 마이너리티에 관심이 많은데 정부 입장에서 일을 하다 보니까 그런 부분들을 무시하게 돼요. 원래 꿈이 기자였어요. 입사시험에 떨어지고 포기했는데 기자를 했더라도 단명했을 것 같네요. (웃음) <한겨레21>은 항상 소수자 입장에서 생각하는 게 좋았어요.

구가인: 논술 준비라는 명목으로 <한겨레21>을 접한 뒤 4년째 보고 있어요. 그 시간만큼 많은 영향을 받았고 지금도 그렇죠. 저는 마이너리티 근성을 지향한다고 말하고 싶어요. 소수가 스스로를 약자로 인식하는 사회에서 벗어나기 위해 마이너리티 근성이 필요하다고 믿으니까요. 제 성이 구씨니까 주류인 김·이·박씨가 아닌 까닭에 소외감을 느낍니다. 여성으로서 그다지 예쁘고 날씬하지 못하니까 마이너리티고요. 만 스무살로, 아직 ‘머리에 피가 마르지 않았기’ 때문에 하지 못하는 말, 해서는 안 될 말이 많다는 억압도 느낍니다.

홍창욱: 저는 평화인권연대에서 활동하고 있습니다. 지난해에는 인터넷 내용등급제 문제와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 문제를 가지고 많이 활동했거든요. 저희 단체는 98년에 처음 생겼고, 대표가 없어 활동가들이 수평적으로 연대한다는 원칙 아래 활동하고 있어요. <한겨레21>에서 오태양씨 관련 기사를 처음으로 게재했고 많은 정보를 받았어요. 그래서 한번 만나보자, 여러 사람들의 얘기를 들어보자는 생각에서 지원했습니다.

박경남: 제 이름 소개할 때가 어려운데, 이름은 경남이지만 고향은 전남이에요. (웃음) 저는 노동운동에 뛰어들면서 성남에 가게 됐어요. 현장활동은 해고된 뒤 그만뒀고, 현재는 생활설계사로 일하고 있어요. 어린이집에서 유아들도 가르치니까 ‘투 잡스’죠. 오지랖이 넓어서 하는 일이 좀 많아요. 지역에서 시의원 출마하는 분 도와주기도 하고요.

고송석: 저는 지금 도서방문대여업체에서 일하고 있어요. 그건 생계수단으로 하는 일이고, 본업은 글쓰는 겁니다. 그 일을 한 10년 이상 계속 하고 있거든요. 시는 진작에 등단해서 몇몇 출판사에 시집 출간을 알아봤는데, 여의치 않아서 때려치우고 소설로 장르를 전환했어요. 한겨레신문사에서도 조속히 신춘문예가 만들어져서 예선이라도 통과된다면 (웃음) 영광이겠네요.

백대현: 저는 한양대학교 의과대학을 다니고 있습니다. 3기 때 응모했는데 떨어졌어요. 제가 웬만하면 두 번째는 되거든요. (웃음) 대학도 재수를 했고, 운전면허도 두 번째에 됐고요. 이번에는 되지 않을까 하는 예감이 들었는데, 하필이면 제가 자고 있는데 전화해서 (웃음) 꿈이 아닐까 헷갈렸어요. 의대 학생회장을 하면서 <한겨레21>을 보고 있습니다.

김선의: 저는 도토리출판사에 다니고, 곤충도감이나 나무도감, 어린이 그림책을 만들고 있어요. 독자편집위원을 모집한다는 글을 읽고 참 기뻤어요. 대학시절에는 <한겨레21>을 글자 하나 빠뜨리지 않고 읽었는데 직장을 다닌 뒤에는 바쁘다는 핑계로 대충 넘겨 봤죠. 제가 지원한 이유는 <한겨레21>을 아주 꼼꼼히 읽고 싶은 마음 때문이고, 자꾸만 안주하려는 제 머리에 차가운 물을 늘 부어주고 싶어서예요.

F-15K와 햇볕을 교환?

사진/ 나이차별을 다룬 405호 특집 기사는 대부분의 위원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우리 의식 속에 자리잡고 있는 차별에 대한 신선한 접근이라는 평이다.
홍창욱: 대선을 맞아 특정후보 분석보다는 예전 영남의 민심을 본다는 기획처럼 세대 간의 논쟁, 지역 간의 논쟁 등에 대해 심층취재를 많이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405호는 여러 기사에서 폭력이라는 부분을 많이 다룬 것 같아요. 신천학살 관련 기사도 역사적인 폭력이고, 나이차별 특집도 가해자인 동시에 피해자라는 설정이 있잖아요. 두 기사는 물론 다르지만 같은 맥락을 잘 다루고 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항상 느끼지만 <한겨레21>에는 인터넷과 관련된 심도깊은 논의가 없어요. 402호에서는 이메일 공개문제를 잘 다룬 것 같네요.

이경숙: 이번에 나이차별 기사를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가장 큰 문제가 이중성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도 정부 정책에 대한 글을 쓰면서 총론은 찬성하는데, 각론으로 들어가면 이해관계가 얽혀서 반대로 나타나는 걸 느껴요. 그게 바로 우리 사회의 문제가 아닐까 해요. <한겨레21>에서도 큰 아이템으로 이중성에 관한 문제를 몇개 정해서 문제제기를 꾸준히 하는 게 어떨까요.

백대현: 표지이야기는 재미있을 만하면 끝나는 것 같아요. 406호 최규선씨 이야기도 개인이 권력에 기생하는 행태를 잘 펼치다가 깊이 있게 들어가려 할 때쯤 끝났어요. 406호에 ‘F-15K 살게 햇볕 쬐어다오’라는 기사가 아쉬웠어요. 전문가들의 추측만 가지고 쓴 기사예요. 이 기사만 들어가니까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전 ‘자주국방 꿈깨라’에서 비판을 하다가 이렇지는 않을까 하고 끝에 들어갔어야 옳아요. 물론 기사를 쓴 사람은 전의 기사와 연계된다고 생각하겠지만 독자들은 대신 변호를 해주는 건 아닐까 하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여러 매체에서 인터넷에 관련된 기사가 많이 나오는데 저는 4대통신에 관련된 기사를 한번 써봤으면 좋겠어요. 인터넷이 발달하기 전에는 천리안·하이텔 등이 통신망을 주도하다가 너무 급하게 넘어가서, 적응하지 못하는 사람들도 꽤 있거든요. 그리고 이재현씨 등 재벌 2세들에 대한 분석을 심도 있게 하는 기사를 좀더 많이 봤으면 좋겠어요.

고송석: 이정우의 철학카페를 꼼꼼히 보는 편이에요. 그런데 철학 전공한 분이 미술작품을 얘기해서 무슨 의미가 있었는지 약간 불만스러웠어요. 이분에게 글을 더 철학적으로 접근하도록 부탁하든지, 아니면 미술사를 전공한 필자에게 부탁해서 더 풍부하게 분석하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동북아시아에 면면이 전해내려오는 사상적 전통이 있다고 생각하거든요. 실사구시적 측면에서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 작업을 몇몇 언론들이 보수적인 측면에서만 바라보는 것 같아요. <한겨레21>에서 동양의 사상을 계승하고 재창조하는 작업에 도움이 되는 기획을 해볼 수 있다고 봐요.

발전노조에 지속적인 관심을

구가인: 402호 ‘살과의 전쟁에서 승리한 연예인’이란 기사는 관심이 가는 것이라서 제일 먼저 읽었는데, 주제의식이 명확하지가 않았어요. 건강클릭난은 반응이 좋았는지 분량을 좀 늘렸는데 저는 솔직히 맘에 안 들었어요. 명사들만 나오는 기사고 별로 정보성도 없는 것 같아요. 차라리 그 난에 특집기사에 나온 것처럼 식이요법이나 운동 등을 대신해서 넣는 게 좋지 않을까 생각했어요. 그리고 아시아 네트워크에서 다오우드 쿠탑이 쓴 편지글이 정말 좋았어요. 기사가 아닌 그런 형식의 글이 사람들에게 더 깊게 다가왔다고 생각합니다. 이정우 교수님은 제가 정말 좋아하는 분이라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깊이 있는 내용을 다루기보다는 그림을 통해서 철학에 접근하게 해준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느꼈습니다. ‘세계의 시민운동’에서 미국이나 일본만 비정부기구(NGO) 활동이 활발한 줄 알았는데, 제3세계 얘기도 나와서 유익했어요. <한겨레21>에 지방 얘기는 많이 배제돼 있어요. 기자가 직접 쓰는 것이 불가능하면 지방에 있는 언론사와 연결해서 할 수도 있지 않을까 싶네요.

박경남: 탈북자 관련 표지이야기는 기자가 직접 체험기를 쓰니까 몰랐던 사실들을 많이 알 수 있었다는 생각이 들어요. 앞으로도 이런 식의 일들이 벌어지지 않을까 하는 점에서 정부의 대책과 우리의 인식에 대해서도 같이 취재를 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한겨레신문이 나오면서 한글에 대한 인식을 많이 높였거든요. 우리말에 대한 자투리 지면이라도 만들어야 합니다. 다단계판매 사업체가 계속 증가하고 있어요. 의료부분까지도 다단계 마케팅 비슷하게 하는 데가 있다고 하는데, 취재해볼 가치가 있어요.

승인: 발전노조와 공무원노조 얘기도 나오는데, 좀더 지속적으로 이끌어 나가는 데 한계가 있다고 생각해요. <한겨레21>이 그런 역할을 좀더 해줬으면 좋겠어요. 축구읽기도 재미있지만 이젠 월드컵 행사에 초점을 맞춰줬으면 좋겠어요. 월드컵 행사도 우리나라에서 하는 행사니까 좋다는 사람들이 많은 반면, 노점상 분들은 오히려 생활권을 침해당한다고 생각할 수 있거든요. 그런 부분을 좀더 살펴줬으면 좋겠어요. 대선후보가 정해져가는 상황에서 김대중 정부가 들어선 이후 많은 변화가 있었는데 근본적인 것부터 하나하나 짚어가는 기획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정기독자를 배려하라

사진/ 제4기 독자편집위원들.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으로 이동화, 박경남, 이경숙, 홍창욱, 구가인, 남광우, 승인, 고송석, 백대현 위원.
이동화: 정기독자에 대한 배려가 거의 없더라고요. 한달에 한번 정도는 책자도 좀 넣어줘야 되는데. (웃음) <뉴스위크> 한국판을 보면 전주에 났던 기사의 영문판과 해설판이 같이 오거든요. 그리고 공연표 등도 많이 오고요. 휴먼 포엠을 쓰는 하종강씨 강연을 들으면서 글에서 못 느끼는 감동을 받았어요. 그런 분을 모셔다 정기독자 강연회도 해줬으면 좋겠는데요. 적지 않은 돈을 내는데, 확실하게 그 사람들을 관리해줘야지 안 그러면 문제가 아니겠습니까.

김선의: ‘벌레 죽이는 세상에 대한 분노’라는 기사를 읽고 책을 이렇게 아름답게 소개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저 같은 인문학 전공자는 과학에 대해 전혀 모르는데, 정재승의 과학으로 세상읽기는 정말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어요. 이런 식으로 과학 상식들을 알려주면 익숙하게 다가갈 수 있겠구나 생각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에서 벌어지는 일들에 대해 점차 사람들의 관심이 사라지고 있잖아요. 거기에 대한 기사를 한번 쓰면 어떨까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남광우: 나이차별에 대해서는 패널티를 많이 줬으면 좋겠어요. 기업들한테 벌금을 크게 물리든지 해야 문제가 조금씩 해결될 것 같아요. 부산상고 동문들에 관한 기사는 비판적으로 볼 수밖에 없었어요. 예전에 학벌주의에 대한 기사는 학력사회, 연고주의에 짓눌려온 사람들의 마음을 대변했다고 봅니다. 비록 상고이긴 하지만 그 당시만 해도 잘 나가던 학교 중 하나였는데, 너무 경솔하게 다루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6월13일이면 지방선거가 치러집니다. 91년부터 시작해서 10년 넘는 지방자치의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 한번 제대로 평가를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어요. 잘한 곳과 못한 곳을 비교해서 유권자들에게 판단의 근거를 제공했으면 좋겠어요. 시민단체와 함께 할 수도 있고요.

<제4기 독자편집위원>

이경숙(44) 연구원ekslee@hanmail.net
이동화(38) 조종사dhlee64@hanmail.net
남광우(37) 국회의원 비서관nkw@assembly.go.kr
고송석(35) 도서방문대여업 nunnara@hanmail.net
박경남(35) 생활설계사 sman68@hanmail.net
백대현(27) 대학생 cisskin@hanmail.net
홍창욱(27) 평화인권연대 활동가 pporco@hanmail.net
김선의(29) 출판사 편집자 cosmogoni@hanmail.net
승인(22) 대학생 dreaming1981@hanmail.net
구가인(22) 대학생comedy9@hanmail.net

*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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