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청문회]
김소희 기자와 함께 이야기한 한국의 여성, 여성 기자, 여성운동
여성문제를 거의 전담하고 있는 기자. 그래서 물의(?)도 많이 일으키고, 비판과 지지를 한몸에 받고 있는 기자. 평소에도 유려한 ‘말발’을 자랑하는 김소희 기자가 물 만났다. 위원들은 살면 살수록 ‘페미니스트’가 돼가는 것 같다는 김 기자와 함께 ‘여기자’의 삶, 한국의 여성문제와 여성운동을 이야기했다.
남광우 스스로 페미니스트라 생각하시는지요.
김소희 점점 페미니스트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한 지 올해로 7년째 되는데 점점 여성문제를 피부로 느낍니다. 남광우 <한겨레21> 내에서 여성으로서의 소외감 같은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김소희 많이 느껴요. 선배와 동료들이 특별히 반여성적이라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그런 거죠. 여자 기자가 둘밖에 안 되다보니 <한겨레21>에서 마이너리티라 느낍니다. 또 여성 관련 기획을 내놓으면 남자 기자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이 생기죠. 하지만 다른 회사처럼 성폭력 등의 문제는 없어요. 대신 내가 성추행을 하죠. (웃음) 남광우 기사에 감정이 너무 개입돼 있고 편향돼 있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는지요. 김소희 전 항상 받아요. (웃음) 불평등의 문제를 다룰 때는 저도 기자이기 전에 사람이고 여자인 이상 기획단계부터 감정이 들어가긴 합니다. 사실만 쓰는 기사는 예컨대, 폭행당한 부인의 분노나 좌절 같은 건 안 들어가잖아요. 정확한 기사원칙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더 많은 부분을 보여주고 싶어요. 오용연 독자들에게 화제가 됐던 기사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소희 최근 들어서는 ‘작품’을 많이 못 써서. (웃음) 최근에는 ‘여자의 성공’이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기사예요. 그 이전에는 ‘반바지를 입자’,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주자’, ‘광주 파출소장 딸의 어머니 고발 사건’, ‘매매춘 전쟁’ ‘남성 수다시대’ 등을 하면서 행복했어요. 오용연 저 개인적으로는 성역깨기 ‘여성의 자위를 말한다’가 상당히 충격적인 소재라고 생각해요. 김소희 성이 항상 금기다 보니까 훔쳐보기 시각, 남성주의적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성은 우리 사는 얘기잖아요. <한겨레21>이 다룰 수 있는 진보적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성담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는 남성의 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남광우 여성 기자는 어떻게 보면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데,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없으신지. 김소희 그러니까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인가요. (웃음) 저는 굉장히 선택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기자는 세상을 향해 마이크를 쥐고 있어요. 저는 여성으로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것이 행복해요. 그래서 이 직업을 가늘고 길게 버티려고요. (웃음) 다음 세대 여성들을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중 무엇보다 중요한 게 그거겠죠. 오용연 여기자는 전투적이고 투사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 같아요. 자신의 여성성을 버리고 전투적으로 가야만 할까 하는 고민을 하시는지. 김소희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여성성을 굳이 버리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정채련 지난해 송년호에 심재명씨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셨는데, 그건 <한겨레21>의 정체성에 비추어봐서 아니지 않은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었어요. 그분도 결국 상업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일해온 건데,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에 과대평가된 건 아닌지요. 김소희 전 심재명씨가 그냥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성공한 여자이기 때문에 기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인물이 <한겨레21> 컨셉에 맞다고 생각하고요. 왜냐하면 진보라는 게 대의에 복무하는 것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한다는 것 자체가 진보라고 생각하고 그 성공한 여자가 연대할 수 있다면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정정당당하게 성공해서 파이 전체를 키우는 건 일반 사업가가 기부를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고, 돈 버는 것이 꼭 보수의 몫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유현영 국군 사격장 인근지역 피해 주민에 대해 쓴 기사는 그뒤가 정말 궁금해요. 후속기사도 쓰셔야 하지 않을까요. 김소희 저도 그 비판 받을 줄 알았어요. 만날 판만 벌여놓고. (웃음) 남광우 페미니스트 성향이 강한 분들이 폐쇄적인 경우가 있어요. 좀더 열린 자세, 혹은 균형있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김소희 옳은 지적입니다. 여성운동가들 중에는 제게도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들이 있어요. 거꾸로 제가 다른 사람에게 그럴 때도 있고요. 유현영 페미니즘 운동이 초창기여서 그런 건 아닐까요. 지금까지 만들어온 영역을 지켜내려다 보니까 그렇겠죠. 앞으로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봐요. 김소희 저는 좀더 냉정하게 볼 때도 됐다고 봐요. 우리 여성운동은 다른 운동과 너그럽게 어울리지 못해요. 행사장에 가도 여성단체와 다른 단체가 싸우는 경우가 많죠. 사회 전반에 가부장 문화가 공고한 탓이 무엇보다 크겠지만, 여성운동이 스스로 피흘리지 않고 80년대 민주화운동에 편승해 자라왔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고 봐요.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피흘리며 참정권, 인권을 얻었습니다. 우리의 여성운동은 역사도 짧고 소수 엘리트에 집중된 문제가 있죠.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싸우는 여성운동가들과 호주제 문제로 싸우는 여성운동가는 일치하지 않고 실제로도 다른 계층의 운동가들이에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성공한 여자는 서로 연대해야 합니다." 위원들의 질문에 답하는 김소희 기자(왼쪽에서 네번째).(사진/ 이정용 기자)
김소희 점점 페미니스트가 돼가고 있는 것 같아요. 대학 졸업하고 직장생활한 지 올해로 7년째 되는데 점점 여성문제를 피부로 느낍니다. 남광우 <한겨레21> 내에서 여성으로서의 소외감 같은 것을 느낀 적이 있을 것 같은데요. 김소희 많이 느껴요. 선배와 동료들이 특별히 반여성적이라서가 아니라 존재 그 자체로 그런 거죠. 여자 기자가 둘밖에 안 되다보니 <한겨레21>에서 마이너리티라 느낍니다. 또 여성 관련 기획을 내놓으면 남자 기자들이 뭐라고 하지 않을까 하는 긴장감이 생기죠. 하지만 다른 회사처럼 성폭력 등의 문제는 없어요. 대신 내가 성추행을 하죠. (웃음) 남광우 기사에 감정이 너무 개입돼 있고 편향돼 있다는 지적을 받은 적이 있는지요. 김소희 전 항상 받아요. (웃음) 불평등의 문제를 다룰 때는 저도 기자이기 전에 사람이고 여자인 이상 기획단계부터 감정이 들어가긴 합니다. 사실만 쓰는 기사는 예컨대, 폭행당한 부인의 분노나 좌절 같은 건 안 들어가잖아요. 정확한 기사원칙을 저버리지 않으면서 더 많은 부분을 보여주고 싶어요. 오용연 독자들에게 화제가 됐던 기사는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김소희 최근 들어서는 ‘작품’을 많이 못 써서. (웃음) 최근에는 ‘여자의 성공’이 가장 에너지를 많이 쏟았던 기사예요. 그 이전에는 ‘반바지를 입자’, ‘청소년들에게 콘돔을 주자’, ‘광주 파출소장 딸의 어머니 고발 사건’, ‘매매춘 전쟁’ ‘남성 수다시대’ 등을 하면서 행복했어요. 오용연 저 개인적으로는 성역깨기 ‘여성의 자위를 말한다’가 상당히 충격적인 소재라고 생각해요. 김소희 성이 항상 금기다 보니까 훔쳐보기 시각, 남성주의적 시각으로 볼 수밖에 없어요. 하지만 성은 우리 사는 얘기잖아요. <한겨레21>이 다룰 수 있는 진보적이고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성담론이 있다고 생각했어요. 앞으로는 남성의 성에 대해 이야기해보고 싶어요. 남광우 여성 기자는 어떻게 보면 젊은 여성들의 선망의 대상이기도 한데, 신데렐라 콤플렉스는 없으신지. 김소희 그러니까 ‘네가 잘났다고 생각하는가’ 하는 질문인가요. (웃음) 저는 굉장히 선택된 위치에 있다고 생각해요. 기자는 세상을 향해 마이크를 쥐고 있어요. 저는 여성으로서 마이크를 잡고 있는 것이 행복해요. 그래서 이 직업을 가늘고 길게 버티려고요. (웃음) 다음 세대 여성들을 위해서 내가 해야 할 일중 무엇보다 중요한 게 그거겠죠. 오용연 여기자는 전투적이고 투사적인 이미지를 갖는 것 같아요. 자신의 여성성을 버리고 전투적으로 가야만 할까 하는 고민을 하시는지. 김소희 많이 바뀐 것 같아요. 지금은 여성성을 굳이 버리지 않아도 일할 수 있는 상황이 됐어요. 정채련 지난해 송년호에 심재명씨를 올해의 인물로 선정하셨는데, 그건 <한겨레21>의 정체성에 비추어봐서 아니지 않은가 하는 문제제기도 있었어요. 그분도 결국 상업적인 논리를 바탕으로 일해온 건데, 단순히 여성이기 때문에 과대평가된 건 아닌지요. 김소희 전 심재명씨가 그냥 성공한 사람이 아니라 성공한 여자이기 때문에 기사 가치가 있다고 생각해요. 그 인물이 <한겨레21> 컨셉에 맞다고 생각하고요. 왜냐하면 진보라는 게 대의에 복무하는 것만 있는 건 아니거든요. 우리 사회에서 여성이 성공한다는 것 자체가 진보라고 생각하고 그 성공한 여자가 연대할 수 있다면 더 좋다고 생각했어요. 정정당당하게 성공해서 파이 전체를 키우는 건 일반 사업가가 기부를 하는 것 이상의 의미가 있다고 보고, 돈 버는 것이 꼭 보수의 몫은 아니라 생각합니다. 유현영 국군 사격장 인근지역 피해 주민에 대해 쓴 기사는 그뒤가 정말 궁금해요. 후속기사도 쓰셔야 하지 않을까요. 김소희 저도 그 비판 받을 줄 알았어요. 만날 판만 벌여놓고. (웃음) 남광우 페미니스트 성향이 강한 분들이 폐쇄적인 경우가 있어요. 좀더 열린 자세, 혹은 균형있는 자세가 필요하지 않을까 싶은데요. 김소희 옳은 지적입니다. 여성운동가들 중에는 제게도 배타적인 태도를 보이는 분들이 있어요. 거꾸로 제가 다른 사람에게 그럴 때도 있고요. 유현영 페미니즘 운동이 초창기여서 그런 건 아닐까요. 지금까지 만들어온 영역을 지켜내려다 보니까 그렇겠죠. 앞으로는 다양한 활동을 해야 한다고 봐요. 김소희 저는 좀더 냉정하게 볼 때도 됐다고 봐요. 우리 여성운동은 다른 운동과 너그럽게 어울리지 못해요. 행사장에 가도 여성단체와 다른 단체가 싸우는 경우가 많죠. 사회 전반에 가부장 문화가 공고한 탓이 무엇보다 크겠지만, 여성운동이 스스로 피흘리지 않고 80년대 민주화운동에 편승해 자라왔다는 것도 이유가 된다고 봐요. 다른 나라의 경우에는 피흘리며 참정권, 인권을 얻었습니다. 우리의 여성운동은 역사도 짧고 소수 엘리트에 집중된 문제가 있죠. 비정규직 문제 등으로 싸우는 여성운동가들과 호주제 문제로 싸우는 여성운동가는 일치하지 않고 실제로도 다른 계층의 운동가들이에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