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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토요일마다 자학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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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2-01-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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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조남준씨와 독자들의 첫 대면… “꿈 속에서 만화 그려 보셨나요?”

사진/ (강재훈 기자)
이준상 위원이 소원 풀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이준상 위원의 아내가 소원을 풀었다. 아내가 열혈팬이라는 이 위원의 강력추천에 의해 청문회 단상에 선 시사SF의 만화가 조남준씨. 그가 털어놓는 창작의 고통은 무엇일까. 매주 2kg씩 살이 찌고 빠지는 이유는?

류재수 하루 중 어느 때 가장 영감이 잘 떠오르나요.

조남준 잠에서 깨서 갑자기 생각날 때도 있지만 대부분 벽에 머리를 찧는 등 자학하죠. (웃음) 예전에 손톱이 길 때 아이디어가 떠오른 적이 있어서 한동안 손톱을 안 깎기도 했어요. 나중에 보니 그것도 아니었죠. 보통 아이디어는 마감시간 가까워야지 생각이 잘 납니다.

이준상 뚱뚱하고 대머리인 사람이 제일 맘에 드는 캐릭터예요. 그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궁금한데요.


조남준 캐릭터는 대부분 주변에 아는 사람을 모델로 해서 만들었어요. 누군지 밝힐 수 없지만 그분이 알면 진노를 하실 겁니다. (웃음) 그 캐릭터는 알려지진 않았지만 이름이 이대팔이에요. 가르마라는 의미도 있지만 사회가 이대팔로 구성될 때 안정적으로 굴러간다고 생각하는 사람이기 때문이죠.

남광우 제가 둔해서 그런지 모르지만 가끔 보고나면 뭔 얘기였나 하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있어요. 최근 ‘금연’에서 아이를 왜 때렸는지 모르겠고,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는 영화 본 사람 아니면 유추가 안 되니까 어렵기도 하고요.

조남준 시사잡지는 의미 전달, 깊은 내용이 있어야 된다는 강박관념 때문에 암묵적으로 자기검열을 하는 측면이 있어요. 그래도 재미가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하죠. ‘사형대의 엘리베이터’는 특별한 의미가 없고 한번 이런 경우에 처했을 때 어떻게 할까 생각해 보는 겁니다.

김경목 만화는 언제부터 그렸고 왜 하필 시사만화인지요.

조남준 89년 대학 졸업한 뒤부터 그리기 시작했고 그때부터 시사만화를 그리려고 생각했어요. 제가 학생운동을 열심히 했기 때문에 제 생각들을 표현할 방법이 없을까 고심하다가 회화과를 다녀서 만화를 떠올리게 됐죠. 그러나 일방적으로 제가 가진 생각을 전달하려는 수단으로만 만화를 생각해, 그걸 깨닫는 순간 어렵게 느껴졌고 포기하려고 했었어요. 다른 방식으로 접근하니까 지금까지 올 만큼의 폭이 생긴 것 같아요.

정채련 흔히 만화라 하면 판타지, 순정만화 등도 있는데 그런 것에 도전할 생각은 없으신지.

조남준 사회적인 의미가 없는 것에 도전해보고 싶은데 항상 자기검열에 걸려요. 이십대부터 내가 가져온 생각이 쉽게 깨지지 않는 거죠. 남녀의 사랑 같은 걸 그리기에는 아직 성숙이 안 된 것 같아요. 앞으로 그려보고 싶습니다.

유현영 지금까지 만화를 그리면서 소재가 바닥났다, 고갈됐다는 기분은 없었는지 궁금하네요. 일주일 내내 고민을 하면서 마감을 할 텐데 평소 어떤 방법을 통해 소재를 얻는지요.

조남준 소재는 오래 전에 바닥났죠. 50회가 되니까 바닥나더라고요. 그 다음은 소재와의 싸움이죠. 요즘은 인터넷에서 도움을 많이 받아요. 그 주에 큰 사건이 없으면 굉장히 답답해요. 가십거리들은 많은 사람들이 내용을 잘 모르니까 소재로 삼기 어렵죠. 그런 게 힘들어요. 정 소재가 없으면 아무 단어나 막 나열한 뒤 찾기 시작해요. 그중 눈에 띄는 단어가 소재로 살아나요.

류재수 꿈속에서도 만화를 생각하시나요.

조남준 꿈속에서도 많이 생각해요. 꿈속에서 기막힌 시나리오가 떠올라서 만화를 다 그려놓기도 해요. 이젠 됐다고 생각하는데 깨면 백지만 있어서 황당했죠. 또 꿈에서 떠오른 아이디어가 깨면 생각이 안 날 때도 있고 생각이 난다 해도 다시 보면 재미가 없을 때가 너무 많아요.정채련: 작가들은 마감 스트레스가 많다고 하는데 그 극복방법이 있는지요.

조남준 요즘 들어 마감인 토요일이 지나면 2kg이 쪄요. 스트레스 때문에 많이 먹게 되고 그게 몸무게로 나타나는 거죠. 마감을 끝내면 또 차츰차츰 살이 빠져서 마감 직전에는 정상이 돼 있죠. 또 마감을 끝내면 2kg이 찌고요.

이준상 본인의 화두가 있을 것 같아요. 386세대는 누구나 화두가 있었고 지금까지 가져오면서 풀고자 하는 사람들도 많죠. 조남준씨의 화두는 무엇인지요. 노동인지, 환경인지….

조남준 화두라고 한다면 모든 분야가 다 포함되겠지만 ‘인간’입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 그 속에 모든 문제가 들어 있기 때문에 그 인간이라고 하는 본질적인 문제부터 화두를 던집니다.

정채련 인기를 실감하세요? 친구들은 주간지 받자마자 시사SF부터 본다던데요. 이메일은 많이 받으셨나요.

조남준 인기는 별로 실감 못하는데요.

이준상 작가 사진을 넣으면 잘될 텐데요. (웃음)

남광우 풍자가 더 치열해야 하지 않을까요. 사실적인 그림들이 주는 감동은 다르니까 앞으로도 변치 않고 그렇게 해주세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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