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겨레21 ·
  • 씨네21 ·
  • 이코노미인사이트 ·
  • 하니누리
표지이야기

재밌다, 그러나 좁다

391
등록 : 2002-01-02 00:00 수정 :

크게 작게

문화팀장 이성욱 기자에게 바란다… 메이저 장르에 국한된 기사의 영역을 넓혀달라

사진/ "너무 영화만 다루시는 건 아닌가요?" 독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는 이성욱 기자(오른쪽에서 네번째)(이정용 기자).
<한겨레> 영화담당 기자로 활동하다 몇달 전 문화팀장이라는 중책을 맡은 이성욱 기자에게 특히 젊은 위원들의 질문이 쏟아졌다. 위원들은 천편일률적인 소재들보다 좀더 색다른 기사, 마이너리티 장르에 대한 관심, 소외된 지역문화에 대한 적극적 소개를 주문했다.

오용연 신문에서 영화기사들을 보면 줄거리 소개에 그치는 경우가 많은데, <한겨레21>은 독자들이 영화를 선택하는 데 영향을 끼치는 기사를 쓰죠. 기사를 쓸 때 어디까지 기자의 의견을 말할 수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이성욱 그건 문화담당 기자들이 갖고 있는 숙제죠. 한 작품에 대해 개봉에 맞춰 쓰게 될 땐 정보와 함께 리뷰가 결합합니다. 기자가 일반인보다 먼저 영화를 본 사람이기 때문에 기사를 쓸 때 가치관이 반영됩니다. 영화에서 감독이 말하고 싶은 것들이 동감이 될 때, 또 완성도가 부족하다 싶더라도 높이 사줘야 할 점이 있는 경우엔 좋게 써주려고 하죠. 예전엔 영화의 이데올로기, 의미를 많이 분석했는데, 요즘엔 영화적인 재미를 얼마나 제대로 주고 있느냐 하는 것들을 분석합니다.

표현진 영화기사를 개봉작 위주로만 쓰는 것 같아요. 예전 ‘영화가 사랑한 풍경’ 같은 기획이 좋았는데요, 개봉 시기에 맞춰 꼭 기사를 써야 합니까?


이성욱 아무래도 정보의 측면이 있어 개봉 위주로 쓸 수밖에 없고, 이왕이면 이 영화 한번 보고 싶네 하고 마음먹는 그때가 적격이죠.

오용연 <한겨레21>에는 영화에 대한 얘기가 너무 많아요. 여러 가지 문화의 분야가 있는데, 좀더 소외된 분야도 많이 다뤘으면 좋겠어요.

이성욱 전 늘 그런 생각을 가지고 기사를 쓰고 찾으려고 노력을 해왔던 것 같아요. 다음주 기사에서는 대중문화 속에서 소외받지만 재평가받아야 될 것이 무엇인지 써보려고 합니다. 우리가 정말 메이저급 장르만 다뤘다고 한다면 억울한 측면도 있습니다.

이준상 모든 흐름에는 밀물과 썰물이 있는데요. 한국영화는 분명 밀물이죠. 밀물 때 썰물 걱정을 해야 하는 것이 평론가와 기자의 몫인 것 같아요. 지금 영화산업도 한번 꼬집어줄 것이 분명히 있는데, 그런 독설이 안 나옵니다.

이성욱 사회나 경제쪽은 잘못된 부분을 명확한 근거를 가지고 기사를 쓰면 바로잡아지지만 문화쪽은 그렇지 않죠. 조폭영화 흐름에 대해 <한겨레>가 비판을 많이 하니까 반대도 많았습니다. 대중이 좋아하는데 계몽주의의 잣대로 가르치려 하는가라고요. 어쨌든 명심해야 될 말씀이지만, 장르영화이기 때문에 무시하는 경향은 옳지 않습니다. 대중이 좋아할 때 그 안에서 의미심장한 애기를 전해줄 수 있다면 좋겠죠.

김경목 문화적인 마이너리티보다는 지역적인 마이너리티에 대해 얘기하고 싶습니다. 정치·경제 모든 게 서울로 집중돼 있는데, 지역의 문화에 대한 소외가 심각해요.

이성욱 그건 전적으로 동감합니다. 문화공연뿐 아니라 어느 도시를 가든 아무 개성도 없이 다 똑같다는 비참한 느낌이 들 때가 있어요. 뭔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남광우 건강한 소수자 문화, 대안문화를 발굴해내고 조명해내고 살리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일선 현장에 있으면서 이런 자본의 물결 속에서 어떤 건강한 문화들이 살아날까에 대해 생각해보셨나요?

이성욱 문화는 작품에만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생활방식이죠. 새로운 것을 찾아내지 못하고 있지만, 얼마 전부터 사회팀과 같이 회의를 합니다. 거기서 새로운 얘기들이 많이 나와요. 섹슈얼 게임에 대해 쓴 것도 그런 의미에서입니다.

김경목 고정란으로 미디어를 계속적으로 비평하는 부분을 다루는 게 어떨까요?

이성욱 고려해보겠습니다. 그런데 방송쪽엔 전문가가 진짜 없어요. 영화평론가는 많아도 방송을 보며 매체비평을 해줄 수 있는 분을 찾기가 힘드네요.

유현영 신문에서 나오는 문화기사들이 다 비슷비슷해요. 숨겨진 보석을 발굴해야 하는 게 기자의 역할이죠. 독자의 선택의 폭을 넓혀줘야 하지 않을까요. 그게 힘든 작업인 건 알지만 영화나 책에 대한 소개들이 너무 달콤하게만 돼 있어요.

이성욱 잘 선택해서 수박 겉핥기로 쓰지 않는다는 게 기본적인 자세죠. 많은 책 중 한권을 골라 소개한다면 이왕이면 좋은 책을 골라서 써야 되고 그러다보면 칭찬일색이라는 비판을 듣죠. 잘 골라서 깊이있고 정확하고 변별력 있는 시각까지 제공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좋은 언론을 향한 동행,
한겨레를 후원해 주세요
한겨레는 독자의 신뢰를 바탕으로 취재하고 보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