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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정치판, 미워도 다시 한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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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10-30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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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기 독자편집위원회가 닻을 올리다… 눈에 거슬리는 광고 어떻게 안되나

여수 화력발전소에서 격일제 근무를 하는 이준상 위원. 그는 다음날 근무 때문에 새벽기차를 타고 왔다가, 서둘러 밤차로 내려갔다. 대학생 오용연 위원은 톡톡히 ‘액땜’을 했다. 기자의 실수로 회의 이틀 전에 연락을 받고, 바로 “친구들에게 자랑하러” 도서관을 비운 사이 지갑을 도난당했다. 수난은 계속됐다. 택시를 타고 한겨레신문사에서 내릴 때, 차문에 치여 새끼손톱이 시퍼렇게 멍들고 만 것이다. 2기 위원이었던 류재수 위원은 “베트남 성금 모금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어서” 3기에도 자원했다. 류 위원의 좌담료는 또 매월 독자성금 계좌로 옮겨갈 것 같다.

40대 주부부터 스무살 ‘백수’까지, 노동운동가부터 국회의원 비서관까지. 6개월 항해의 닻을 올린 3기는 지원자 수가 많았던 만큼 어느 때보다 다양한 직업, 연령의 위원들로 구성됐다. “전 주부들만 오는 줄 알았는데, 정말 놀랐어요”라며 웃음을 터뜨렸던 임해숙 위원의 표정에는 이렇게 다양한 사람들이 모인다는 것 자체를 신기해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첫 회의는 그 다양함만큼이나 시끌벅적했다.

위원들은 시작부터 <한겨레21>의 ‘아픈 곳’들을 들춰냈다. 가장 큰 이슈는 광고문제. 이준상 위원은 “이 한마디를 하려고 작심을 하고 기차를 탔다”며 아프가니스탄 전쟁을 다루면서 왜 앞부분에 전투기 광고를 넣었으냐고 질타했다. 반전과 평화를 주장해야 하는 시점에 전투기를 실을 수 있냐는 것이다. 김경목 위원은 눈에 거슬리는 광고가 실리면 기사를 열심히 읽다가도 눈길을 돌리게 된다는 우려를 털어놓았다. 반면 광고는 광고로 이해해줘야 한다는 의견들도 있었다. 임해숙 위원은 “광고에 대해 너무 부정적인 시각을 가질 필요는 없다”며 소비자에게 정보를 제공해주는 광고의 긍정적인 역할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것을 제안했다. 미풍양속을 해치거나 허위가 아니라면 광고 자체를 문제삼을 필요는 없다는 의견도 나왔다. 때가 때이니 만큼 한국 정치상황에 대한 논의도 활발하게 이뤄졌다. 위원들은 정치에 대한 국민들의 불신을 어떻게 치유할 것인가에 대해 여러 의견을 나눴다. “너무 사안에만 매달리지 말고 문제의 근본을 파헤쳐 독자들이 관심을 갖도록 만들어야 한다”(이준상 위원), “생산적인 활동을 열심히 하고 있는 국회의원들을 부각시켜볼 필요가 있다”(남광우 위원), “과연 정치인들이 국민들의 비판을 받이들이고, 불안해하고 있는지 궁금하다”(오용연 위원). 위원들은 국민들에게 다가가는 정치를 만들려면 언론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나는 누구인가


임해숙 한겨레신문사 바로 건너 삼성아파트에 살고 있는 주부입니다. <한겨레>가 창간된다고 주주를 모집할 때의 기억이 새삼 떠오르네요. 이 동네로 처음 이사왔을 때 한겨레신문사가 아담하게 자리잡고 있어 고향지기를 만난 듯 반갑기도 했답니다. 항상 열심히 살아가는 평범하면서도 예리한 주부가 되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남광우 금요일 저녁은 퇴근 뒤 <한겨레21>이 안 보이면 아내에게 “잡지 왔어?”라고 물어보는 것이 인사가 되었습니다. 전 386세대입니다. 대학 시절에는 민주화운동 한답시고 최루탄에 눈물깨나 흘렸고요. 지난해까지 지역시민운동단체에 있다가 국회의원 비서관이 됐습니다. 국회라는 곳에 있으니 답답하네요. 다양한 사람들의 생각과 얘기를 듣고 싶어요.

이준상 현장 노동운동가로서 서민과 노동자의 입장을 대변해주는 <한겨레21>에 항상 고마움을 느끼고 있습니다. 서민과 빈곤층을 대변하되 국민들에게 진보와 개혁의 이정표를 제시할 수 있는 언론으로 우뚝 서는 것이 <한겨레21>의 시대적 사명이라 생각합니다. 평범한 노동자의 시각을 대표하는 편집위원이 되고 싶습니다.

안병욱 서른의 나이로 직장생활 4년차를 보내고 있는 청년입니다. 정치쪽에 좀 문외한이라 정치공부하는 차원에서 <한겨레21>을 열심히 보려 하고 있습니다. 공부하기 위해 독자편집위원 모집에 지원했어요.

유현영 스물여덟살이 된, 낼 모레면 서른이 되는 과년한 처자입니다. 기업체 자료실에서 사서로 일하고 있고요, 사람살이에 관심이 많지요. 독자편집위원으로 활동하는 일이 쉬운 일은 아닐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함께 고민할 수 있는 시간들이 기대되네요.

정채련 시사상식이 풍부하진 않지만, 평소 여성비하 발언이라면 직장에서, 학교에서 도끼눈 뜨며 반박하는 속 좁은 배알을 가지고 있고 가십거리라도 알게 되면 상대방이 지칠 정도로 캐묻는 제가 독자편집위원에 응모하게 된 것은 당연한 일일지 모르겠습니다. 금요일 오후 누군가 제 의견에 귀기울여 준다면 그것만큼 흥미진진하고 스트레스 해소되는 일은 없겠지요.

오용연 내년 2월에 졸업할 예정이라 신문에 ‘취업대란’ 제목이 붙을 때마다 가슴이 천근만근 내려앉는 취업준비생입니다. 안치환만큼 god도 좋아하고 박경리의 <토지> 완결을 기다렸던 마음으로 천계영의 <오디션> 한편 나오기를 기다리는 평범한 여대생이지요.

김경목 348호 ‘이주의 독자’란에 등장했던 대학생입니다. 군대 가지 전까지 <한겨레21>은 항상 제 몸에 붙어 있었답니다. 2기 편집위원 모집에도 신청했지만 연이 닿지 않더군요. 그때부터 이를 갈았습니다. 기필코 3기에는 들어갈 거라고 말입니다.

표현진 고3 때 담임선생님이 제 학생기록부 취미란에 ‘시사잡지 모으기’라고 적으셨어요. 그만큼 고등학교 때 <한겨레21>을 교과서 대신 읽었지요. 많이 혼나기도 했지만. 언젠가 <한겨레21>에 제가 나올 거라 믿어요. 아는 사이라면 더 손쉽게 인터뷰에 응할 수 있지 않겠어요?

누구를 위한 공기업 민영화인가

류재수 381호 바이오테러 특집과 380호 마이너리티 ‘너네 종교는 왜 이래?’를 인상깊게 있었어요. 바이오테러는 전문기자가 쓴 기사여서 깊이도 있고 읽기도 쉬웠어요. 일부 폐쇄적인 종교인들은 문제지만 대부분의 종교인들은 다른 종교를 가진 사람을 따돌리지 않는다고 봐요. 반대로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은 종교를 가진 사람들을 편파적인 시각으로 보는 경향이 있어요. 종교문제를 다룰 때 이런 부분도 지적해 줬으면 좋겠어요.

경마, 경륜, 카지노 등 사행산업이 과열되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어요. 총체적으로 점검해봐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인터넷 사이트에서 퀴즈에만 응모해도 개인정보를 요구합니다. 정보유출의 위험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봐요. 간통죄 합헌 판결이 났는데, 여성단체에서는 호주제 폐지를 주장하면 간통죄도 당연히 폐지를 주장해야 하는 것 아닙니까. 현실은 그러지 못한 것 같아요. 그런 이중규정의 문제도 다뤄줬으면 좋겠어요.

이준상 한전에 근무했던 노동자다보니 공기업 민영화 부분에 대해서 관심을 많이 갖고 있어요. 그 문제를 다룬 경제면 기사도 잘 읽었습니다. 한전은 열병합 발전소를 네개 가지고 있는데 그 중 두개를 7천억원에 매각했습니다. 하지만 그건 외자유치한 것도 아니고, 우리나라 산업은행이 대부분 빌려준 돈이에요. 민영화가 국민들 부담만 지우는 셈이죠. 언론사들도 민영화에 대해 우려수준으로 살짝 짚기만 하지, 이것은 민영화해야 하고 이것은 민영화하면 안 된다라는 얘기를 전혀 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사회가 다변화되면서 인간의 생체리듬에 역행하는 근무여건을 가진 사람들이 상당히 많습니다. 청원경찰, 편의점, 경비근무자 등이 그들이에요. 저를 포함해서 이런 사람들은 퇴근 뒤 여가를 즐기는 일반적인 사람들과 어울리기 어렵습니다. 그래서 상당히 변형된 삶을 살 수밖에 없어요. 그런 사람들에 대한 조명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표현진 제일 재미있게 읽었던 기사는 380호 커밍아웃 1주년 맞은 홍석천씨에 대한 기사였어요. 전 그걸 울면서 봤어요. <한겨레21>은 소외된 사람들, 눈물나는 기사들이 제일 좋아요. 이번 기사에서도 스포츠신문과는 다르게 진짜 인간 홍석천을 볼 수 있어 가슴 뿌듯했어요. 고등학교 때 선생님은 <한겨레21> 구독신청 안 해도 도서관에서 볼 수 있는데, <한겨레21>이 가난하니까 돈을 보태주는 차원에서 정기구독한다고 하던데요. <한겨레21>도 가난하면서 왜 가난한 사람들에 대한 기사가 별로 없는지 궁금했어요. 그래도 홍석천씨 기사를 보면서 <한겨레21>도 자신들이 왕따라는 걸 아는구나 하는 생각을 했어요. <한겨레21>은 왕따니까 왕따들을 많이 다뤄야죠.(웃음)

유현영 <한겨레21>이 왕따 맞아요? (웃음) 학생 때 보다가 한 2년의 공백 뒤에 보니까 개인적으로 서운하다 싶게 부드러워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380호 표지이야기 ‘주말연휴를 디자인하라’는 너무 평이하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다른 나라 예를 나열했는데 일반인들이 좀더 가깝게 느낄 수 있도록 국내 사례들을 들었으면 더 좋지 않았을까요? 기사 전체적인 내용이 평이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오용연 378호 표지이야기 ‘장모시대’는 한쪽으로 많이 치우친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손자를 키우지 않겠다고 못박는 부모님들도 많아요. 여가를 즐기려는 50대, 60대 분들의 문화도 형성되고 있다고 보는데, 그런 부분은 빼고 너무 장모시대에만 초점을 맞춘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또 애들 키워주는 사람이 친가도 있는데 굳이 장모쪽만 택하는 것은 부부간 권력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같은 호 ‘휴먼 포엠’에 강정구 교수 부인이 나왔는데, 유독 강 교수가 자상한 남편이었다는 면만 부각된 것 같아요. 노재열 교수가 하고 있는 일이라든가, 맞벌이 부부를 하면서 겪은 어려움을 보여줄 수 있었을 텐데 너무 강 교수의 자상한 남편으로서의 면모만 드러내다보니 난의 성격과 잘 안 맞았어요. 제가 사대생이라서 그럴진 모르지만 <한겨레21>이 교육에 너무 신경을 안 쓰는 것 같아 서운해요. 북유럽 잘사는 국가들을 분석한 379호 경제기사도 좀 미진한 감이 있어요. 교육은 돈만의 문제가 아니라 제도의 문제입니다. 그런 제도에 대한 설명이 하나도 없이 많이 돈을 투자하니까 잘된다고 하는 논리는 어폐가 있다고 봐요.

주5일근무제에 대한 기대와 우려

사진/ (박승화 기자)
남광우 주5일근무제에 대해 재계에서 반대논리를 많이 펴는데, 반대논리의 허구성에 대해 좀더 집중적인 부각을 시켰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380호 표지사진이 너무 낭만적이더라고요. (웃음) 저같이 80년대에 학교를 다녔던 사람들은 지금 사회가 절차적 민주화가 됐다는 느낌은 갖습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삶 자체가 더 나아진 것 같지도 않고, 혼란스러운 부분들이 많아요. 주간지는 이슈 따라가기가 아니라 의제를 제기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봐요. 민주화의 본질과 내용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 등도 제기할 필요성이 있어요. 개인적으로는 언론개혁에 대해서는 지지와 성원을 보내는데, 한풀 꺾인 느낌이 들 때가 있습니다. 언론개혁에 대한 총체적인 점검도 해봤으면 좋겠네요. 너무 다뤄서 부수가 떨어지지 않을까 하는 걱정보다는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모습을 보고 싶어요.

안병욱 인터넷으로 보는 기사와 책의 기사가 똑같더라고요. 너무 기사 전반적인 내용을 노출하는 것보다는 일부는 특정 독자들에게만 노출하는 방법도 생각해봐야 할 것 같아요. 경제면에서 예전에 정현준 게이트를 다룰 때 너무 경제적인 분석에 치우치지 않고 한 인물에 초점을 맞춰서, 사회적 배경 등을 짚어내주는 부분을 아주 좋게 봤어요. 앞으로 경제면에서 너무 전문적인 기사보다는 그런 기사들이 많아졌으면 합니다. 주간지 마지막 부분을 좀 정리해볼 필요가 있는 것 같네요. 주간지 끝부분은 광고가 많이 나오고 그래서 사람들이 잘 안 보는 경우가 많거든요. 좋은 기사들이 묻혀버릴 위험도 있는 거죠.

정채련 주5일근무제에 대해선 찬성이 있으면 반대도 있어야 하지 않나 싶어요. 우리나라 현실에서 아직까지는 주5일근무가 도입될 수 없다고 보거든요. 경제적으로 아직 때가 아니고, 사람들의 의식도 많이 바뀌어야 하죠. 반대하는 사람들의 의견도 좀 실어줄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음식이야기를 자주 보는데요, 한번쯤은 여가활용에 대해 기사가 나왔으면 좋겠어요. 지난주에 도자기 마을에 가서 지점토로 도자기를 만들기도 했었는데요, 네 시간 동안 땀흘리면서 정말 즐거웠거든요. 그런 식의 여가활용 정보는 굉장히 유익합니다.

임해숙 저는 정치에 관심이 많아요. 남편과 대화할 수 있을 정도의 의식을 갖고 삽니다. 전공이 경제학이라 경제기사들도 놓치지 않으려고 하고요. 그런데 이제는 좀 DJ, YS, JP에 관한 기사는 없었으면 좋겠어요. 왜 자꾸 그 사람들에 지면을 할애하는지 모르겠어요. 가급적이면 대선주자들에 대해 다뤄줄 수 있도록 신경을 써주셨으면 해요. 저는 경상도 출신인데요, 그래도 저는 시대의 흐름에 밀려난 사람을 뉴스화하는 것은 거부감만 일으킬 뿐이라고 생각합니다.

김경목 10월 한달 동안 가장 관심이 가는 기사는 아무래도 퀴즈 당첨자 발표 같아요. (웃음) 저도 이번에 응모했는데, 어떻게 됐는지는 이번호가 아직 배달이 안 돼서 못 봤습니다(다른 위원의 잡지를 빌려 한참 동안 확인해본 결과 아쉽게도 그의 이름은 없었다). 지금 미국이 테러를 당했던 것은 이러이러한 이유고, 상황은 이렇게 돌아간다, 이슬람은 대충 이런 것이다. 이 정도만 기사가 나온 것 같더라고요. 아직 그 부분에 대한 기사가 끝나지 않았다면 제 생각에는 이슬람에 대한 더 심층적인 분석도 해야 될 것 같아요. 이슬람도 비판받아야 할 점들이 참 많다고 생각하거든요. 정확히 객관적인 시각에서 기독교와 이슬람을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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