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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그곳의 어둠을 아십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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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01-09-05 00:00 수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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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에서 달려온 하영식 통신원, 목숨을 건 취재현장을 증언하다

사진/ 그리스에서 날아온 하영식 통신원(왼쪽에서 네번째). 도착하자마자 청문회 단상에 섰다.(강창광 기자)
아테네 하영식 통신원이 한국을 방문하자마자 기자청문회 단상에 섰다. 터키 쿠르디스탄, 마케도니아 분쟁, 2차대전 당시 바티칸의 학살, 제노바 반세계화시위 등 쓰는 기사마다 ‘물의’를 일으키는 맹렬 통신원. 그는 외세, 종교, 민족과 계급의 문제가 요동치는 발칸반도와 강대국의 개입으로 내전과 독재를 겪은 그리스의 현실을 볼 때마다 한국을 떠올린다고 한다.

윤운규 주로 분쟁이나 학살문제, 약간 살벌한 (웃음) 주제들에 대해 많이 다루시는데 그런 주제들을 택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하영식 제가 살고 있는 도시가 아테네인데, 주위 국가들이 마케도니아, 세르비아 등 대부분 발칸반도 지역 국가들이죠. 굉장히 분쟁이 많은 지역이에요. 어떻게 우연히 거기 살게 되면서 분쟁을 계속 접해왔다는 이유가 있고요, 다른 하나는 이런 분쟁들이 사실 한국사회에 주는 시사점들이 있다는 생각이 참 많이 들더라고요. 통일문제, 지역갈등 등이 큰 문제로 남아 있는 상태에서 발칸 민족간 분쟁과 외세의 문제는 한반도에 시사하는 점이 크다고 생각합니다. 또 아직까지 어두운 인류사 부분들이 조명되지 않은 것들이 굉장히 많다는 생각이 들어요. 예를 들어 아르메니아 학살이나 사이프러스문제들도 그렇게 부각이 되지 않았던 것 같아요. 터키 쿠르드족 같은 문제는 사실 우리나라에서 쿠르드족이 있다는 정도의 사실만 알려져 있지 어떤 상태에서 그런 사람들이 살고 있는지 모릅니다. 그래서 이걸 좀 드러내야겠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 그리고 마케도니아 갔을 때 외신보도들이 많이 왜곡돼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알바니아인들이 어떻게 살고 있고 분쟁의 원인은 무엇인지 등에 대해 많이 왜곡돼 한국에 전달됐고 이것 때문에 한국사람들이 잘못 알고 있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생겨서 가야겠다는 결심을 했죠.

윤운규 위험한 곳을 많이 다녀서 취재중 생명의 위협을 느낀 순간들도 있었을 것 같은데요.


하영식 언론인들이 전쟁터나 분쟁지역에서 정부쪽에 붙지 않으면 도움을 받기 힘들다는 것을 많이 느꼈어요. 그런데 기자가 정부편에서 정부와 함께 일하게 되면 모든 사실들이 왜곡된다는 것도 알게 됐어요. 저는 정부쪽에 가기보다는 사람들 속에 섞여서 그들이 뭘 생각하고, 분쟁 속에서 어떤 생활을 하고 있는지에 초점을 맞춰서 기사를 쓰려고 노력했거든요. 그러니까 당연히 불이익, 생명의 위협도 받게 되죠. 예를 들어 제가 터키에 갔을 때 터키 정부에 가서 쿠르드족이 있는 곳에 가겠다고 하면 갈 수 있죠. 증명서류들을 받아가지고. 그러면 정보부원이 저를 바로 따라붙을 거예요. 언제 어디를 가나. 그래서 정부쪽에 안 가고 바로 쿠르드당으로 갔어요. 그들의 도움을 받아서 쿠르드지역 취재를 했는데, 정부가 벌써 제가 쿠르드당의 도움을 받아 갔다는 사실을 알고 저를 계속 추적하기 시작했어요.

윤운규 그러면 <한겨레21>에서 위험수당 같은 거 주진 않습니까. (웃음)

(담당기자는 급히 다음 질문을 요청했다.)

천현주 통신원 생활은 몇년 하셨는지.

하영식 만 1년 됐습니다.

천현주 그동안 인간적으로 가장 안타까운 사건이 있다면요.

하영식 쿠르드족 취재가 특히 기억에 남아요. 기도 안 차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었어요. 저도 그렇게 당했으니까 살고 있는 사람들은 오죽하겠습니까.

김장효숙 취재원들이 한국이란 나라를 어떻게 생각하는지도 궁금한데요.

하영식 한국에 대해서 사람들이 잘 모르죠. 그리스 같은 경우는 한국전쟁 때 그리스군을 파견한 적이 있어요. 터키도 파견한 적 있고. 자기나라 군인들이 한국에 가서 도와줬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어요. 그런데 그 당시 그리스나 터키나 경제적으로 굉장히 힘들었는데 왜 갔는지는 모른다는 거죠. 그러니까 아무 생각없이 한국에 그냥 전쟁하러 갔다라는 그것만 알아요. 이 정도의 인지도죠. 한국에 대해 잘 알려진 게 뭐냐면 현대, 삼성, 대우 등의 자동차, 전자제품인 것 같아요. 한국 외교정책의 문제가 뭐냐면 한국의 문화를 유럽이나 다른 나라에 전혀 소개하지 못했다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그리스에도 문화원이 없고 전부 사업하는 데 매달려 있죠.

남우희 통신원 외에 현지에서 다른 일도 하나요.

하영식 한국을 떠난 지 10년 정도 됐는데, 한국에선 노동운동을 했습니다. 유학이랍시고 유럽에 가서 공부를 마치고 7개 국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며 살았어요. 그리스 여성과 결혼하면서 아테네에 정착했죠.

변현단 한 가지 부탁이 있어요. 발칸반도의 역사나 문화에 대해 지속적으로 소개해 주시면, 저희가 기사를 이해하는 데도 많은 도움이 될 거 같아요.

유현산 기자 bretol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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