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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당위보다 구조에 초점을!

884부터 889호까지 톺아본 22기 독편위 마지막 회의… 정치와 성매매 특집 기사 등 마지막 한 장까지 꼼꼼히 비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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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 : 2012-01-05 13:53 수정 : 2012-01-05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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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의 사망 소식으로 어수선했던 지난 12월19일 저녁, 22기 독자편집위원회 마지막 회의가 서울 마포구 공덕동 한겨레신문사 4층에서 열렸다. 안철수와 문재인을 표지로 다룬 884호부터 이명박 정부의 ‘토건내각’을 파헤친 889호까지 22기 독자편집위원들은 마지막 한 장까지 비판과 질정을 아끼지 않았다. 그 열정과 애정은 뒤풀이로 이어져 22기 독자편집위원들의 마지막 밤은 길고도 길었다.

너무 통합에 기운 것 아닌가

사회 비상시국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다. 마지막이니만큼 호수에 상관없이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눠보자.

유미연 884호 표지이야기에서 20~40대의 투표율 변동을 여러 가지로 분석해준 점이 좋았다. ‘응징 투표’가 일시적 현상이 아닌, 여러 가지 현상들(학생운동·촛불시위 등)을 겪으며 오래전부터 쌓아온 분노가 표출된 것임을 짚어준 점이 돋보였다.

정은진 육아책을 다룬 레드 기획은 그다지 새로운 이야기가 없었다. 예전에 나온 책들 위주였다. 그나마 새 책인 법륜 스님의 <엄마 수업>도 내용에 동의할 수 없는 부분이 많더라.

김종옥 ‘아름다운재단’을 고발한 보수단체의 정체를 밝힌 ‘고발자도 모르는 고발’ 기사가 좋았다.


유지향 ‘영등포교도소’를 다룬 특집 기사도 좋았다. 있을 때는 싫었는데 이전한다니까 아쉬워하는 주민의 감정이 이채로웠다.

정은진 884호는 볼 게 많았다. ‘귀뚜라미문화재단’을 다룬 줌인 기사도 좋았고, 초점에선 ‘피죤’의 후속 기사를 실었다.

박소영 자유무역협정(FTA)을 표지이야기로 다룬 885호는 몇 주에 걸쳐 나온, 두 사람을 내세운 표지 이미지 중 가장 나았다. 사진과 카피가 깔끔하게 맞아떨어졌다.

김종옥 특집1 ‘멀고도 험한 야권 통합의 길’을 보고 <한겨레21>은 계속 통합 얘기만 한다는 생각을 다시 하게 됐다. 통합을 당위로서 다룬다는 느낌이다. 통합하지 않은 진보신당이나 사회당 등 다른 얘기는 잘 보이지 않는다. 결국은 반이명박 전선만 얘기하는 것 아닌가.

류하경 통합 기사를 다루더라도, 국민참여당은 ‘노동’이 들어가면 안 하겠다는 등 건강하지 못한 모습을 보였는데 그런 모습도 다뤄졌으면 싶다. 너무 좋게만 다루려는 것이 아닌가. 특집2 윤금이씨 사건은 반가웠다. 지금이라도 이 문제를 다뤄줘서 다행이었다.

박소영 윤금이씨 살해 장면 묘사가 상세해서 놀랐다. 예전 고등학교 때도 <한겨레21>에 실린 관련 기사를 보고 놀란 기억이 있다. 어린 친구들이 보고 놀라지 않을까 걱정스러웠다.

정은진 맞다. 이렇게까지 자세히 묘사할 필요가 있을까. 너무 선정적이다.

유지향 FTA를 다룬 표지이야기와 연동해서 읽으니 더 분노하게 됐다.

박소영 886호 표지이야기는 박원순 서울시장을 독점 취재했다고 하지만 같은 주에 다른 잡지에도 관련 기사가 나왔다. 굳이 ‘독점 취재’라고 할 필요가 있었나. 기사 ‘적과의 동침 12시간’도 그냥 따라다닌 느낌이었다.

성매매 특집, 도덕주의적 비판 넘어서야

유미연 동의한다. 박원순에 대해 너무나 칭찬 일색이었다. 그가 어떤 체계로 공약을 실현시키고 있는지, 조·중·동의 날 선 비판을 어떻게 잘 방어해내는지 확실히 알려주는 게 진짜 예찬 아닐까.

손웅래 더 잘하라는 의미에서 비판을 가해야 한다.

류하경 정치 기사는 <한겨레21>이 통합 논의에 할애한 지면에 비해, 진보신당 홍세화 대표 인터뷰가 절대적으로 적었다. 기계적 형평성이 오히려 불공평한 듯한 기분도 들었다.

유지향 조승수씨는 종종 다뤘지만 홍세화씨는 처음 다루는 것인데도 질문 내용이 10개도 안 되더라. 그리고 박원순 시장에게 너무 우호적인 거 아닌가.

김종옥 886호 ‘만리재에서’는 화가 많이 난 듯했다. 그게 참 좋았다. 솔직하게 화난 느낌이.

박소영 887호부터 실린 성매매 기사 1~3편에서, 1편은 성매매 산업 규모를 말해줘 놀라웠다. 지역 상인들이 성매매 단속에 항의한다는 것과, 영화산업의 5배 규모라는 지적이 충격적이었다. 남성들의 성매매 통계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3편 ‘지옥에서 보낸 14년’은 식상했다.

유지향 성매매 기사가 전반적으로 성구매자에 대한 도덕주의적 비판에 치우친 느낌이다. 성매매를 낳는 구조의 문제에는 소홀한 듯했다. 남자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그렇게 된 사회구조가 문제 아닌가.

김종옥 ‘양성평등 의식을 길러야 한다’는 식으로 너무 뻔한 결론을 냈다. 성매매가 오로지 양성평등하지 않아서 생기는 문제인가. 양성평등 사회에선 성매매가 없는가. 성노동 문제, 즉 성을 파는 것을 노동으로 봐야 하느냐는 문제는 피해갔다.

김아무개 888호 성매매 남성을 인터뷰한 기사는 신선했다. 이런저런 말을 붙이기보다 남자의 의식 수준을 그대로 보여주는 게 더 효과적이다. 독자가 읽다 보면 자연스럽게 판단하게 되니까.

유미연 887호 대안학교를 다룬 특집1은 혁신학교 등장 이후 대안학교의 위기를 좀더 자세히 설명했으면 좋았을 것이다.

김아무개 민주당 ‘헌법 제119조 경제 민주화 특위’를 다룬 줌인 기사는 좀더 크게 다뤘으면 어땠을까 싶다. 주요 정책 과제를 보면 엄청난 내용이 많다. 공정위 조직개편, 출자총액제한제 부활 등 재계가 벌벌 떨 내용들이다. 특히 금융거래세 도입 등은 약간 과장하면 혁명적인 정책이다.

유지향 줌인 ‘안철수 코드를 푸는 몇 가지 방법’에서 마지막 문단 3개가 모두 인용문이었다. 인용된 부분임을 알기 쉽게 편집을 다르게 했으면 좋지 않았을까.

박소영 888호 ‘한-미 FTA 비준안 날치기’를 다룬 표지이야기는 반MB로만 몰아가지 않고 잘못된 협정은 고칠 수 있다고 해서 반가웠다. 민주당의 엉거주춤한 태도를 비판하는 얘기도 나와서 좋았다. 다른 잡지에는 없더라. 그 잡지는 반MB로만 몰고 가더라.

꼼꼼하고 성실한 취재 돋보여

김종옥 침착해서 좋았다. 다들 분노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는지 말해줬다.

유지향 3회에 이른 ‘손바닥 문학상’이 어떤 위치에 있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 자가진단이 나왔으면 한다. 등단의 길은 아닌 것 같은데. 상의 위상과 의미를 잘 모르겠다.

유미연 손바닥 문학상이 어떤 권위를 가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정은진 손바닥 문학상이 형식과 내용이 주는 의미가 충돌하는 듯하다. 어떤 것은 사회적 의미만 있고, 어떤 것은 문학적이기만 하고. 자기모순적이다.

김종옥 이번 수상작들은 전반적으로 재미없었다.

박소영 기발하지 않았다. 2회 수상작인 <벌레> 등은 창의적이어서 좋았는데.

유미연 문학적 장치가 발견되기보다 시대적 의미만 있는 것 같다. 사회적 부분에 초점을 맞춘 듯한 느낌이랄까.

사회 마지막으로 889호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정은진 표지이야기 ‘MB와 친구들, 그들만의 토건내각을 파헤치다’는 토건국가의 개념을 다시 정리해줘서 친절했다. 흐름이 좋았다.

유지향 특히 16쪽에 실린 회의록이 좋았다. 어떤 인간들이 지역에서 설치는지 다시 한번 느꼈다.

박소영 짜임새 있는 기사였다. 자료도 적절히 담겨서 꼼꼼하고 성실하게 취재했다는 느낌이다.

김종옥 지역 토호들의 현실을 보여줬다. 표지도 좋았다. 둘 다 못돼보였다. (웃음)

김아무개 이슈 파이팅 차원에서 보면, 4대강보다는 종합편성채널(종편)이 표지로 가야 되지 않은가 싶었다.

박소영 종편 자체를 이슈화하지 않는 게 맞지 않을까. 띄워줄 필요도 없는 허접한 방송이라는 의미에서. (웃음)

김아무개 기업들 등치는 영업을 계속하고 있고, 죽을 때까지 못된 짓을 할 것이기 때문에 이슈화해야 한다. (웃음)

류하경 방송사고만 모아서 기사를 써도 좋을 듯하다.

김종옥 기획 연재 ‘사람꽃을 만나다’는 ‘2011 만인보’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정은진 우리도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인식, 먼 얘기가 아닌 듯해서 더 그렇다.

사회·정리 오승훈 기자 vino@hani.co.kr


22기 독자편집위원회를 마치며

도움과 위로 받는 친구처럼

유미연 독편위원으로 활동하며 평소 가볍게 읽던 주간지가 교과서처럼 다가왔습니다. 그만큼 많은 공부가 되었습니다. 이때가 아니면 기사를 꼼꼼히 볼 기회가 없었을 테니까요. 현직 기자들을 만나고 좋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더욱 열렬한 애독자가 되겠습니다.

유지향 글 쓰는 사람이 꿈이었지만, 가만히 생각해보면 정말 하고 싶은 일은 ‘독자’가 아닐까 합니다. 작가가 아닌 독자로만 머무를 수밖에 없는 나의 허접한 글솜씨를 깨달은 까닭도 있지만, 한 편의 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읽는다’는 일에 남다른 매력을 느끼게 됐기 때문입니다. 기자들의 고민이 담긴 기사를 천천히 읽어가며 나는 분명 깊어졌습니다. 나에게 ‘독자위원’이라는 훌륭한 이름을 붙여준 <한겨레21>이 참 고맙습니다.

정은진 얼마 전 출근길에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는데, 옆 사람이 <한겨레21>을 읽고 있더라. 나 거기 나온 독편위예요, 라고 아는 척하고 싶은 마음이 들었는데 어느새 마지막 후기를 쓰고 있다. 늘 끝에선 아쉬움만 드나 보다. 이제 다시 정기구독자의 처지에서 애정만 가지고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하니 묘한 안도감이 든다. 부족한 평가에 귀기울여준 <한겨레21> 기자들에게 고맙다.

손웅래 독편위를 한 6개월 동안 정말 뜻깊은 시간이었다. 하지만 스스로의 기대에 못 미쳤기에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그래도 <한겨레21>이 왜 1등 주간지인지 알 수 있었고, 개인적으로도 많이 배울 수 있던 유익하고 즐거운 시간이었다. 앞으로도 우리 사회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진정한 언론의 역할을 기대하며, 무궁한 영광이 있길 바란다.

김종옥 그동안 꼼꼼히 챙겨 읽는 일이 늦은 공부처럼 즐거웠습니다. 독편위를 하는 6개월 내내 희망버스가 달리고, 서울시장이 바뀌고, 정당들의 재구성이 이루어졌습니다. 그동안 ‘토목공화국’의 삽질은 여전했고, 해고노동자의 눈물도 여전했으며, 정권을 향한 조롱도 여전했습니다. <한겨레21>도 세상을 향한 외침을 쉬지 않았겠지요. <한겨레21>이 오랜 세월 도움과 위로를 주고받는 좋은 친구 사이처럼 느껴집니다. 새로운 연대가 새 세상을 열 것을 믿으며 다 같이 투쟁~!

박소영 “세상으로부터 돌아오듯이 이제 내 좁은 방에 돌아와 불을 끄옵니다. …비를 맞고 오던 길이 그대로 빗속에 젖어 있사옵니다. 하루의 울분을 씻을 바 없어 가만히 눈을 감으면 마음속으로 흐르는 소리, 이제 사상이 능금처럼 저절로 익어가옵니다.”(윤동주, ‘돌아와 보는 밤’) 고맙습니다. 혼자 보기만 했던 <한겨레21>을 좋은 분들과 함께 읽으며 생각지 못한 것을 많이 배웠습니다. 항상 응원할게요!

김아무개 진보적 의제를 발굴하는 <한겨레21>의 역량은 국내 최고라고 생각한다. 따라올 곳이 별로 없다. 그러나 진보적 가치를 추구하며 독자층을 넓히려다 보니, 무겁고 어렵고 딱딱하고 건조한 문제는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이유가 되는 게 아닌지 우려스럽다. 한 예로 유로존의 재정위기를 계기로 금융시장, 더 나아가 세계 자본주의는 소용돌이치고 있는데 <한겨레21>의 대응은 항상 한발 늦는 느낌이었다. 애정을 담아 분발을 주문한다.

류하경 <한겨레21> 독편위로 활동한 지난 6개월, 작은 기사들에도 기자들이 참 많은 정성을 들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조·중·동을 위시로 한 대형 언론자본들 속에서도 ‘구독률 1위’라는 자리를 계속 지켜내는 <한겨레21>의 저력은 바로 기자들의 열정, 그리고 독자들의 깊은 신뢰가 아닐까 합니다. 앞으로도 <한겨레21>이 중립성의 허상에 빠지지 않고 정론과 직필만 고집하기를 기대합니다.


23기 독자편집위원 모집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한겨레21>을 만드는 또 하나의 축, 독자편집위원을 모집합니다. 2012년 새해 목표를 ‘할 말은 하고 살겠다’고 세우신 분, 그동안 <한겨레21> 제작에 ‘손 하나 보태야지’ 몸이 근질거리셨던 분, 그리고 무엇보다 <한겨레21>을 사랑하는 독자라면 누구에게나 문이 열려 있습니다. 누구보다 꼼꼼하게 읽고, 진심 어린 당근과 채찍을 던지는 독자편집위원은 <한겨레21> 기자들이 가장 반기고, 가장 무서워하는 존재입니다. 2012년 문을 함께 열 여러분을 기다립니다. 당신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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